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춘천 캠프페이지 부실 정화 현장의 기록

2020.06.03 | 군기지

춘천 캠프페이지는 미군의 활주로로 사용되다 2007년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기지입니다. 부지는 국방부의 토양오염 정화작업을 거쳐 춘천시로 이관되었고, 시민복합공원 및 도시숲으로 조성될 예정이었습니다. 문제는 작년부터 시작된 기지 내 문화재 발굴 작업 중에 정화가 완전히 이루어졌다면 발견되지 않았어야 할 ‘기름띠’가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지난달 5월 6일, 춘천시는 문화재 발굴 작업 중 캠프페이지 부지 내에서 유류에 오염된 토양층을 발견했으며, 이후 시료 분석 결과 석유계총탄화수소(TPH) 수치가 3083mg/kg으로 법정기준치의 6배를 초과하였음을 밝혔습니다. 10여년 전의 국방부의 환경정화작업이 부실하게 진행된 것이지요.

녹색연합은 5월 31일 군기지 토양오염복원전문가 김휘중 소장님과 문제가 된 캠프페이지 현장을 확인하던 중, 기름띠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부실 정화의 증거들을 발견하였습니다. 이에 6월 1일, 보도자료를 내고 캠프페이지 현장에서 기자회견과 함께 부실 정화 현장을 언론에 보도하였습니다. 춘천 캠프페이지 부실 정화 현장의 기록, 함께 보실까요.

▲ 춘천역 바로 앞에 위치한 캠프페이지. 펜스 너머로 문화재 발굴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보통 ‘군사기지’라 하면 아무도 살지 않는 외딴 곳에 있을 것이라 상상하지만, 춘천역을 나서면 도로 하나 건너 펜스가 둘러쳐진 곳에 바로 캠프페이지 부지가 있습니다. 용산미군기지도 마찬가지로 서울 도심한복판에 위치하는데요. 왠지 먼나라 이야기로 느껴지는 ‘미군’, ‘기지’ 라는 말들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춘천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캠프페이지 부지에 건설된 봄내체육관 맞은편에서는 한창 문화재 발굴조사가 진행중입니다. ‘위험!출입금지’라는 노란색 팻말을 넘어 조사현장에 들어갔습니다. 문화재 조사를 위해 곳곳에 2m 깊이의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오른편에서는 포크레인으로 본격적인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 문화재 발굴 조사 중인 캠프페이지 부지 모습

이 날 녹색연합이 보도한 부실 정화 현장은 바로 이러한 몇몇 구덩이에서 발견된 아스콘층입니다. 캠프페이지는 원래 미군 비행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입니다. 대부분이 아스콘(아스팔트 콘크리트의 준말)으로 포장된 활주로였는데, 토양복원 과정에서 반드시 제거되었어야 할 아스콘이 일부 부지에 1m도 되지 않는 땅 속에 그대로 묻혀있던 것입니다. 아스콘은 물이 통과할 수 없는 불투수층이기 때문에 식물들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합니다. 폐아스콘을 완전히 걷어내지 않고 그 위를 흙으로 덮은 채 국방부는 정화작업을 완료했다며 시민들에게 돌려준 것이지요.

▲ 하얀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검은 띠가 아스콘층이다.

▲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과 토양오염전문가 김휘중 소장이 기자들에게 폐아스콘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또다른 발굴터에서는 2009년~2011년 당시 시행된 정화사업 당시 사용하고 매립했을 거라고 추정되는 모래주머니도 발견되었습니다. 모래주머니가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미군이 기지 사용 당시 묻은 게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 이뤄진 정화사업 당시 매립했을 거라고 보여집니다. 정화작업에도 불구하고 아스콘, 모래주머니 등 보이지 않는 땅속에 각종 폐기물들이 남아있는 것입니다.

▲ 땅 속에 묻힌 모래주머니(빨간색 원)

5월 초 언론보도 되었던 토양 유류오염과 기름띠도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5월 31일 현장 조사 당시에는 일반적인 기름오염 뿐만 아니라 유기물(생활하수)가 부패했을 때 나는 악취가 나기도 했습니다. 밤 사이 비가 내려 취재 당일에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구덩이 속 고인물 표층에 떠 있는 기름띠는 여전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 동행했던 김휘중 소장은 “토양오염 조사 시 불투수층이 있는 3-4m까지 뚫어서 조사해야 하나, 그보다 얕은 깊이까지만 조사하고 정화하였기 때문에 토양오염이 남아있는 것”이라고 추정했고, 기름에 오염된 지하수가 어떻게 이동하였을지 지하수 수계 이동 경로 조사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유류오염 정도를 판단하는 물질인 TPH의 독성에 대해서는 “인간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은 적으나, 토양에 잔류하면 미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들기 때문에 생태계에는 영향이 크며, 오염된 흙이 외부로 유출되어 휘발되면 호흡기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 비온 후 고인물 위에 생긴 기름 띠. 돌을 던지면 물색깔과 확연히 구분 가능하다.

춘천 캠프페이지는 2007년 LPP협정에 의해 반환된 23개 기지 중 한 곳입니다. 당시 23개 기지를 정화하는데 소요된 비용은 약 2천억원으로,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라 부지를 오염시킨 미군이 지불하여야 하나 불평등한 SOFA 조항으로 인해 모두 우리 정부가 부담해왔습니다. 막대한 세금을 들여 국방부가 한국농어촌공사, 한국환경공단 등에 용역을 주어 기지를 정화했고, 각 지자체는 이를 공원 등 시민편의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부지를 매입했습니다. 캠프페이지의 부실 정화 논란은 여러 의문점과 시사점을 줍니다. 첫째, 과연 2007년 춘천 캠프페이지와 함께 반환되었던 23개 기지의 정화작업은 제대로 실시되었을까? 반환된 기지들이 제대로 정화되었는지, 후속 검증작업이 필요합니다. 둘째, 이러한 부실 정화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 기지 반환과정과 정화과정이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고, 정화과정 모니터링에 시민단체 및 지역주민 등 제3자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작년 12월 반환된 4개 기지와 함께 앞으로 22개 미군기지가 한국에 반환될 것입니다. 이중엔 인천 캠프마켓, 용산 미군기지처럼 오염도가 심각하고 인구밀집도가 높은 도시 한복판에 위치한 기지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 캠프페이지 부실 정화 사건을 계기로 많은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관련 부처의 책임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 남은 기지의 정화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 사진: 이다예 정책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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