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미군이 떠난 자리, 오염이 사라지지 않는다

2020.05.26 | 군기지

 – 춘천 캠프페이지는 용산 미군기지의 미래

 – 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제도적 개선 시급

지난 5월 초, 정화 작업이 끝난지 8년이 지난 춘천 미군기지 캠프페이지 터에서 문화재 발굴작업 중 토양에서 기름띠와 기름층이 발견되어 작업이 중단되었다. 토양분석 결과 미군기지 터 깊이 3m 지점에서 오염물질 석유계총탄화수소(TPH) 수치가 3083mg/kg이 확인되었다. 법정 기준치의 6배를 초과한 수치이다. 문화재 발굴과 이후 계획된 공원 조성 사업은 연기될 수밖에 없고, 춘천시장은 국방부에 전수조사를 요구한 상황이다.

춘천 캠프페이지는 2007년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기지이다. 반환 당시 토양은 TPH(석유계총탄화수소)가 기준치의 100배 이상 오염되어 있었고, BTEX(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크실렌), TCE(트라이클로로에틸렌) 등 전체 오염면적은 5만6천여㎡에 달했다. 정화작업을 하는 과정에 총 오염부피도 8만8천㎥로 늘어났다. 당시 국방부가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해 정화작업(2009.08~2011.12)을 완료했음에도 최근 또 다시 오염이 확인된 것은 그만큼 미군기지 오염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곧 반환될 용산 미군기지의 미래이기도 하고, 최근 반환받은 부평·원주·동두천의 현재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반환받은 부평·원주·동두천의 4개 미군기지의 정화비용은 정부추산 무려 1140억 원이다. 부평 미군기지의 경우, 발암물질 다이옥신에 대한 토양정화 국내기준도 없고, 정화방법도 알지 못했기에 기준을 정하고 정화 방법을 실증 실험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미군기지 반환협상이 오염에 대한 책임 공방을 벌이다 교착 상태에 빠지고, 결국 한국 정부가 정화비용을 부담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미군기지를 미리 반환받고, 미군 측에 정화 책임에 대해 열어놓고 논의하겠다고 하지만, 반환 미군기지 환경 문제에 이제 남은 시간이 없다. 미군이 떠난 자리에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들여도 오염이 사라지지 않는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2007년 춘천 캠프페이지와 함께 23개 미군기지를 돌려받았을 때, 대부분의 기지에서 국내 토양지하수 기준치를 언급하는 게 무색할 만큼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었다. 이로 인해 반환협상 과정에 대한 청문회가 열릴 정도였다.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미군기지 반환 협상 결과가 SOFA 환경조항 취지와 절차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오염 치유 기준이 모호하고, 국회 비준 없이 막대한 정화비용을 부담하게 된 점, 정보 비공개 등의 문제점들을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우리 사회의 과제이다. 춘천 평화생태공원(캠프페이지), 부산 시민공원(캠프 하야리아), 매향리 생태평화공원(쿠니 사격장), 원주 문화체육공원(캠프 롱), 부평 신촌공원(캠프 마켓) 등 돌려받은 미군기지의 상당수는 공원으로 조성됐거나 조성될 예정이다. 용산 역시 서울의 마지막 남은 대규모 녹지공간으로 조성된다. 오랜 기간 군사기지로 사용되다 공원으로 전환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그에 앞서 오염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평택에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기지가 건설되었고, 전체 부지 건설비 100억 달러 중 한국 정부가 92%를 부담했다. ‘새집’을 제공하면서, 70년 이상 사용한 ‘헌집’을 오염 상태 그대로 돌려받는 일은 이제 끝내야 한다. SOFA 환경조항을 구속력 있게 개정하는 것은 물론, 평상시 사용 중인 미군기지의 환경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 정부는 미측에 미군기지 환경오염의 책임에 대해 제기하고, 제도적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환경 정보 접근권, 사전 예방의 원칙, 오염자 부담 원칙의 보편타당한 원칙이 미군기지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2020년 5월 26일

녹색연합

※문의: 녹색연합 정책팀장 신수연 (010-2542-2591,. gogo@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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