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기후변화 무엇을 할 것인가?

2009.01.01 | 기후위기대응

CO2와의 위험한 동거 (조지 몬비오 지음, 홍익출판사)
핫 토픽: 기후변화, 생존과 대응 전략 (가브리엘 워커/데이비드 킹 지음, 조윤커뮤니케이션)

북극곰의 발밑에서 얼음이 사라지고 있다. 더 이상 헤엄칠 기력이 없는데, 내딛는 얼음 덩어리마다 산산 조각 부서지고 만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수영을 멈춘 곰은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같은 시간 나는 난방이 잘 된 방안에 앉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다. 지구가 말을 한다. 나의 일상생활이 북극곰을 죽였다고, 북극곰을 죽인 도구는 지금 당신이 배출하고 있는 이산화탄소(CO2)라고. 우리가 지극히 편안하고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면서 화석연료를 소비하면서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지구 저편에서 갑자기 살상무기로 돌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인식하고 살아갈까. 죽어가는 것은 비단 북극곰만은 아니다. 해수면상승으로 가라앉는 태평양 섬나라 사람들과 북극에서 사냥을 나갔다 얼음이 깨져 목숨을 잃는 이누이트 사람들은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다.

“미국 로키산맥에 서식하는 에디스의 체커스폿이라는 나비는 기온보다는 적설량을 기준으로 번데기에서 나오는 시간과 짝짓기 시기가 결정된다. 이 나비는 5~6월에 번데기에서 나오는 것이 보통인데, 록키산맥에 눈이 내리지 않으면서 4월에 일찍 번데기에서 나왔다. 나비는 꽃을 찾아 헤매다가 굶어 죽었다. 나비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부드러운 날개로 온 산은 오렌지빛 카펫으로 뒤덮였고, 몇 년 후 록키산맥 주위에서는 이 나비를 볼 수 없게 되었다. “ – 핫 토픽 , 56쪽 –

나비의 오렌지빛 날개로 무수히 덮인 록키산맥의 모습을 상상하면 색채의 마술사 ‘샤갈’의 그림이 떠오른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화려한 색감이 처연한 더욱 멸종을 강조한다. 이미 체커스폿 나비는 지구상에서 사라졌고, 그 다음은 누구인가. 인류가 종말의 맨 마지막을 장식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21세기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기후변화’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보가 흘러넘친다. 신문도 방송도 온통 지구온난화와 탄소이야기로 도배가 된다. 최근에는 이 지구적 재난이 경제적인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속에 ‘기후변화산업’도 등장했다. 넘치는 정보와 막연한 공포감 속에 이미 대중들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일들을 제대로 시작도 해보기 전에 ‘포기’하거나 ‘환경피곤증’에 빠져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기후변화 현상과 피해에 대한 무수한 나열이 아니라 그래서 우리가 지금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제시이다. 이 쉽지 않은 질문에 대해 조지 몬비오 <CO2와의 위험한 동거>와 가브리엘 워커․데이비드 킹 <핫 토픽: 기후변화, 생존과 대응 전략>은 우리에겐 다행히도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시간이 있으며, 자신들이 그 해답을 제시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얼마나 줄여야 하는가?

조지 몬비오는 2030년까지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90%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장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는 영국의 2050년까지 60% 감축보다 훨씬 높은 목표치이다. 그의 목표치에서는 에누리도, 정치적인 고려도 찾아볼 수 없다. 목표를 삼은 기준은 오로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현재보다 1.4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는데 있다. 2030년 온실가스 농도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계 인구가 1년에 27억 톤 이상을 배출해서는 안 되며, 1인당 탄소 배출량이 0.33톤을 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1인당 2.6톤을 배출하는 영국은 배출량을 87% 감축해야 한다. 같은 계산으로 현재 1인당 3.34톤을 배출하는 우리나라는 90%를 감축해야 한다. 그가 볼 때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교토협약에서 제시한 2012년까지 5.2% 감축은 너무 적은 양일 수밖에 없다.
가브리엘 워커․데이비드 킹도 지구온도 2도 상승이 마지노선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구상의 온실가스 농도가 450ppm CO2eq 이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강조한다. 오는 12월 폴란드 포츠난에서는 제 14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가 열린다. 2009년 의무감축 목표량을 설정할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세계는 온실가스를 누가 얼마나 줄일지를 의논한다. 교토의정서 비준마저 거부해온 미국이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으로 갑자기 입장을 선회하거나, 개발도상국으로 ‘발전의 권리’를 주장해온 중국과 인도가 온실가스 감축에 쉽게 동의할 것 같지는 않다. 모두들 반신반의하며 회의에 참석하지만 회의의 끝은 항상 알맹이 없이 항공기로 인한 온실가스만 잔뜩 배출하는 것으로 허탈하게 끝난다. 사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조지 몬비오의 말처럼 우리 모두가 기후회의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나오는 것을 원치 않는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너무 편안해서 잃을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모두들 나 아닌 누군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더 나서주길 바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국가의 온실가스 목표를 얼마로 설정할 것인가를 두고 논쟁이 일었다. 정부가 환경단체들에게 의견을 물었을 때, 환경단체들은 적어도 IPCC가 제시한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원론적으로 이야기 했을 뿐 결의에 찬 확신으로 목표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환경운동 또한 객관적인 과학적 사실보다 실현가능성과 정치적인 고려를 염두에 두었고, 실제 우리에게 다가올 기후변화 위기에 대해 말로만 떠들면서 제대로 된 기후변화대응 운동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음을 인정해야 했다.
그래서 조지 몬비오는 우리에게 지금 당장 일어나서 다리를 움직이라고 한다. 90% 감축은 낙관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과학적 지식과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재조합해 분야별로 감축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자유할당제, 형편없는 집, 계속 전등을 켜기 위하여, 재생가능에너지의 가능성?, 에너지 인터넷, 새로운 운송시스템, 사랑의 운행거리, 가상 쇼핑. 그가 제시하는 대안들의 키워드 이다. 무엇을 이야기할지 감이 오는가?

욕망을 제어하라

온실가스 90%감축의 답은 간단하다. “참으로 안타깝지만 엄격한 규제만이 우리가 섬기는 욕망이라는 신이 초래할 파멸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로 하여금 우리 삶의 방식을 바꾸도록 강제하게 만들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배출하는 탄소량을 제한해야 한다. 기후 변화는 지구적 현상이기는 하지만, 그 결과는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는다. 빈국과 작은 섬나라들이 가장 먼저, 가장 심하게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리서치 회사인 메이플크로프트가 전 세계 189개국을 대상으로 기후 변화로부터 영향을 받는 정도를 수치로 산출해 만든 보고서에 따르면,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이 기후 변화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타격을 크게 받을 나라는 지부티와 이집트였다. 지구상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한 역사적 책임이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이것은 마치 온실가스를 엄청나게 배출하는 미국과 유럽나라 사람들의 일상생활이 보이지 않는 망치로 지부티와 이집트 사람들의 집을 내려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가난한 나라들이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조지 몬비오는 지금 지구가 처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누구도 예외 없이 공평하게 똑같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전 세계가 매년 배출할 탄소 양을 결정하고, 그 수를 인구로 나누면 1인당 배출량이 나온다. 국가별 배당량은 인구에 곱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아주 가난한 나라들은 배출량을 늘여도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투명하고 단순한 개념이다. 역사적 책임을 명확하게 물을 수 없다는 단점은 있지만 공평하게 모든 사람이 1년에 똑같이 0.33톤 이하의 탄소만을 배출할 수 있다고 할 때, 현재 1인당 탄소 배출량이 5.5톤인 미국은 94%를 2.8톤인 독일은 88%를 감축해야만 한다. 이미 선진국들이 감내해야 할 몫이 크다는 것이다. 조지 몬비오가 제시하는 자유할당제는 죄수의 딜레마를 예방하면서도 최종적인 온실가스 목표를 달성하기 쉬운 방법이다.  

어떻게 90%를 줄일까?

핫 토픽은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나열해놓는다. “당신의 작은 노력이 세상을 바꾼다”고 이야기한다. 지역 농산물, 즉 푸드마일(food miles)이 적은 식품을 구매하고, 집안의 단열을 철저히 하며, 고효율 전구와 가전제품을 이용하고, 대기전력을 차단하는 것이다. 재활용을 생활화하고 보다 여유가 있다면 에너지 생산시설을 직접 설치해서 사용한다. 자동차와 비행기 여행을 줄이고, 선거에 참여해 기후변화를 위해 투표하라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해 이제 막 관심을 가진 사람이 읽기에 핫 토픽은 무난한 책이다.
반면 조지 몬비오는 집요하리만큼 온실가스 90%를 줄일 수 있는 실현가능성 있는 정책설계에 골몰한다. 가장 먼저 자기 집에서부터 시작한다. 2030년까지 모든 집이 절약형 주택으로 바뀌면 주택부문에서 90% 감축도 가능하다. 영국 사우스 런던 서턴(Sutton)에 자리잡은 베드제드 주거단지는 아예 건물 자체를 에너지 저소비형으로 지었다. 약 70여 가구, 220명이 살고 있는 이곳은 겨울철 난방이 거의 필요 없다. 벽 두께가 무려 30센티미터, 철저한 단열과 삼중창으로 패시브하우스에 가깝다. 기존주택에서 필요한 에너지의 10분의 1로 냉난방을 해결한다. 주택단지 지붕에 있는 닭벼슬 모양의 환기구를 통해 실내로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공급한다. 열교환기가 달린 이 ‘환풍기’를 통해 바깥의 찬 공기는 실내 더운 공기가 밖으로 나갈 때 그 열을 흡수해 따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난방효과를 낼 수 있다. 부엌에서 바로 전기와 가스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 계량기를 통해 집안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의 전력사용총량을 바로 보여준다. 전기 사용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경보가 울리기 때문에 대형냉장고와 텔레비전은 엄두도 못 낸다. 집 자체가 에너지 소비에 대한 욕망을 제어한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탄소포집 시설이 마련된 가스연소 발전소가 기존 전력의 50%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재생가능에너지의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붙어있다. 너무 낙관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경고이다. 환경운동가들이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로 송전망 연계와 에너지 저장, 불연속성에 대해 간과하는 측면도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면적, 효율, 식량과의 충돌 등 재생가능에너지가 확대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한계를 냉정하게 바라본다. 또한 최근에 확산되기 시작한 개념인 에너지인터넷을 통해 태양전지판, 수소보일러,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하는 소규모 발전시스템이 열과 전기를 공급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교통에서는 자동차 함께 타기, 재택근무, 자동차 없는 쇼핑, 대중교통, 자전거, 하이퍼카 기술과 전기 자동차를 이야기한다. 비행기는 이용을 줄이는 것 밖에 대안이 없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과도한 조명과 개방형 냉장고로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대형 슈퍼마켓을 온라인 판매에 기반 한 물류창고로 바꿀 것을 제시한다.  
조지 몬비오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 90%감축이라는 절대 절명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고안해냈다. 방대한 지식과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해 현실 가능한 방안들을 조합해 낸다. 그가 제시한 방식이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그의 비전은 온실가스 90%감축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그려진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다.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에너지 절약, 효율향상,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라는 커다란 명제만 반복해서 주장해왔던 것에 대해 반성이다. 환경운동가라고 하는 나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안들에 대해 하나하나를 단편적으로 판단해왔다. 탄소포집저장기술과 수소연료전지에 대해 환경과 기술적인 불확실성을 이유로 호불호를 따져 제외시켜왔다. 그 기술들이 온실가스를 저감하는데 어떻게 작용할지에 대해서는 깊이 따져보지 못했다.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을 뿐 실제 재생가능에너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적인 대안들에 대해 섬세하게 접근하지 못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수많은 대안들 속에서 각각의 선호도에 대해 판단했을 뿐, 우리의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정책들을 조합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다. 책을 읽으며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그저 지구온난화에 대해 한 입 훈수 두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었음을 반성해야 했다.

계속되는 논쟁 – 원자력과 탄소시장  

두 권의 책 모두 기후변화에 대한 안내서로 손색이 없지만 원자력과 탄소 상쇄에 대한 생각은 다르다. 가브리엘 워커․데이비드 킹은 원자력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기술의 발달로 원자력발전은 보다 안전해졌으며, 발생하는 폐기물의 양도 줄어들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반면 조지 몬비오는 탄소 포집 시설이 마련된 가스 연소 발전소가 대안이며, 원자력에 관해서는 선호목록 중에서 마지막에서 두 번째라는 표현을 썼다. 노천 광산에서 캔 석탄을 사용하는 발전 방법 바로 위로 두었다. 우라늄 채굴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인 피해와 사고발생가능성, 폐기물, 원자력업계에 팽배한 비밀주의, 어마어마한 원자력 보조금을 제쳐둔 채 단지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에너지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원자력을 선택한다면 기후변화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확장하는 탄소시장은 정말 기후변화로부터 우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가브리엘 워커․데이비드 킹은 탄소 가격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동기를 부여하고 결과를 가져오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저자들은 ‘이제 돈의 색깔은 녹색’이라고 말한다. 기업의 세계에서 기후 변화는 위험인 동시에 기회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조지 몬비오는 탄소배출권을 ‘면죄부’라고 비난한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지구인들의 선택은 다시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고파는 시장은 1997년 교토메커니즘에 의해 탄생했다. 유럽기후거래소(ECX)는 2005년 4월 문을 연 이후 20억 톤의 이산화탄소배출권을 사고팔았고, 거래액수로만 연간 50조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탄소시장은 매년 2배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는 탄소를 사고팔아 돈방석에 앉는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어내고 있다. 영국의 매슈 휘텔 기후변화거래소 기술총괄 담당자는 “시장이 기후변화로부터 지구를 구할 것이다”라고 확신한다. 탄소거래가 활발해 질수록 탄소를 줄이기 위한 관련 기술과 산업도 성장할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카본트레이드워치 활동가 케빈 스미스는 ‘탄소시장’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그는 2005년부터 가동한 EU 할당량거래 시장에서 영국정부가 각 기업이 배출할 수 있는 배출량의 한도를 과도하게 주는 바람에 오히려 석탄화력발전소 업자들이 남은 할당량을 탄소시장에 판매해 수입을 올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세계는 심각한 기후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인 에너지 문제 해결보다 탄소시장이 창출해내는 이익에 열광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구호도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서 나온 정책이다. 그래서 CDM을 비롯한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에 대해서 각국정부는 사활을 걸고 나섰다. 원자력은 원자력대로 확대에서 에너지 사용을 늘이고, 거기에 더해 재생가능에너지는 장식용으로 확대한다. 결국 2030년 우리나라 국민들의 전력사용량은 지금보다 50% 늘어난다. 기후변화대응과는 아주 거리가 먼 정책이다. 기후변화라는 위기마저도 경제적인 이익 창출의 도구로 삼는 것이다.

절망에서 일궈야 할 희망

세계는 지금 우리가 지금까지 대기 중에 방출한 이산화탄소만으로도 최소한 지구의 온도가 1도 가까이 상승할 것이며, 그에 따라 우리가 지금보다 더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사실은 애써 외면한다. 더워지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적응하는 일에는 돈을 투자하지 않는다. 당장 해수면 상승으로 위기에 처한 태평양 섬나라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왜냐면, 돈을 벌어들이지 않고, 돈을 써야만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현상은 지역에 따라 미치는 영향도 다르고, 그 나라의 경제적인 부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역량도 다르다. 네덜란드처럼 물에 뜨는 집을 지어서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나라가 있는가하면, 방글라데시처럼 흙과 짚으로 지은 집에서 살다 사이클론에 수만 채의 집이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리는 곳도 있다. 또한 한 나라 안에서도 사회적 취약계층이 더 큰 위험에 놓인다. 2003년 유럽 역사상 유례없는 폭염으로 인한 수십만 명의 사망자 발생, 2005년 미국 루이지애나지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참혹한 피해 등은 선진국이라는 유럽과 미국에서도 취약계층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과 수산업의 영향, 공장 노동자들의 건강피해, 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연구와 투자는 걸음마단계이다. 온실가스 저감 정책에 들어가는 예산의 10분의 1도 투자하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마련한 기후변화종합기본계획은 많은 예산이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원자력기술에 대한 R&D투자에 배정되어 있다. 싸워야 할 것들이 많다. 할 일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기후변화에 대항하면서 석유회사, 항공사, 부유한 국가의 정부들과만 싸우면 되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과도 싸워야 한다는 사실이다.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환경운동가들은 위선자들이기 때문이다. 환경운동가들 중 아무도 그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방식대로 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전의 다른 대중 저항 운동들과 달리 이 운동은 풍요가 아니라 내핍을 위한 운동이다. 더 많은 자유가 아니라 더 적은 자유를 위한 운동이다. 가장 이상한 것은 다른 사람들에 대항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대항하는 운동이라는 사실이다.“  – CO2와의 위험한 동거, 314쪽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산업과 경제, 삶의 양식 전반에 대한 반성이다. 처절한 반성과 자신을 돌아봄 속에서만 기후변화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의지와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점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이유진(녹색연합 에너지기후변화 팀장)

환경과생명 – 2008년, 겨울호 – 기고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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