‘인간’과 ‘지구’를 행복하게 만드는 녹색디자인

2009.07.21 | 재생에너지

지구 온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 심각한 상태로 치닫는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해 전 세계는 온실가스 감축에 나섰다. 이제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가 배출한 온실가스에 책임을 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가까운 일본은 “팀 마이너스 6%”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말 그대로 팀을 구성해 온실가스 배출을 6% 줄이는 것이다. 연봉이 억대가 넘는 프로야구선수들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의 12개 야구팀이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야간경기 시간을 줄여 조명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 그래서 공격과 수비 교대도 2분 15초 이내에 하고, 투수들도 주자가 없으면 시간을 끌지 않고 빨리 공을 던지고 있다. 일본프로야구팀들의 올해 목표는 경기시간을 평균 3시간 6분으로 단축하는 것이다.  

야구를 하면서도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데, 우리가 매일 하는 소비도 예외가 아니다. 지구환경에 가장 좋은 삶은 소비를 안 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불가능하기에 가능한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 ‘녹색소비’를 해야 한다. “저 요즘 자가발전 라디오로 뉴스 듣고, 소형 태양광발전 충전기로 휴대폰 충전해요.” 평소 환경에 관심 많은 후배가 한 이야기다. 그러고 보니 이 친구가 사용하는 물건은 뭔가 다르다. 즐겨 쓰는 연필이나 필통에 이런 상표가 붙어있다. ‘나는 원래 타이어 고무였어요(I used to be a car tire)’ 내지는 ‘나는 원래 컵이었어요(I used to be a cup)’ 라고. 다 재활용해서 만든 것이다. 어디서 이런 물건을 찾아냈냐고 물었더니 영국 유학시절 대학 매점에서 구입한 후 가능하면 친환경상품을 사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이 친구의 구매기준은 기능과 가격만이 아니라 물건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우선이다. 먹을거리도 지역에서 생산한 유기농 식품을 고집한다. 비싼 물건 하나 덜 사고, 유기농산물 먹으면 지역농업도 살리고 몸도 좋아진다고 큰소리친다.  

구구절절 옳으신 말씀. 그런데 이렇게 지구를 위한 착한 소비를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녹색디자인’을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 디자인은 인간의 모든 삶과 생활에 밑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이제 우리가 집 한 채, 물건 하나를 디자인하고 만들어내는 데 ‘환경’에 대한 철학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녹색디자인’은 무엇인가를 계획해서 구현하고, 사용하고, 폐기하는 전 과정에서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을 친환경적으로 디자인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배치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음은 단열과 자연채광을 최대한 활용해 건물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한다. 빗물을 모아 정원수로 사용하고, 건축 재료로 친환경소재를 이용한다. 독일에서는 난방연료 없어도 겨울을 날 수 있는 ‘패시브 하우스’가 인기를 얻고 있고, 프라이부르크의 ‘헬리오트롭’은 집 전체가 태양을 따라 회전하면서 태양광발전기로 에너지를 생산하기도 한다.

녹색디자인은 재료가 친환경적이라고 해서 절로 구현되는 것이 아니다. 물건을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에너지를 덜 소비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야 한다. 주름이 지지 않는 옷이 대표적이다. 다림질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세탁 효율을 30%이상 향상시키면서도 물과 전기 소비를 대폭 줄인 세탁기, 연비가 높은 자동차처럼 물건 크기는 되도록 작게, 수명은 오래, 에너지 소비량은 적게 만들어야 한다. 또 물을 오염시키지 않는 세제와 같이 자연 속에서 쉽게 분해되는 것이어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 출시된 핸드폰은 태양광전지를 통해 햇빛만 있으면 충전을 할 수 있다. 외관 케이스는 플라스틱생수병을 재활용했고, 유해 물질을 사용하지 않는다. 놀라운 변화이다. 이제 기업도 친환경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옥수수전분으로 만든 생분해성플라스틱을 이용한 노트북과 휴대폰도 생산되고 있다. 뉴욕에서 열린 친환경디자인 경연대회 ‘그리너 가제트(Greener Gadget) 2009’에 ‘블라이트’라는 기발한 작품이 등장했다. 창문에 설치하는 블라인드에 태양광 발전 장치를 붙인 것이다. 블라인드는 낮에 빛을 받아 전기를 생산해 충전기에 저장한 뒤 밤이 되면 전등이 된다. 이처럼 태양광발전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태양광시계, 태양광 정원등은 이미 상용화되었다. 배낭여행하는 사람들은 가방에 태양광 판넬을 붙이고 다니면서 여행 중에 필요한 전기를 얻기도 한다.

환경문제와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소비자들도 제품을 구매할 때 ‘환경’에 대한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햇반, 세제, 음료수, 정장 등에 ‘탄소라벨’을 붙여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정보를 제공한다. 한 살림은 식품에 쌀, 오이, 포도 같은 먹을거리가 유통과정에서 얼마나 먼 거리를 이동하고,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하는지를 알려주는 라벨을 사용하고 있다. 한살림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3인 가족의 식단을 수입 식단에서 국내산 자급식단으로 바꾸면 수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300kg 정도 감축할 수 있다고 한다. 자동차로 2,700km를 달렸을 때 발생하는 탄소량과 맞먹는다.

“뭐, 물건하나 사는데 뭘 그렇게 까다롭게 구냐”라고 핀잔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지구의 상태가 말이 아니다. 지구의 생태시스템이 급격한 온난화로 인해 깨지기 직전에 다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지구의 온도를 올려놓은 사람들이 지구에서 조심조심 살아야 한다. 먹는 것과 입고, 소비하는 것 하나하나가 지구에 영향을 덜 미치도록 ‘녹색디자인’에 신경을 써야 한다. 녹색디자인은 녹색생활을 이끌고, 녹색생활은 인간과 지구를 행복하게 만든다.

이유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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