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차없는 날] 대중교통 복지보다 부러운 것은?

2013.09.09 | 행사/교육/공지

2013년 1월 우리 가족은 1년간의 캐나다 생활을 마치고 인천 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비교적 느긋하고 여유로웠던 캐나다에서와는 달리 한국으로 돌아왔음을 실감하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큰 가방 네 개를 든 우리는 콜 밴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붙어있는 택시를 탔다. 목적지와 가격을 미리 흥정하고 공항을 나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가족 모두는 불안에 떨어야 했다. 택시는 시속 120km에 육박하는 속도로 이리저리 차선을 바꿔가며 돌진하듯 달렸다. 우리가 항의를 하면 마지못해 속도를 늦추는 듯 하다가 다시 과속을 일삼았다. 목적지에 도착한 기사는 거리가 생각보다 멀었다며 애초 약속과는 달리 웃돈까지 요구했다. 오랜 비행에 지친 터라 약간의 실랑이로 웃돈을 적당히 주고 집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내 경험은 매우 특별한 것이었거나 혹은 그날따라 약간의 운이 없었던 것이었을 수도 있다. 짧은 캐나다 생활을 하면서 매우 부러운 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대중교통 복지였다. 내가 머물렀던 밴쿠버는 버스와 우리의 전철에 해당하는 스카이 트레인, 택시, 수상 택시 등 대중교통이 매우 잘 발달된 곳이다. 버스를 이용할 때 나는 우리와는 다른 두 가지 사실을 유심히 살펴본 일이 있다. 하나는 버스비를 내지 않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었다. 이들은 대개 복지 차원에서 버스비를 지원받는 계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무상 의료와 교육을 토대로 펼쳐지는 캐나다의 복지 혜택은 경제 사정으로 다소 축소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로서는 부러운 부분이다. 이방인인 나 역시 방문 대학의 초청장이 있어서 갑작스런 눈 수술을 비롯한 여러 차례의 진료와 치료 과정에서 무상 의료 혜택을 톡톡히 보았다.
이러한 물질적인 혜택 이상으로 내가 놀란 것은 버스 운전자와 승객들의 일상적인 여유에 있었다. 밴쿠버는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많고 자전거 도로도 잘 발달되어 있는데 승객 중에는 더러 자전거를 가지고 타는 사람들이 있다. 자전거를 타다 버스를 이용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은 버스 밖 정면부에 마련된 거치대에 자전거를 묶고 버스를 탄다. 버스를 타거나 내릴 때 이들에게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승객들은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휠체어를 타고 버스에 오르는 승객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들이 탈 때는 버스 출입문이 도로 표면에 근접할 수 있도록 차체 높이를 최대한 낮춘다. 그리고 운전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휠체어를 부축하고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한 뒤 차를 출발 시킨다. 그러는 사이 일부 승객이 돕기도 하지만 누구하나 시간 지체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단순한 사례에 불과하지만 일상에서의 여유와 약자에 대한 배려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복지 혜택은 그들의 국토가 넓은 반면 인구는 적고 자원이 풍부한 데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이러한 복지 서비스를 우리 사회에 곧바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일상에서의 여유와 타인에 대한 배려는 반드시 경제력에 비례하는 것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 타인과 공동체를 위한 배려는 하나의 문화로 그들에게 뿌리내린 듯하다.
우리의 경우 대중교통 시스템은 계속해서 변화고 있다. 그 궁극적인 방향은 이용자의 편의를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 적어도 서울에서 대중교통의 편의성은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되었다. 다만 그것을 이용하는 문화가 개개인의 편의 증진에만 그치고 있는 것인지, 나의 편의만큼 다른 사람의 편의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지는 조금 더 지켜볼 일인 것 같다.

글 / 권내현 녹색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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