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놀던 300미터 호수가 사라졌다

2009.12.13 | 기후위기대응

[코펜하겐은 지금 ⑥] 기후변화 티벳 유목민들의 삶을 뒤흔들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15차 당사국 총회(UNFCCC COP15, 이하 COP15)’가 12월 7일부터 18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립니다.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최대 과제인 기후 변화 문제를 논의하는 COP15는 사실상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회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녹색연합과 공동으로 ‘코펜하겐은 지금’이라는 현장 기획 기사를 출고할 예정입니다. 녹색연합은 4명의 활동가를 현지에 파견했습니다.

티벳의 기후정의를 위해, ‘클리마 포럼(Klima Forum 2009)’ 현장에서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 15) 기간에는 전세계 NGO들의 기후변화 회의 클라마 포럼(Klima Forum 2009)이 동시에 열리고 있다. 클리마 포럼에서는 기후변화, 자연보존, 환경보존과 인권보호, 기후정의와 기후부채, 기후변화의 실패한 정책, 인류 공동의 미래 등 기후변화와 관련한 다양한 주제가 폭넓게 논의되고 있다. ‘티벳 사례에서 본 기후정의의 문제’ 라는 주제의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진행되는 벨라센터(Bella Center)에서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약 30분정도 걸리는 클리마 포럼 현장을 찾았다.

10 년 후 티벳고원의 히말라야가 모두 녹는다

티벳은 녹아내리는 히말라야 빙하로 인해 기후 불평등을 겪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이다. 티벳의 고원지대는 제 3의 극지대(Tibet Third Pole )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빙하가 많은 곳이다. 또한 이 곳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육지로 평균 고도가 4900m에 달한다. 그래서 세계의 지붕(the foof of the world)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기후 과학자들은 이곳이 전 세계 평균 기온 상승보다 4배 이상 온도가 올라가고 있으며 향후 10년 안에 이곳 빙하가 모두 없어질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미 지난 40년간 이곳 고원지대 빙하의 약 3분의 2가 사라졌다.(출처-Orville Schell: Thaw at the Roof of the World, 2009.9)



이 곳 빙하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최소 약 10억명, 약 10여개 나라의 식수원으로 사용되는데, 빙하가 사라지만 이곳 중앙아시아 사람들은 극심한 물 부족을 겪을 것이다. 기후변화로 전 세계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화두는 역시 기후정의이다. 왜 하필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와 고통은 이렇게 가난한 사람들에게 오는 것일까. 선진국들은 그들에게 얼마만큼의 기후부채를 지고 있는 것인가.

중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책, 유목민들의 삶을 뒤흔들다

현재 티벳 고산지대에 있는 티벳인들은 1998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이주 정책으로 인해 약 10여만 명이 강제이주를 당했다. 티벳은 역사적으로 약 90만명 정도가 새로운 정착지로 이주 당했는데 최근들어 기후변화 명목으로 이러한 이주 정책이 더욱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댐 건설’에 이르러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데, 댐 건설을 위해 해당 지역의 주민들을 이주시키면서 인권문제와 환경문제가 결합되어 점점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유목민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제로 이주당한 티벳인들은 새로운 ‘기후난민’이 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유목 생활을 하는 티벳 유목민들을 중국 정부로부터 새 집을 보상받았지만 유목 생활을 할 수 없는 그들에게 새로운 집은 의미가 없었다. 유목민들이 생계를 꾸려가는 ‘야크(티벳인들의 유랑생활을 하기 위해 기르는 야생동물의 일종)’ 를 더 이상 키울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생존수단이 사라졌다. 티벳은 고산지대이기 때문에 식물이 잘 자라지 않아 야크는 티벳인들에게 우유와 치즈를 제공해 온 중요한 동물이다. 티벳인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1차적 고통을 받고, 그나마 중국정부로부터 또다시 추가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티벳의 기후정의 문제에 관련하여, 녹색연합은 티벳에서 온 라마 노타(Rama Nohtha) 씨를 만나서 기후정의와 기후행동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라마 노타씨는 코펜하겐 회의에 참석하여 티벳에서 벌어지는 기후와 인권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서 8명의 동료와 함께 덴마크를 찾아왔다.

–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늘 진행된 ‘클리마 포럼(Klima Forum 2009)’에서 티벳의 상황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티벳상황을 한국인들에게 잠깐 전해주실 수 있을까요?

티벳은 제 3의 극지방(Third Pole) 이라고 불릴 정도로 빙하가 많은 지역입니다. 고도가 높아서 세계의 지붕이라고도 합니다. 과학자들이 그렇게 붙여준거죠. 이유는 북극과 남극을 제외하고 가장 깨끗한 수자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티벳은 현재 지구온난화로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연구결과 티벳의 빙하는 10년 안에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옛날부터 아시아지역의 10억명 이상이 이 빙하에서 흘러내린 물에 의존해 살아왔습니다.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 티벳의 기후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요?

제가 어렸을 때 놀던 노루논스(Norun zo) 라는 호수가 있었습니다. 폭이 한 300미터 정도로 비교적 큰 호수였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말았어요. 조금씩 줄어들더니 다 말라서 없어져 버렸죠. 그런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기후변화 문제는 티벳 전체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기후변화로 인해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가슴이 아픕니다. 그들에게는 책임이 없는데도 말이죠. 어떻게 생각하세요.

맞습니다. 전 세계는 기후변화 문제에 같이 대응해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같이 살아야합니다. 나만의 문제도 아니고, 당신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지구 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가족과도 같습니다. 지구 위에 사는 모두가 한 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해야 합니다. 그것이 같이 살아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티벳인들은 교육의 기회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왜 티벳인들이 고통을 당해야 하나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 발표 중에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 말이 나왔는데요. 중국과 티벳의 관계를 볼 때, 많은 어려운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중국이 현재 댐을 건설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 명목으로 티벳 유목민들을 10만명 정도를 이주시켰습니다. 그들이 오랫동안 살아왔던 곳인데도 말입니다. 사실 티벳을 비롯해서 중국에서는 환경이나 인간의 권리에 대해 주장하기가 어렵습니다. 유목민들을 이주시키는 과정에서 그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강제 이주 정책이 유목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 건지요?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가장 큰 잘못은 중국입니다. 중국은 유목민을 이주시키는 문제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야 합니다. 모든 유목민들이 그들의 운명과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티벳은 역사와 문화가 많이 발달해있습니다. 기후변화로 부터 적응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티벳인들의 의견이 반드시 반영되어야 합니다. 그들은 그들의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글 : 손형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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