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산업계의 온실가스 목표 축소 로비에 우리의 미래가 저당 잡혀 있다

2009.11.12 | 기후위기대응

산업계의 온실가스 목표 축소 로비에 우리의 미래가 저당 잡혀 있다
산업계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축소 로비 즉각 중단하라

올해 12월 기후변화협약 15차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온실가스 감축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논의가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기후변화협약을 주도하고 있는 EU는 일찌감치 1990년 대비 20% 감축안을 바탕으로 국제사회 논의를 주도하고 있고, 일본도 1990년 대비 25% 감축 안을 마련했다. 우리와 같이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어 있는 브라질조차 현재 대비 20~40% 감축안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은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8% 증가, 현상유지, 4% 감축이라는 3가지 시나리오를 토대로 오는 17일 국무회의를 통해 최종확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세계 9위 온실가스 배출국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한국이 내세우기엔 세 가지 시나리오 모두 너무나 낮은 목표이다. 녹색위는 유럽이 개발도상국에 요구하는 감축목표치를 만족시킨다고 주장하지만 전 세계에 ‘저탄소녹색성장’과 ‘얼리무버’를 떠들어댄 것치고는 낯부끄러운 목표치이다.

이렇게 낮은 수준의 시나리오가 제시된 배경에는 산업계가 있었다. 녹색위 내부 자료를 살펴보면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최소로 잡기 위해 감축여력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녹색위는 시나리오 도출과정에서 산업계가 제시한 제조업 신증설 계획을 그대로 반영해 배출전망은 과대 산정하고, 감축량은 보수적으로 잡았다. 환경NGO를 배제하고 산업계와는 업종별로 30차례나 토론을 진행하면서 나온 결과였다.

환경NGO들은 제한된 정보 속에서 스톡홀름환경연구소가 지구온난화 대응에 대한 책임과 감축능력을 분석해 수치화한 책임역량지수(RCI)를 토대로 우리나라가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25%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녹색위가 제시한 3가지 시나리오에 갇혀 더 많은 양을 감축하자는 목소리가 논의될 리 만무했다. 결국 녹색위의 시나리오는 산업계의, 산업계에 의한, 산업계를 위한 것이었다.

녹색위의 시나리오 작업결과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현재 유가가 80달러에 육박하고 있는데, 2020년 유가전망을 배럴당 60달러로 반영해 에너지 소비 계획을 잡았다. 앞으로 지속해서 유가가 올라가면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배출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배출증가율도 연평균 2.1% 증가로 높게 잡았다. 배출전망을 높게 잡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러한 데이터를 쓴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최근 민주당 국회의원들에 의해 밝혀진 것처럼 녹색위 내부 검토 결과 2005년 대비 10%이상 감축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더 낮은 감축목표를 발표한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산업계는 8% 증가 시나리오를 고집하며 로비를 하고 있다. 산업계는 온실가스감축은 한국경제에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감축 목표를 높게 잡으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협박하고 있다. 이것은 산업계가 온실가스 감축에 전혀 참여할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기후변화위기 앞에 너무나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인 태도이다. 여기에 지식경제부 장관까지 나서 산업계를 옹호하는 모습은 그동안 ‘저탄소 녹색성장’을 부르짖어 온 정부의 모습과 배치되는 일이다. 스턴보고서는 기후변화 대응이 늦으면 늦을수록 미래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이미 기후변화가 초래한 이상기후로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산업계는 고유가와 자원고갈에 대비해 경쟁력 확보차원에서라도 에너지소비를 줄이고 효율을 높여야 한다. 게다가 녹색위가 제시한 감축목표 달성 정책을 살펴보면 산업계의 부담 보다 건물·교통·가정 부문에서 감당해야 할 몫이 더 크다. 산업계의 이기적인 로비 앞에 국민들이 얼마나 희생해야 하는가? 이것은 온실가스 배출량에 비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정의적인 원칙’에도 위배된다. 정책수단 중에 제시된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 바이오연료 보급, 최첨단 고효율 제품 확대 등은 산업계가 이미 ‘녹색성장’에  발맞춰 자체 투자하거나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이다. 이익을 얻을 때는 ‘녹색’을 외치면서 책임을 이야기할 때는 다시 ‘회색’을 주장하는 산업계의 이중성을 규탄한다.

산업계는 지금 당장 온실가스 감축 목표 축소를 위한 로비를 중단하고,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해야 한다. 한국의 산업계도 위기에 처한 지구 공동체의 어엿한 구성원이 아닌가. 정부도 잘못 끼운 첫 단추를 다시 채워야한다. 지금까지 산업계에 끌려 다니면서 턱없이 낮은 감축목표 제시로 면피하기에 바빴다면 이제부터라도 국제사회와 미래 세대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감축목표를 다시 제시해야 한다.

2009년 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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