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산호 정원’으로 초대합니다

2013.11.07 | 군기지

강정마을, ‘산호 정원’으로 초대합니다

 

기상천외한 ‘산호 정원’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앞 바다. 이곳 15~25미터 바다 속에는 기상천외한 ‘산호 정원(Coral Garden)’이 있다. 바다 속은 기차 모양의 긴 바위가 북서 방향으로 향하고, 암반 직벽을 따라 대규모 연산호 군락이 형형색색 존재한다. 맨드라미 모양의 연산호는 몸집을 부풀려 분홍색 자태를 뽐내고, 황금빛 분홍빛 돌산호는 거센 해류에 촉수를 길게 뽑고 먹이활동에 여념이 없다. 관상용 아열대어종인 쏠배감펭은 두려움 없이 산호 밭을 헤집는다. 흡사 소나무를 닮은 각산호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제주바다를 뛰어넘어 전 세계에서 단일 면적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개체수와 종다양성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이곳이 바로 ‘산호 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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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꽃, 연산호

문화재청은 2004년 바다 속에 서식하는 생물 군락지로는 최초로 섶섬, 문섬, 범섬 등 서귀포 해역(70,410,688㎡)과 화순항, 형제섬, 대정읍 등 송악산 해역(22,229,461㎡)을 천연기념물 442호로 지정한다. 이곳만의 독특한 연산호 군락지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연산호’란 어떤 산호를 말하는 걸까. 연산호는 영어로 ‘soft coral’, 즉 ‘부드러운 산호’이다. 문화재청은 제주연안연산호군락을 천연기념물 제442호로 지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연산호란 부드러운 겉표면과 유연한 줄기구조를 갖춘 산호를 통틀어 말한다. 제주 남부 연안의 연산호 군락을 구성하는 산호충류는 무척추 동물로 "바다의 꽃"이라 불린다. 특히, 연산호류는 육상의 맨드라미를 닮았으며 부드러운 동물체로 수축 ·이완상태에 따라 크기 변화가 심하다. 연산호 군락지에는 돌산호류, 각산호류, 해양류 등의 다양한 산호류가 다양한 형상으로 어울려 서식하고 있다…

제주연안 해역에는 한국산 산호충류 132종 중 92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이 중 66종은 제주 해역에만 서식하는 특산종으로 수심 10∼30미터의 암반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특히, 송악산 및 서귀포 해역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연산호 군락의 자연 상태를 전형적으로 잘 보여주는 특징적인 곳으로 분포상 학술적인 가치가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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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연산호 군락의 백미

제주도 남서쪽 화순항과 형제섬, 송악산 쪽의 연산호 군락이 독특하며 황홀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럼에도 제주 앞바다 연산호 군락의 백미를 꼽으라면 단연 서귀포 강정마을과 법환마을, 그리고 범섬 사이에 있는 73,800㎡ 규모의 ‘산호 정원’이 으뜸이다. 이화여대 산호전문가인 송준임 교수는 『천연기념물 제442호 제주연안연산호군락 산호 분포조사 통합보고서』(2009.11)에서 섶섬~지귀도 지역에서 46종, 화순항~형제섬~송악산 지역에서 42종, 강정~범섬~문섬~섶섬에서 79종의 산호충류를 확인한 바 있다. 타 지역에 비해 강정~범섬~문섬~섶섬의 연산호 군락이 탁월하며, 그 정점에 ‘산호 정원’이 있다.

 

국내외 법적 보호 연산호 목록

다양한 산호충류는 그 자체로도 국내외 관련 법에 따라 보호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해송(Myriopathes japonica)과 긴가지해송(Myriopathes lata)을 천연기념물 456호, 457호로, 환경부는 ‘야생생물보호에관한법률’에 따라 검붉은수지맨드라미(Dendronephthya suensoni), 금빛나팔돌산호(Tubastraea coccinea), 자색수지맨드라미(Dendronephthya putteri), 둔한진총산호(Euplexaura crassa), 해송(Antipathes japonica) 등 산호충류 15종을 멸종위기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또한 ‘멸종위기에처한야생동식물종의국제거래에관한협약(CITES)’은 푸른산호과(Helioporidae spp.), 관산호과(Tubiporidae spp.), 각산호목(Antipatharia spp.), 돌산호목(Scleractinia spp.) 전종을 부속서 II로 지정하고 있다. 각산호목의 해송과 긴가지해송, 돌산호목의 빛단풍돌산호(Montipora trabeculata), 거품돌산호(Alveopora japonica)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금빛나팔돌산호, 해송 및 긴가지해송 등 총 3종은 국내 및 국제법에 의해 동시에 보호, 관리되는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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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럼비 발파와 케이슨 투하, 연산호 ‘멸종’

그러나 ‘산호 정원’과 각종 산호충류는 그 가치가 알려지기도 전에 멸종의 기로에 놓여 있다. 바로 ‘산호 정원’ 앞마당인 강정 앞바다에 건설되는 제주해군기지 때문이다. 녹색연합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인한 연산호 군락지의 변화상을 조사한 바 있으며, 특히 2012년 조사는 ‘그린피스’와 함께 진행하였다. 당시 남태평양 마이크로네시아의 산호전문가인 사이먼 엘리스가 한국을 방문하였다. 그는 연산호 조사보고서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연산호 군락, 특히 ‘산호 정원’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2012년 상반기에 구럼비 발파 공사가, 2013년에 케이슨 공법에 따른 해상 공사가 본격화된다. 8,800톤 무게의 방파제 케이슨 137개가 차례대로 물 속에 투하되고 있다. 조류의 흐름이 멈추거나 급격히 변하고, 시멘트 등 공사로 인한 부유사가 침전된다. 강정 앞바다, ‘산호 정원’의 연산호 생태가 직, 간접적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국가 안보를 위해 건설한다는 제주해군기지는 안타깝게도 연산호에게 ‘멸종’을 안겨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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