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기후부채’는 얼마입니까?

2009.12.13 | 기후위기대응

[코펜하겐은 지금 ⑤] 기후정의행동(Climate Justice Action)으로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15차 당사국 총회(UNFCCC COP15, 이하 COP15)’가 12월 7일부터 18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립니다.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최대 과제인 기후 변화 문제를 논의하는 COP15는 사실상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회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녹색연합과 공동으로 ‘코펜하겐은 지금’이라는 현장 기획 기사를 출고할 예정입니다. 녹색연합은 4명의 활동가를 현지에 파견했습니다.

현재 녹색연합 활동가들은 코펜하겐 현지의 상황을 더욱 폭 넓게 전하고자 코펜하겐 당사국 총회가 열리는 벨라센터(Bella Center) 회의 공간과 국제 환경 NGO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클리마 포럼(Klima Forum 2009) 행사장으로 시시각각 활동가들이 나눠져서 현장의 분위기를 확인하고 있다.

현지의 분위기는 ‘코펜하겐 문건’이 공개된 후 예상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 차이인데, 이러한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못하는 이유는 감축 방식에 있어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공평하고 정의로운 원칙들이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정의롭고 평등한 원칙은 무엇인가



지난 14차례의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를 거치면서 전 세계 협상가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었다. 1인당 배출량 기준으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배출량을 허용해야 한다는 평등주의 방식, 선진국은 배출량을 줄이고 개도국은 배출량을 늘려서 동일한 기간까지(예를 들어 2050년까지) 각국의 배출량을 동일하게 맞추는 일률적 수렴방식, 각국의 역사적 누적배출량을 기준으로 더 많은 감축 부담을 지어야 한다는 오염자 부담의 방식, 각국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서 부담을 져야 한다는 지불 능력의 방식 등이 고려되었다.

물론 현재 제출된 ‘코펜하겐 의정서 초안’ 역시 그러한 아이디어 중에 일부이다. ‘코펜하겐 의정서 초안’에서 논의되는 것은 주권의 원칙으로 모든 국가들이 동일한 비율로 줄이는 것이 평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 알다시피 이렇게 단순하게 동일한 비율로 줄이게 되면 갈등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유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이미 벌어져있는 온실가스 배출의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같은 비율로 줄이게 되면 결국 선진국은 많이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되고, 개도국은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상대적으로 적게 가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100톤에서 50%를 줄이면 50톤이고, 10톤에서 50%를 줄이면 5톤이라는 얘기이다.

결국 선진국은 50톤을 배출할 수 있고, 개도국은 5톤을 배출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물론 지구가 기후변화의 위기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 ‘2도 상승 이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같은 노력을 통해서 감축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재 제출된 이러한 방법은 민주적이지도 못하고, 정의롭지도 못하다. 현재 제출된 의정서 초안에는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평등의 원칙과 정의의 원칙 등이 빠져있다. 이러니 개도국이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후변화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 불평등한, 너무나 불공정한



모든 환경문제는 오염자 부담의 원칙을 가진다. 오염을 시킨 자가 책임을 가지고 문제해결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는 대기 중으로 날아가 국경을 넘어 전 세계 어디든지 돌아다닌다. 문제는 바로 그것이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일으킨 자와 그것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자가 분명히 갈리고 있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일으킨 자는 선진국이요,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은 가장 가난한 국가들이다.

가령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온실가스의 4%에 불가한 아프리카는 기후변화로부터 일어나는 모든 자연재해와 환경재앙을 감내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최근 홍수와 가뭄으로 약 2천 300만명이 아사 상태에 빠졌다. 유엔기구기금(UNFPA)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현재 매년 기후변화로 1억 6천여 명이 희생당하고 있다. 또한 2009년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기후변화로 인해 섬나라 국가들이 입는 피해를 살펴볼 수 있다.

라틴 아메리카 인근의 19개 섬나라 국가들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0.03%도 안 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만 가장 빠르게 기후변화에 의한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국가들은 해수면 온도가 지구 평균온도 상승보다 2배나 더 올라갔으며, 이로 인해 강우량이 약 20% 감소했다. 이들 국가들은 약 0.1m만 해수면이 상승해도 수자원이 오염되어 농작물 재배가 어려워지고,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해당 지역의 약 10만명 정도가 섬을 이주를 해야 한다. 물론 1m가 상승하기 전에 많은 이들이 이주를 선택 할 것이다.

티벳고원의 새로운 이주민, 그들의 이름은 ‘기후 난민’

티벳은 제 3의 극지대(Tibet Third Pole)라고 불릴 정도로 빙하가 훌룡한 지역이다. 이렇게 불리는 이유는 남극과 북극을 제외하고 가장 깨끗한 물이 흐르기 때문이다. 또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어서 ‘세계의 지붕(the roof of the world)’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자연자원을 자랑하는 곳이다. 그러나 최근 이곳 티벳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해서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가 녹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 과학자들에 의하면 이곳 티벳으로 흐르는 강을 만들어주는 빙하가 10년 후에 모두 사라질 것이다.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농민, 어부, 유목민 등 주변 자연 생태계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티벳의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중국의 태도인데, 중국정부는 수자원 확보를 위해 댐을 건설하기로 하고, 70만 명의 티벳 유목민들을 새 정착지로 이주시켰다.

이 과정에서 이들 유목민들은 자신들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살던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주를 해야만 했다. 그러나 새로운 그들의 정착지에서 그들은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유목 생활에 필요한 ‘야크’라는 야생동물과 함께 유목생활을 했던 유목민들은 더 이상 유목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그들에게 어떠한 선택의 기회도 주지 않아서 국제사회에 비난을 받고 있다. 기후변화의 문제는 이제 단순히 환경사안을 뛰어넘어 인간이 자신들의 결정권을 가지고 살아갈 권리마저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 되고 있다.

너무나 가슴 아프게도,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들은 불행하게도 대부분 가난한 개발도상국이거나 최빈국에 속한다. 이들 국가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삶의 터전을 읽어가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몰디브와 투발루, 강수량 감소로 사막화가 심각해지면서 물 자원 전쟁과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의 수단과 케냐,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가 녹으면서 이주를 해야 하는 중앙아시아의 티베트, 잦은 홍수와 초대형 사이클론으로 전 국토가 비상사태 훈련을 받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방글라데시 등이다.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전선에서 감당해야 한다. 이 사람들에게 과연 잘못이 있을까.

당신의 기후부채는 얼마인가?

분명 현재의 이러한 상황은 정의롭지 못하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해서 국제 환경 NGO들은 최근 몇 년 전부터 기후정의(Climate Justice)와 기후부채(Climate Debt)라는 새로운 용어와 개념을 만들고, 선진국들이 후진국들에게 빚진 기후부채를 갚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정의 관점을 가지고 기후변화를 바라보면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들에게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엄청난 기후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그들에게 부채를 갚아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자, 우리는 어떠한가. 이산화탄소 1인당 배출량 12톤(전 세계평균 4톤), 이산화탄소 배출 세계 9위,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 OECD 국가 중 1위. 이것이 바로 한국의 상황이다.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우리는 과연 선진국인가. 개발도상국인가. 아니면 후진국인가. 나는 그들에게 기후부채(Climate Debt)가 있을까? 있다면 얼마가 되어야 하는가? 코펜하겐 당사국 총회 장에 참석한 모든 각국의 협상대표단들은, 기후정의 원칙을 반영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세계를 공정하고 평등하게 만드는 길이다.

글 : 손형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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