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회원이 추천하는 가을에 읽기좋은 책 1

2013.10.22 | 행사/교육/공지

녹색연합 회원들은 보통 어떤 책을 읽으실까 늘 궁금했습니다.
녹색연합 회원이 추천하는 가을에 어울리는 책 7권을 소개합니다.

소금꽃나무 [소금꽃나무] / 김진숙 지음 / 후마니타스 펴냄

녹색연합 7년차 회원 강진철입니다. 대학에서 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요즘 양천구에 사는 녹색연합 회원친구들과 함께 책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함께 책읽기 하실 양천구 회원님,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한진중공업, 35m높이의 크레인에서 309일간의 고공농성, 희망버스를 아십니까? 예!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건들입니다. 그 사건의 중심에는 ‘김진숙’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분을 노조활동가로만 알고 있겠지만 <소금꽃나무>라는 책을 낸 저자이기도 합니다. 내가 어쩌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책을 여기저기 선전하고 싶어 안달이 났었습니다.

그녀는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 이런저런 일을 닥치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고 일찌감치 노동현장에 뛰어들어 남자들도 힘들다는 용접일을 여성 최초로 배워 한진중공업에서 일을 했어요. 악착같이 그렇지만 모범적으로 일하던 그녀는 그 현장에서 노조일 때문에 짤리고(!) 나서 민주노총 부산지부에서 지도위원으로 일했었습니다. 그 때 노조소식지를 만들면서 쓴 글들을 묶어 낸 책이 바로 <소금꽃나무>입니다.

‘소금꽃나무’라는 것이 실제 있나요? 한진중공업에서 노동자들이 아침에 조회를 서는데, 앞의 아저씨들의 등짝에 하나같이 허연 소금꽃이 피어 있었지요. 그것이 마치 소금꽃나무 같아서 저자가 가져다 붙인 이름입니다. 비지땀을 쏟아낸 힘든 노동 속에서만 피어날 수 있는 꽃나무이지요! 이 책을 읽노라면 이 땅의 노동자들의 현실을 현장에서 직접 겪으며 사측과 싸워 온 저자의 불굴의 투지에 감동하고, 어떻게 이리 글을 잘 풀어내는지에 놀라게 됩니다. 이 책은 척박한 노동현장의 현실을 실감나게 전해주고 있어 노동자의 힘겨운 현실에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책입니다. 답답한 현실을 타개하고자 목숨을 끊어야 했던 노동자들에 대한 추도사들이나 구속되었던 저자의 항소이유서는 깊은 슬픔으로 다가옵니다. 그 슬픔을 함께 나누고 희망을 찾고자 많은 분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었지요!

이 책은 저자의 고공농성 전인 2007년에 세상에 나왔지만 그 전이나 지금이나 노동현실에서는 크게 변한 것이 없는 것 같아요! 노동현장이 변하여 2007년 이전의 얘기는 흘러간 얘기가 되어야 하는데 말이지요. 참! 그 분은 10년 전에 함께 일했던 두 동료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로는 죄책감에 8년 동안 보일러를 틀지 않고 겨울에도 찬물로 머리를 감았다네요. ㅠ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노동인데, 노동문제 자체가 신자유주의적 경향에 휩쓸려 설 땅을 잃어버리는 상황에서 이 책은 노동문제를 제대로 제기해주는 귀중한 책입니다.

[작가들의 연애편지] 김다은 엮음 / 생각의 나무 펴냄 5029447-99mandu

아직은 새내기 회원 진병우입니다. 최고의 월동준비는 바로 ‘연애’지요.^^ 누군가에게 작업중(?)이시라면 이 책을 참고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차를 덖듯 도시를 덖어내면 열기는 미안한 마음에 약을 발라준다. 파란약, 빨간약, 노란약. 색이 선명해지는 건 월동 준비의 신호다. 곧 추워질테니 따뜻한 무언가를 준비해야한다. 사랑이 필요하다고 가슴이 졸라댄다. 여기저기 감성이 터져 흐르고 안절부절 못하는 마음을 달래주지 못하는 이는 미봉책으로 책을 든다. 언제 올지 모르는 사랑에 오분 대기 중인 셈이다. 그래서 책은 사랑으로 그득하다. 작가들은 오늘도 사랑을 연구한다. 감성의 구석구석을 후벼 파기 위해 골몰한다. 그렇다면 작가들의 실제 사랑은 어땠을까. 프로들의 연애편지를 훔쳐보고 싶다.

흔히 기적은 없다고 말들 하지만 나는 당신을 통해서 매 순간 기적을 체험합니다. 이 광막한 우주 공간, 인간으로서는 헤아릴 수도 없는 영겁의 시간 속에서 같은 별, 같은 나라, 같은 시대에 태어난 우리.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기적이지요. 그런데 어느 한 순간 우리는 부딪쳤어요. 각각 다른 별자리에 외로이 붙박여 있던 별들이 부딪치듯이 극적으로.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알아보았어요. 이보다 더한 기적이 있을까요?

소설가 권현숙의 ‘순간 속의 순간’ 중

이 책은 소설가 김다은이 삼년동안 작가 27명의 연애편지 삼십여 편을 엮었다. 시 같은 연애편지부터 소설 같은 연애편지까지 그들만의 은밀하고 애틋한 이야기를 훔쳐보다보면 어느새 주위에 사랑의 향기가 퍼져있다. 그리고 깨닫는다. 사랑은 무한히 아름답고 진심은 영원히 통한다는 걸. 표현방법은 달라도 그 순수한 뿌리는 작가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걸.

inventing humam right [인권의 발명] / 린 헌트 지음 / 돌베개 펴냄

야생동물을 좋아하는 녹색연합 회원 서미선입니다. 동물권에도 많은 관심이 있어요. 동물권 이야기에 앞서 인권이 공감대를 얻게된 역사를 곰곰히 살펴보았습니다.

“우리는 자율과 평등의 이념을 인권과 결부하여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이것들은 18세기에 비로소 영향력을 얻었다.”

「인권의 발명」은 프랑스 혁명사에 조예가 깊은 린 헌트 교수가 18세기 프랑스에서 어떻게 인권이 자명한 권리가 되었는지를 조망한 책입니다. 이전에는 계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가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인권은 점차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리는 보편적인 권리로 확대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죠. 이 과정에서 인권이 자명성을 얻게 되면서 사람들에게 ‘발명’되었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주목한 발명의 방법은 서한소설의 등장으로 인한 타인과의 공감대 형성입니다. 마치 실제 인물처럼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편지를 읽으며 유럽의 독자들은 등장인물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이 인권의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 공감이 당시엔 당연시 되었던 죄인의 고문이 잔혹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느끼게 해주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고문은 점차 폐지가 되고 한편으로는 고문 받지 않을 권리보다 더 나아간 인권에 대해 자각하게 된 지식인들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결국 프랑스의 국민의회는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을 작성하여 선포하게 됩니다. 1948년에 의결한 유엔의 진보적인 「세계 인권 선언」에까지 영향을 미친 선언이 말입니다. 감정은 자주 부정적인 것으로 묘사되곤 합니다.

일례로 동물권을 수호하려는 노력은 가식적인 동정일 뿐이라는 말로 비판을 받기도 하죠. 그러나 감정과 공감은 인간의 시야를 넓혀주는 귀중한 자산입니다. 감정이 인간의 역사에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숙고해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세세하고 쉽게 쓰여 있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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