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왕피천에서 멸종위기종 산양 올무에 걸려 죽어

2009.05.10 | 산양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 지정 3년, 아직도 갈팡질팡 운영 관리

녹색연합은 지난 5월 6일 12시경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을 답사하던 중 중림골에서 올무에 걸린 산양의 사체를 발견하였다. 발견 당시 산양의 털이 겨울털이라는 점, 살점이 이미 부패하고 뼈와 털만 남아 있음을 살펴보아 지난 12월에서 2월 사이에 죽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최대 생태경관보전 지역 내에서 이런 비극적인 일이 벌어진 것을 계기로 예산 확대 등 왕피천 관리실태 점검이 필요하다.



올무에 걸린 산양 사체가 발견된 중림골은 경북 울진군 서면 왕피리에서 경북 영양군 갈전리로 이어지는 곳이다. 사체 발견 장소가 중림골에서 약 200m 떨어진 초지대이기 때문에 물을 마시거나 풀을 뜯기 위해 내려온 산양이 올무에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산양 사체가 발견된 곳 주변으로 4개의  올무가 추가 발견되었고 멧돼지가 이용할 만한 목욕터가 있다는 점에서 멧돼지를 잡으려는 올무에 산양이 걸려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올무로 이용된 와이어의 상태와 매듭을 봤을 때 전문적인 밀렵꾼 소행으로 보인다.

멸종위기종 산양, 여전히 올무에 위협당해
산양은 천연기념물이자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1급에 해당되는 야생동물이다. 산양의 사체가 발견된 중림골은 2005년 지정된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 안에 있다. 생태경관보전지역 안에는 산양처럼 법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담비, 삵, 수달 뿐 아니라 멧돼지, 고라니, 노루와 같은 다양한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곳이다. 울진 왕피천 지역은 DMZ에 버금가는 야생동물의 낙원이다. 이곳은 산림청과 환경부의 관리 감독 아래 있는 곳이며 어떠한 밀렵과 수렵 및 채취행위가 금지된 곳이다. 이러한 지역에서 죽은 쥐 6개월 가까이 된 산양의 사체가 발견되었다는 것은 생태경관보전지역의 관리주체인 환경부의 관리 감독의 방만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지난 6개월간 밀렵꾼들 외에는 아무도 이 지역을 다녀가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환경부는 월악산에서 산양 증식복원을 하고 있다.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복원을 위해 온갖 노력을 쏟아 부으면서도, 정작 국내 최대의 산양 서식지라는 이곳에서는 산양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올무조차 수거하고 있지 않고 있다. 왕피천 환경출장소는 지난 2월 보전지역 밖에서 올무 수거를 한 번 했을 뿐 보전 지역 안에서 올무 수거 활동은 한 번도 펼치지 않았다.
현재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생태경관보전지역 안에 야생동물 포획을 위해 올무를 설치하면 징역 3년 이하 2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다른 일반 지역의 500만원 벌금형 보다 무거운 이유는 이곳이 생태경관보전지역이기 때문이다.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 3년, 아직도 갈팡질팡
왕피천 일대는 지난 2005년 10월, 국내 최대인 3천 만평(102.84㎢) 규모로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2003년부터 산림청, 환경부 등 관계부처 협의가 계속되었는데 결국 환경부가 이곳의 생태계를 잘 보전할 수 있다는 국무조정실의 조정 결과에 따라 환경부 관할 구역이 되었다. 왕피천은 산양, 삵, 담비 등 멸종위기종 1,2급 야생동물식물이 18종이 서식하는 맑고 아름다운 계곡과 산을 간직한 지역이다.
환경부는 지정당시 왕피천 기본계획(자연보전, 주민 지원, 지역사회 발전 등)을 수립해 10년 동안 17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구지방환경청이 왕피천 보전 협의회 회의 자료를 보면, 현실은 이에 1/10 수준의 예산만 편성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왕피천 감시원 채용 비용을 포함해 약 11억 원의 예산만 쓰였고, 09년 편성 예산도 10억 원 그치고 있다.
애초 기본계획에 포함되었던 하수관거, 상수도 시설 등 예산이 많이 드는 사업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 보전지역 내 거주민들이 보호지역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지역주민과 함께 보전지역을 지키기 는데 앞장서도록 하기 위한 계획이었으나, 위의 계획이 추진되지 못하면서 지역 내에서 생태경관보전지역 지정이 지역 발전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느끼고 있다.

더 우려가 되는 것은 올해부터 본격 추진되는 왕피천 생태관광이다. 최근 생태관광의 흐름을 타고 왕피천도 생태관광이 적극 추진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탐방 대책은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이번 산양 사체가 발견된 곳도 왕피천 상류 지역으로 핵심 구역 일부다. 그러나 핵심구역이나 완충 구역 모두 출입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밀렵꾼들 통행을 제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외국의 경우, 핵심 구역은 보통 학술 연구, 조사 활동의 목적에만 개방하고 있고 국내 국립공원 지역에서도 생태계가 우수한 지역은 탐방 예약제, 예약 가이드제 등을 실시하고 있다. 왕피천 지역에도 이런 단계별 탐방 대책 도입이 고려되어야 한다.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 지정 3년, 국내 최대 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환경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체계적인 운영 관리가 절실하다.

2009년 5월 9일
녹 색 연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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