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후변화 대책 제대로 세우고 있나?

2009.07.20 | 기후위기대응

지구 66억 인구가 너무 큰 사고를 쳤다. 이 거대한 지구의 온도를 지난 100년 동안 0.75도나 올려놓은 것이다. 지구온도 상승이라는 초대형 사고에 대한 해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간단하다. 지구의 온도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하고, 이미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의 온도는 더 올라가기 때문에 뜨거워지는 지구에 적응해서 살아야 한다. 바로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것과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

그래서 인류는 오는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를 통해 지구 전체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설정할 계획이다. 개도국은 선진국의 ‘책임을’ 선진국은 개도국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어서 목표 설정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모두들 지금 이 시점이 기후변화 대응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우리정부도 8~9월이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할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설정되고, 각 나라마다 감축량을 할당받게 되면 우리는 앞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에 살게 된다. 사회 구조가 우리 각자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책임을 지는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영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을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영국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80%로 줄여야 한다. 법을 집행하기 위해 5년 단위로 탄소 예산안도 세워야 한다. 영국 정부의 일관된 정책 의지는 지자체와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목표를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데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도쿄도는 2020년까지 총 에너지의 20%를 재생 가능 에너지로 바꾸고, 2000년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CO2) 발생량을 25% 감축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도내 대규모 에너지 소비자1300여 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철저한 에너지 수요관리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각 대상 사업장에 ‘5년 단위 이산화탄소 삭감계획’을 제출하고 매년 이행실적을 보고하도록 했다. 도쿄도는 기업이 제출한 계획서와 보고서에 대해 5단계 평가를 내리고, 그 결과를 도 홈페이지에서 공표한다. 도쿄도가 이렇게 각 건물별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규제하면서, 전력 사용량이 오히려 10% 줄어들었다.

올해 기후변화총회가 열리는 덴마크에는 에너지 자립섬이 있다. 삼쇠(Samsø) 섬. 안면도보다 조금 큰 면적에 인구 약 4,000명이 살고 있는 이 섬은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한다. 1997년부터 에너지 자립 프로젝트를 시작해 현재 풍력발전기와 바이오매스로 석유나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에너지 문제를 해결했다. 이렇게 재생가능에너지가 보조에너지가 아니라 에너지자립 도시의 핵심 에저지로 등장하고 있으며, 기후변화의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유럽의 기후변화대응정책은 ‘EU 기후변화ㆍ에너지 패키지(20-20-20)’로 대표된다. 1990년 대비 에너지 사용량을 20%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20% 늘리며, 이산화탄소배출량을 20% 줄이는 것이다. 수요관리와 재생가능에너지를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의 대안으로 삼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대응 정책의 핵심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국민들의 에너지 소비량은 2006년 대비 29% 증가하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 원자력발전 비중을 11.9%, 신재생에너지(수력, 폐기물 소각 포함) 비중을 9% 늘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밑그림부터 잘 못 그린 정책이다. 인류는 우리가 사용한 에너지와 상승하기 시작한 지구의 온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을 지는 가장 기본자세는 에너지 소비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국민들의 총에너지 소비량은 연평균 1.1%씩 꾸준히 증가해 2006년 233.4백만TOE에서 2030년 300.4백만TOE로 증가한다. 1인당 에너지 수요도 2006년 4.83TOE에서 2030년 6.18TOE로 늘어난다. 정부 스스로 에너지 공급중심의 정책을 버리지 못하고 있고, 정부가 이렇게 에너지 수요를 과다 예측해서 공급하는 한 국민들의 에너지 소비 중독은 치유될 가능성이 거의 없게 된다. 에너지 수요를 줄이지 않는 한 기후변화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는 것도 불가능하다.

정부는 자꾸 기후변화 시대 대안은 ‘원자력에너지’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원자력발전소를 2022년까지 12기를 더 건설해 기후변화에 대응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은 기후변화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 아니다. 기후변화를 막으려다 그 보다 더 큰 사고 위험과 세계 어느 나라도 영구처분법을 마련하지 못한 ‘고준위핵폐기물’ 문제를 떠안아야 할지도 모른다. 우라늄이 고갈 자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원전 건설과 폐기에 들어가는 돈을 재생가능에너지에 투자하는 것이 옳다.

지금부터라도 국민들에게 ‘기후변화’와 우리가 처한 ‘에너지위기’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국민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기회를 줘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에너지 소비를 줄일 것인지 아니면 지속해서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소를 12기를 더 짓는 것을 받아들일 것인지 말이다.

원자력비중의 확대는 공급중심의 중앙 집중적인 에너지체계를 고착화시키고, 비효율적인 에너지수급체계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재검토해야 한다. 공급위주의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낭비 구조를 더욱 심화시킨다. 우리는 에너지 과다소비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에너지소비를 현재 수준에서 동결시키고, 줄여가기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정부가 에너지 세제를 기후 친화적으로 바꾸고, 에너지 가격을 에너지 효율과 환경비용을 반영해 적정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에너지수요 관리를 위한 목표와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에 ‘적응’ 대책은 이제 걸음마 단계이다. 지난주 마라도 태양광발전소 조사를 갔다가 ‘푸른날개 팔색조’를 보았다. 날개 색깔이 정말 화려했다. 제주도에서는 이미 열대작물로 ‘열대시금치’ 재배에 성공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농업과 수산업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점점 더 증가하고, 기후변화 관련 질병도 증가추세이다. 2년 전 제주도에 불어 닥친 슈퍼태풍 ‘나리’처럼 이번 여름에도 얼마나 큰 재해가 발생할지 가늠할 수 없다. 우리사회에서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피해를 심각하게 입지 않도록 사회적인 안정망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우리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은 이런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 심각한 ‘기후변화’ 위기마저 ‘성장 동력’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일은 ‘원자력’이 알아서 해줄 것으로만 착각하고 있다.

[그린칼라 이코노미]의 저자 반 존스는 기후변화 위기에 우리에게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최대한 많은 종을 구하려는 ‘노아’와 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보통사람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식품, 폐기물, 물, 교통 다섯 가지 분야에 대한 대안정책을 제시한다. 특히 지역에 기반을 둔 에너지 효율개선 사업과 재생가능에너지에, 식품은 로컬푸드, 폐기물은 재활용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자고 주장한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정책을 만들면서 그 정책들은 ‘기후변화’라는 대안에 한발 다가가 있다. 오로지 산업 성장과 양적 확대만 쫓는 우리정부가 배워야 할 대목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저탄소 사회의 기본은 에너지 수요 관리와 효율화에 있다. 산업·교통·물류·건축 전반에 저탄소 사회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달성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해서 취약계층의 사회적 안전망은 더욱더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 ‘소통’할 줄 모르는 정부지만 환경진영에서 우리정부가 갖고 있는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문제들을 끈질기게 제기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 시대 ‘노아’의 방주에 탈 수 있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 국장)

환경정의 ‘우리와 다음’ 7월호 기고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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