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회원이 추천하는 가을에 읽기좋은 책 2

2013.10.22 | 행사/교육/공지

200509100022 [문화로 읽는 세계사] / 주경철 지음 / 사계절 펴냄

김영해 회원입니다. 대학에서 자연과학 분야를 가르치고 있지요. 과학자가 본 역사의 흐름, 문화의 변화는 참 흥미롭습니다. 지금 사회는 미래에 어떤 눈으로 비춰질까요?

제가 자연과학에 발을 들여놓은 지 벌써 40년이 지났군요. 과학사는 인간이 어떻게 자연 현상에 도전하고 그 때까지의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던 체계에 의문을 품고 이를 합리적으로 변화시켜나간 과정이라는 인식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과학이 아닌 문화나 역사를 지배하고 있는 보편적 법칙이 있을까? 이 법칙이 존재한다면 무엇일까? 그리고 역사가 앞으로 나가기만 하였을까? 역사의 변화는 모두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을까? 이런 의문이 생겼고, 과학서적이 아닌 교양역사서를 뒤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중 하나가 소개하려고 하는「문화로 읽는 세계사」입니다.

이 책은 시간의 흐름을 따라 총 35개의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소수에게만 주어진 자유가 문화가 시작된 시점부터 있었고, 오랫동안 이런 불평등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다가 이성이 중요시되면서 점점 자유가 모든 사람에게로 확산되고 있다는 관점에서 쓰여진 책입니다. 종교 권력과 결탁한 정치권력은 그들이 지배하는 영역에 거주하는 모든 백성들을 억압하며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사상과 종교를 강요하였고 이를 위하여 백성들에게서 새로운 지식을 익힐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였습니다. 이는 제국주의의 확산으로 부를 축적한 평민들이 본인들의 힘을 깨닫기 시작한 근대부터 점차 흔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본 책에 수록된 35개의 사건들 중에서 ‘마녀사냥’은 여러 면에서 참 흥미롭습니다. 마녀사냥은 16세기와 17세기에 걸쳐 유럽과 미국에서 일어나 사회에 큰 악영향을 준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 대한 견해는 무수히 많지만 대체로 중세에 모든 생활을 지배하던 카톨릭의 권위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위기를 느낀 종교계가 국가 권력과 결탁하여 이질 분자들을 제거하려고 한 사건이었다는 견해가 가장 설득력이 있습니다. 사실 지배층의 시각으로 보면 백성들 중에 체제를 부인하고 벗어나려고 한다는 것은 본인들의 안전에 큰 위협이 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요!

책에 기술된 표현을 빌리면 백성들 중에 일부는 지배층이 믿고 있는 기독교 대신 이슬람교를 믿는다든지, 금지된 이단에 빠진다든지, 무당을 믿으며 성직자들에 의하여 기름부음을 받은 국왕을 따르지 않는다면 권력층에게는 큰 위협이 되겠지요. 그들은 모든 백성들이 기독교를 믿고 같은 사상을 가져야하며, 하늘에서 인정한 국왕을 잘 따르기를 강요하였습니다. 마녀사냥의 궁극적으로 이룬 것이 비로 이것입니다. 그리고 마녀라는 말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여자들이 모이는 것 역시 경계의 대상이었습니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짐작할 수 없지만 당시 여자들은 자식 특히 대를 이을 아들을 낳는 도구에 불과하였습니다. 이렇게 부당한 대우를 하면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행동을 하면 가차 없이 마녀로 몰아 화형에 처하였지요. 프랑스를 영국의 지배에서 구원한 유명한 잔 다르크도 치마 대신 바지를 입고 남장을 하였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마녀로 정죄되어 화형을 당하였습니다. 사실 잔 다르크는 간수를 위시한 일부 몰지각한 남자들의 성추행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남장을 한 것에 불과하였지만 근본적으로는 출신이 불확실한, 그것도 여자가 나섰다는 것 자체가 눈에 거슬린 것이겠지요.

마녀사냥을 불순분자를 제거하고 일사불란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성이 지배하고 있다는 지금까지도 일종의 마녀사냥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잘못된 편견에서 비롯한 유대인의 학살입니다. 독일의 정권을 손에 넣은 히틀러가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내세운 것이 유대인 학살로 이어진 일련의 사태였고 많은 독일인들이 이에 부화뇌동하여 대참사를 만든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현상은 어느 정도 민주화가 이루어진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본인들의 이익을 특히 경제적 정치적인 이익을 위하여 사실을 왜곡하고 다른 나라에 아부하며 갈등을 부추기는 행동을 서슴치 않는 무리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리고 성장일변도의 정책에 매달리고 있으며 그 결과로 발생한 과도한 에너지 소비 및 환경 파괴에는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이런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합니다.

moon[맨 발] / 문태준 지음 / 창비 펴냄

녹색연합 회원 인현진입니다. 글을 쓰고 있습니다. 가을엔 뭐니뭐니 해도 ‘시’죠?

아, 아깝다. 좀 더 천천히, 좀 더 느리게 보낼 수는 없는 것일까?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이 휙휙, 지나가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아까운 일이다. 가을 하늘을 안방 삼아 배를 깔고 천천히 기어가는 구름처럼 이 시들은 천천히 소리 내어 읽어야 제 맛이고, 느리게 한 줄 한 줄 손으로 써야 제 맛이다.

이 시를 소리 내어 읽으면 바쁘게 걷던 걸음을 멈추고 신발도 벗고, 양말도 벗고, 오롯이 맨발로, 땅의 감각을 느끼고 싶어진다. 소리가 되어 공중으로 날아올랐던 시가 날개를 접고 가슴으로 날아 들어온 순간, 꽃 한 송이에도 자리를 내어주고, 바람 한 줄기에도 다정한 시선을 보낸다.

그의 시를 읽다보면 가빴던 호흡이 가지런해지고 다시 깊은 숨을 쉬게 된다. 다른 먼 우주가 아니라 이 땅 위에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를 보고 있는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나 지구적인 그의 시를 단지 감탄만 해서 무엇 하랴. 가을 공기와 함께 깊이 들이마시며 음미하는 수밖에. 천천히, 천천히. 느리게, 느리게.

 

한 호흡

문태준

꽃이 피고 지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고 부르자

제 몸을 울려 꽃을 피워내고

피어난 꽃은 한번 더 울려

꽃잎을 떨어뜨려버리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고 부르자

꽃나무에게도 뻘처럼 펼쳐진 허파가 있어

썰물이 왔다가 가버리는 한 호흡

바람에 차르르 키를 한번 흔들어 보이는 한 호흡

예순 갑자를 돌아나온 아버지처럼

그 홍역 같은 삶을 한 호흡이라 부르자

 

the energy of slaves[에너지노예, 그 반란의 시작] / 앤드류니키포룩 지음 / 황소자리 펴냄

녹색연합 회원 박휘서 입니다. 아직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에너지 문제에 관심있다면 이 정도는 읽어야지요.^^

당신이 산 속 조용한 암자에서, 장작을 떼며, 소를 이용하며, 마치 조선시대에서 볼 법한 삶을 산다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만든 괴물 같은 노예의 실상을 바라보기 위해 이 책을 펴야 한다. 특히, 생태환경에 관심이 많은 녹색연합 회원이라면, 조심스럽지만 필독서로 이 책을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흥미롭게, 고대 로마제국시대부터 19세기 미국 대통령 링컨의 노예해방선언이 나오기까지, 인류의 노예사(史) 전반을 정리하면서 시작한다. 그러면서 노예들의 노동을 단순히 착취와 억압당한 휴머니즘적 접근이 아닌, 이들의 역할이 사회에서 필수 에너지원이었음을 분석한다. 이러한 노예제도가 사라질 수 있었던 데에 저자는 사회 구성에 필수적인 요소인 노예제도가 사라진 전환점에 인간이 아닌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는 에너지원으로서 화석연료의 등장이 있었음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 화석연료가 인류의 노예를 자처하면서 벌어진 실상에 대해서 낱낱이 보고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 노예제도의 종말의 예언하며, 그 종말에 대해 현대 사회는 전혀 대비를 못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석유 산업이 생태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인지하거나 목도하면서 경계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 산업이 현대 사회에서 어떠한 위치에 있으며,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또한 그 산업을 통해 창출되는 에너지가 사회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에 대한 포괄적 고민들은 너무나 적다. 전기 에너지와 같은 현대 생활과 밀접한 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꾸준하게 갖고 있다 할지라도, 사회의 동력으로 활용되는 에너지에 대한 고민은 아직까지 미미하다. 이러한 무관심에 대해 저자는 냉철하게 독자들에게 경고한다. 현대 생활을 영위하는데 당연시여기는 모든 것들이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그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고, 이를 줄여야한다는 것을 강력하게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사회적으로 활용되는 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고민을 하는 독자들이 늘어나길 소망한다.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 오래된 미래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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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5년차 회원 이규화입니다. 성찰하는 야생의 삶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읽어보시기 권합니다.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는 헨리데이비드 소로우와 수도사 블레이크가 주고간 13년간의 편지를 책으로 엮은것으로 현재는 블레이크가 보낸 편지는 유실되고 소로우가 블레이크에게 보낸 편지만이 남아있어 그의 내면과 사상을 좀더 진실하게 들여다 볼수있는 내용의 책이라 할수 있다.
월든 호숫가에서의 성찰로 유명한 자연주의 사상가 소로우 그는 진정한 인간의 길을 찾아 걸었던 한 개인이었고 굳이 사상가나 철학가라고 말한다면 자연주의이자 자유주의 사상가라고 해야 정확할 것 같다. 1800년 중후반에 미국 콩코드 부근에 살았던 사람으로 인간의 정신적 측면을 우주와 자연 속에 인식하여 깨어있는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그를 이야기 하자면 정신적인 측면을 강조하기에 정적인것 같지만 자연과 우주속에 자신을 둔 진정 야생적인 사람이었고, 하버드를 나와 아버지의 사업에서도 일가견을 이루지만 호숫가로 들어가 본질적인 삶을 살아보기로 한 실험적이고 모험심이 강한 이였으며 은둔자 인것같지만 생계를 위해 먹을 것을 살만큼의 측량 일을 했고 확고히 깨어있는 삶을 추구하면서도 사회생활에서는 그에 맞게 시람들과의 관계도 잘 유지 하며 한때 형과 함께 대안학교를 세우기도 했다. 자연에 대한 강의도 다녔으며 그가 옳다고 생각하고 사람들이 알기를 바라는건 확고하게 글로써 남겼다. 그가 호숫가로 가서 오두막을 짓고 살기도 하고 삶의 목표를 사회속이 아닌 자연과의 조화와 정신을 탐구에 둔 것이야 말로 진정 인간다운 적극 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라는 걸 알 수 있다.

소로우는 또한 자유와 정의에 대한 고집도 쎄서 인두세의 부당함을 이유로 “불합리한 시대에 정의로운 사람이 갈곳은 감옥밖에 없다” 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며 철창에서 야영도 했으며 (실로 그가 감옥에서 느낀 점을 글로 쓴걸 보면 그는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야영을 한 것에 불과한 것이리라) 이는 자연과 자유에 대한. 올바르면서도 확연힌 인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도의 간디와 남아공의 만델라가 그의 사상에 영향을 받았다고 했듯 많은 자유주의 자들에 영감을 주었고 어느 종교 지도자나 성인 못지 않은 깨어있는 삶을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로우의 정신과 에너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하지 않나 싶다. 왜냐하면 모든 선각적사상이 그렇듯 인간의 의식이 발전할수록 그에 맞는 사상이 더 가치를 인정받듯이 오랜 시간 뒤의 이야기겠지만 언젠가 사람들이 자연과 인간과 우주에 대한 인식을 더욱 명확히 깨닫는 날. 소로우의 정신을 올바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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