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파괴된 제주 연산호 군락지, 해군의 ‘셀프 검증’이 아니라 문화재청의 독자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2015.10.08 | 군기지

-제주해군기지 사업단의 마구잡이 공사와 관리감독 부재로 강정바다 훼손돼

-해군의 허가 조건 이행에 대해 관계기관의 철저한 점검과 조치 시급

어제(10/7)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주 연산호 군락지 훼손에 대한 검증을 해군 측이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 문화재청이 질타를 받았다. 해군 측은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마구잡이로 시행해 천연기념물 442호 제주 연안 연산호 군락을 크게 훼손시킨 혐의를 받고 있으나,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일관되게 “연산호 군락에 큰 변화가 없다” “제주 해군기지 공사로 인한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혀왔다. 이러한 해군 측 모니터링 결과에 대해 국회와 ‘연산호조사TFT’는 여러 차례 검증 조사를 요구한 바 있다. 해군 측과 연산호조사TFT의 조사 결과가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해군 측의 조사에 대한 전문성과 신뢰도 검증을 위한 것이라면, 당연히 문화재청이 직접 조사기관과 계약을 맺어 독자적으로 진행했어야 했다. 하지만 실제로 검증조사를 맡은 성균관대 산학협력단의 연구용역은 문화재청이 아닌 해군과의 계약을 통한 것이었다. 심지어 문화재청은 해당 연구용역의 계약 내용, 연구계획서, 금액, 진행 경과와 같은 기본적인 내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뿐만이 아니다. 지난 8월 연산호조사TFT에서 촬영한 해군기지 직접 영향권 내의 연산호 사진/영상 자료에 대해 문화재청은 해당 지역이 문화재 보호구역이 아니며 종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옹색한 대답을 내놓았다. 문화재청은 해군을 대변해 주는 기관으로 전락한 것인가? 연산호 훼손이 심각한 강정등대 주변 지역은 GPS상으로도 보호구역 내에 속하며 기관의 연구 용역에도 포함된 곳이다. 과거 국내외 조사팀에 의해 강정등대 주변에서만 8종의 법정보호종을 확인한 곳이기도 하다.

객관성과 신뢰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해군의 모니터링 결과에 대한 검증 조사를 해군이 수행하도록 맡겨둔 상황을 납득할 수가 없다. 제주 연산호 군락 훼손에 대한 독자적인 조사 요구에 문화재청이 ‘해군의 셀프 검증’으로 답한 것은 기만이며 명백한 직무유기이다. 문화재청이 2009년 제주 해군기지 건설 사업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내릴 당시, 조건의 주된 내용은 공사로 인해 천연기념물 442호 제주 연안 연산호 군락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공사중 부유사·오염물질 저감방안 마련, 지속적인 연산호 모니터링 실시 및 보존대책 마련 등 문화재청이 제시한 조건 외에도 해군은 환경영향평가서에 제시된 저감방안도 준수하여야 한다. 하지만 제주해군기지 공사 과정에서 이러한 조건들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오탁방지막이 설치되지 않거나 훼손된 상태에서 준설 작업을 실시하고, 사석을 세척하지 않았으며 케이슨을 수중 파쇄하여 속채움 용도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토사가 외해로 확산되었다. 이렇듯 허가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해군기지 공사를 진행하는 모습은 주민들 및 환경단체에 숱하게 목격되었지만, 행정관청의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뛰어난 생태적 가치를 자랑하는 제주 강정바다의 훼손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제주도정은 제주해군기지 공사 과정에서 허가 조건이 이행되었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결과에 따라 공사 중지 등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제주 해군기지 공사로 연산호 군락 및 해양생물의 서식환경이 훼손된 것에 대해 해군 측의 검증이 아닌 독자적이고 전면적인 재조사가 시급하다.

 

2015년 10월 8일

연산호조사TFT

(강정마을회, 강정마을 해상팀,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의원실)

 

문의) 녹색연합 평화생태팀 070-7438-8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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