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신문]방사선 비상계획구역 확대 개편의 의미와 과제

2014.03.17 | 탈핵

비상계획구역 확대하고, 주민보호조치 시스템 구축하라!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확대 개편의 의미와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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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방사선비상계획구역 10km → 30km 확대 추진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은 핵발전소 관련 시설에서 방사선 비상 또는 방사능 재난이 발생할 경우 주민 보호를 위해 비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구역을 말한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까지 일본의 비상계획구역은 8~10km에 불과했다. 이처럼 협소하게 설정된 비상계획구역 때문에 주민들은 혼란을 겪었고, 그 피해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일본 정부는 사고가 발생하자 원전 반경 20km 이내 주민에게 피난령을, 30km 이내 주민에 대해서는 실내 대피령을 내렸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이후 대책으로 8~10km에 불과했던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예방적보호조치구역(PAZ) 5km와 긴급보호조치구역(UPZ) 30km로 세분화해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PAZ는 핵발전소 사고 시 방사능이 누출되기 전에 주민들을 미리 대피시키는 구역이고, UPZ는 방사선영향평가를 통해 방사능 누출 정도를 파악한 후 주민보호조치를 취하는 구역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라는 큰 재앙을 겪고 난 이후 일본에서 일어난 큰 변화 중의 하나다.

한국 정부 비상계획구역 개편 추진 중이지만…

우리나라의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도 최근 비상계획구역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8~10km인 비상계획구역을 인접구역(가칭) 3~5km, 중간구역(가칭) 8~10km, 광역구역(가칭) 30km로 세분화하고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세부 구역별 주민보호조치 주요 준비사항을 보면, 실제 비상계획구역을 제대로 정비하고 확대하려는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원안위의 비상계획구역 개편 관련 간담회 자료(2013년 8월 9일자)를 보면, 8~10km까지는 구호소 지정과 대피·소개계획 수립, 방재훈련을 실시하지만, 10~30km에서는 지역 여건을 고려해 각 광역단체 결정에 따라 구호소 지정과 대피·소개계획을 수립하고, 방재훈련은 없이 방사능탐사에만 중점을 둔다. 결국 기존 비상계획구역이었던 8~10km까지만 실질적인 방사능 방재대책을 수립하겠다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원안위가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확대 개편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먼저 개편안의 핵심 근거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반영한 국내 원전 주변 방사선량 시뮬레이션 평가 결과를 지역주민들과 국민들이 알기 쉽게 공개해야 한다. 실제 핵발전소 사고시 어떤 피해가 예측되는지에 대한 설명 없는 비상계획구역 개편안을 어느 누가 쉽사리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현 개편 중인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주민보호조치 계획 적절한가?

핵발전소 사고시 지역주민들은 옥내 대피 및 소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그 기준이 무엇인지 아는 주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원안위는 주민 대피 및 소개 기준을 옥내대피 10mSv(2일), 소개 50mSv(1주일), 일시 이주 30mSv(첫월)/10mSv(다음월) 등으로 정해놓고 있다. 안전이 아닌 평상시 관리기준치인 1mSv의 10배에서 50배에 달하는 기준을 받아들일 수 있는 주민들이 있을까. 이를 기준으로 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개편과 주민의 대피·소개 계획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주민들이 실제로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피하기 위해서는 방사능 방재훈련이 제대로 실행되어야 하고, 주민들을 안전하게 수용할 수 있는 구호소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주민들이 참여하는 방사능 방재훈련은 합동훈련(4년 1회)과 연합훈련(5년 1회)뿐이며, 참여 주민 수는 전체 주민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또한 방사능 피폭 위험을 최소화하고 대피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구호소는 없으며, 구호소의 수용 가능 인원은 원전 주변 주민들의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역주민 등 충분한 사회적 공론과정을 거쳐야 한다

방사능 방재 예산과 관련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원안위의 방재예산은 전체 예산의 4.46%에 불과한 약 40억 원이고, 핵발전소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매년 25억원 안팎의 방재 예산을 집행할 뿐이다. 한수원이 2012년 핵발전 홍보에 지출한 비용은 193억7300만원에 달한다. 현장방사능방재센터의 관련 인력과 장비, 예산 등도 부족하며, 원전지역 지자체별 방사능 방재 담당 인력은 2013년 기준으로 지역마다 1~2명에 불과하다.

방사능 방재대책의 핵심은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확대·세분화하고 신속하게 주민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핵발전소 사고 발생시 주민들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보호하려면 평소에 대피·소개계획을 수립하고, 방재훈련을 실시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구호소를 마련해야 한다.

원안위가 추진하는 비상계획구역 개편안은 우리나라 방사능 방재대책의 문제점을 시정하고 제대로 된 방사능 방재 시스템을 구축하는 시발점임이 분명하다. 비상계획구역 개편에 따라 많은 변화가 뒤따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사회적 논의가 필수적이다.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 지역주민들과 충분한 사회적인 토론과 합의를 거쳐 비상계획구역을 확대 개편해야 한다.

녹색연합 에너지기후국 권승문

※ 탈핵신문 2014년 3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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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발전소 사고 대비를 위한 지침서> 내려받기 nuclear_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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