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커튼으로 더위 넘어서기

2013.07.23 | 행사/교육/공지

 

 

성북동 녹색연합본부는 에어컨 없는 여름을 살며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3층에 있는 작아, 녹색연합 에너지기후팀, 녹색사회연구소는 뜨거운 여름 사무실의 절정을 겪고 있습니다. 올 여름, 에너지기후팀과 작아는 베란다 쪽에 ‘녹색커튼’을 직접 해보기로 했습니다. 33도 넘는 사무실 온도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여름은 견디기 어려운 더위를 타고 넘어야 합니다. 특히 옥상을 머리 위에 이고 있는 3층 사무실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위에서 달아오른 열기, 통유리를 통해 열풍이 뒤섞이면 찜통상태가 됩니다. 두어 개 있는 선풍기에서조차 더운 바람이 나옵니다. 이쯤에서 여름나기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시간이 됩니다. 피할 수 없다면 어느 정도 더위에는 익숙해지고 몸을 길들여야 합니다. 선풍기 30대를 동시에 켜놓은 정도의 핵전기를 먹고 쏟아내는 에어컨 바람은 대안이 아니니 말입니다. 몸으로 견디는 여름나기를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찾습니다. 찬 물성을 가지고 있는 소품을 동원합니다. 의자에 대나무 방석을 깔고, 바닥에 작은 대나무 돗자리를 놓고 맨발로 있으면 시원한 느낌을 줍니다. 슬리퍼도 대나무나 갈대로 엮은 것으로 바꿉니다. 바람이 잘 통하고 찬 기운이 있는 인견이나 마 같은 섬유로 된 옷을 입습니다. 가능한 공기 순환을 위해 천정 선풍기를 부드럽게 돌리고, 공기가 들고 나는 대각선으로 선풍기를 틀면 빠른 기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공기 흐름만으로 전체 온도를 떨어트리는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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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에 직접 닿는 햇살이 실내온도를 꾸준하게 올려 커튼이나 차양 막을 치는 것으로도 온도를 2, 3도 가량 내릴 수 있습니다. 창가에 넝쿨식물로 만든 초록커튼이라면 더더욱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실내로 들어오는 열기를 막을 수 있습니다. 초록커튼은 대체로 빨리 자라는 넝쿨식물이 좋습니다. 특히 여주는 넝쿨이 튼튼하고 왕성하게 가지를 뻗어 효과 있는 그늘을 만들어 줍니다.

여주와 비슷하게 자라는 잎이 큰 수세미로도 좋은 초록커튼을 만들 수 있고, 박 넝쿨이나 호박넝쿨, 오이 넝쿨로도 효과 있는 그늘을 만들 수 있지만, 다른 식물보다는 덩치가 큰 식물이라서 화분도 몇 배 더 커야 하고 물이 많이 필요한 식물이라 공간에 따라 관리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선 여주 모종을 구하려고 여러 곳을 들렀으나 파는 곳이 없어 포기하려다가 우연하게 마지막으로 들른 곳에서 모종 6개를 구해 화분에 옮겨 심고,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나팔꽃 넝쿨은 지난해 텃밭 위로 떨어져 자란 작은 넝쿨을 화분에 옮겨 심었습니다. 지난해 받아둔 풍선덩쿨 모종도 옮겨 놓고, 빠르게 자라는 편인 넝쿨콩 종류인 채단콩과 이팥 모종도 화분에 옮겨 심었습니다. 타고 오를 수 있는 삼끈을 통유리 창문 아래쪽에서 비스듬히 타고 오르도록 처마 끝까지 10센티미터 간격으로 연결하고, 그 아래 넝쿨식물들을 가지런히 놓았습니다. 지금은 넝쿨이 30, 40센티미터 정도 자랐지만 본격 뜨거워지는 7월 중순께는 창문을 다 덮을 정도가 될 것입니다. 여름살이는 더위와 길동무로 함께 걷는 때입니다. 10도 넘게 안과 밖의 차이를 만드는 에어컨은 여름을 왜곡하고, 지구별과 함께 몸도 망가트린다는 것을 기억할 일입니다.

 

글. 김기돈. 작은것이아름답다 편집장 <출처 : 녹색희망 7,8월호 (no.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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