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녹색통신 2] 시민의 힘으로 이루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2014.03.01 | 행사/교육/공지

햇빛이 적어도 생산량이 늘고 있는 지붕위의 태양전력
바람과 태양, 물과 바이오매스.
고갈될 우려도 없고, 별도의 사용 청구서를 보내 오지도 않으며, 전쟁을 부르지도 않는 깨끗한 자연에너지원.
독성이나 기후재앙을 일으키는 물질을 배출하지도 않고, 수만년 방사되는 죽음의 물질도 발산하지 않는 에너지.

에너지 전환이란 개념은 1980년 독일 생태연구소 (Öko-Institut) 가 <에너지 전환 – 석유와 우라늄 없는 성장과 복지 >란 책에서 거론하면서 독일 사회에 첫 선을 보이게 된다. 이후 사회적 담론으로 안착, 누구나 언급하는, 거부할 수 없는 보편적 지향으로 자리매김 한다. 이는 석기시대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원전국가로 남을 것인가? 몰아대듯 둘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받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가기 위한 시도였다.

그렇게 <바람과 태양 – 재생에너지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 >는 모토로 독일은 화석연료와 원자력으로부터 탈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12년 말, 독일 내 전체 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12.7%이다. (우리나라 3.2%) 이 중 전력분야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3.5% 에 달하며, 수력 15.6%, 풍력 33.8%, 태양광 20.6%, 바이오 매스 30%, 기타로 구성되어 있어, 풍력과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는다. 열 분야에서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10.2%이고, 수송 분야에서는 5.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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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Quelle:독일연방환경부 BMU – E I 1 nach Arbeitsgruppe Erneuerbare Energien-Statistik (AGEE-Stat); Stand: Februar 2013; Angaben vorläufig

아래 그래프를 보면,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된 전력량은 2000년을 기점으로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는데, 이 해에 재생에너지법 (EEG)이 제정되었다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의 연립정부 – 적녹연정 시기). 이 법은 재생에너지사업자에게 재생에너지원으로 생산되는 전력에 대한 고정된 가격을 장기적으로 보장함과 동시에 기존 전력먕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서, 재생에너지 생산과 공급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1990년 친환경전력 비율은 3.1%에서 2012년 22.9%로 상승했다.

<친환경 전력 생산량 전개곡선 1990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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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태양광, 연두색: 바이오 에너지, 하늘색: 풍력, 파란색: 수력 *출처 : 독일연방환경부 2013

또한 1990년부터 200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은 두배로 증가하지만, (1990년 1.9%에서 2000년 3,8%) 이 법에 힘입어 성장을 거듭, 2012년 (12.7%)에는 6배로 상승한다.
물론 재생에너지법(EEG)는 어느 날 갑자기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깨달은 국회의원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70년대부터 독일에서는 핵발전소, 핵폐기장, 핵재처리시설, 핵폐기물수송 반대운동이 강하게 형성되어 있었다. 이 원자력반대운동은 에너지절약을 강조하고 대안에너지를 위한 재생에너지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함께 강조했다. 더불어 기후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이 확산된다. 에너지 사용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 필요성이 사회 저변에 확대된 것이다.
80년대 녹색당이 결성되고 이들이 의회로 진출하면서 에너지전환문제는 정치적 의제로 강하게 떠올랐고, 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이후 정치권 전반에서도 변화움직임이 싹트기 시작했다. 풍력프로젝트, 태양광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90년 풍력에너지 지원에 초점을 둔 전력매입법이 제정된다. 이후 재생에너지의 확대 보급을 효과적으로 강력히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로서 2000년 재생에너지법이 탄생했다. 게다가 2008년에 제정된 재생열법(EEWärmeG)은 난방.열 분야의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여나가기 위한 의무규정까지 만들어 내게 된다. (예, 신축건물에서의 14% 이상 태양에너지 이용 등)

햇빛에너지, 햇빛조건이 아닌 의지의 문제
그렇다면 독일이 재생에너지 생산에 좋은 기후조건을 가진 나라일까.
독일의 음악이 프랑스나 이태리의 것과 달리 장중한 까닭은 울부짖는 숲 때문이란 해석이 있다. 독일의 바람은 숲을 울부짖게 한다. 그만큼 바람이 많다. 풍력에 대단히 좋은 조건이다.
그러나 독일의 일조량은 우리나라에 비해 현격히 적다. 평년 일조시간이 1,528으로 우리나라 평년 일조시간 2,185에 비해 30%나 적다. 독일에서 우천시 행사취소라는 말은 없다. 그랬다가는 행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일년에 반이나 지속되는 우중충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와도 비바람은 잦아들지 않는다. 그러다 모처럼 해가 나면, 햇빛에 굶주렸던 사람들이 곳곳에서 비키니 차림으로 일광욕을 한다. 햇빛을 등지거나 그늘에 앉아있는 사람은 아시아 사람들이고, 이들은 햇빛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받아들인다. 양산을 쓰는 사람은 찾아볼 수도, 그런 것은 팔지도 않는다. 그만큼 햇빛이 귀하다. 그런 기후임에도 태양광판은 도처에 얹혀져 있다. 햇빛이 비추지 않는 흐린날에도 태양에너지를 바로 전력으로 바꿀 수 있는 포토볼타익(Photovoltaik) 기술도 있다. 햇빛에너지의 가능성 여부는 이미 기술이나 기후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 문제는 그것이 가능한가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진정으로 원하는가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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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의 또 다른 선물
재생에너지를 통해 새롭게 창출된 일자리 수는 40만 개나 된다고 한다. 민간전력회사 쇠나우 (EWS)에서 일하는 탄야 가우디안 (Tanja Gaudian)씨는 프랑스의 경우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10만 명이지만, 독일 내 재생에너지분야에서 일하는 사람 수는 40만명이라고 강조한다.“ 프랑스는 현재 전력의 75%를 원자력으로 충당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에너지원을 수입할 필요가 없다.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면서 독일은 에너지수입에 따른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는데, 연방환경부 자료에 따르면2012년 절감된 비용은 100억유로 (15조원)라고 한다. 이 뿐이 아니다. 독일 2011년 1인당 GDP(국내총생산) 은 1990년 대비27% 상승했지만 독일 내 이산화탄소배출양은 1990년 대비 24% 줄었다.

에너지전환을 이룬 시민의 힘
에너지전환은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어 온 것이 아니다. 기업이 주도한 것도 아니다. 시민들의 요구로, 시민들의 기여와 참여에 의해! 그렇다. 시민의 손으로 이루었단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 이들은 정부에만 맡겨두지 않았다. 또 거대 기업에 의한 독점을 용인하지도 않았다. 에너지전환이란 기존의 화석, 원자력 에너지원을 자연에너지로 바꾸는 것 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에너지 생산과정의 민주화 역시 의미하기 때문이다. 과거 전통적인 에너지사업이 집약적인 거대발전소를 운영하는 소수의 거대기업에 의해 시장을 지배하는 방식이었다면, 에너지 전환을 통해 시민들은 시민풍력단지, 시민태양광공원, 시민에너지협동조합 등 다양한 시민참여모델을 통해서 에너지 생산에 참여한다. 개인이 태양광시설을 설치하기도 하며, 공공기관 소유 운영의 경우에도 시민들의 지분참여가 가능하다.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분산 운영이란 원칙이 있다. 분산형 에너지 생산은 지역의 가치창출 기회를 만들어내고, 농촌지역의에선 지역 자본의 외부유출을 막는 것과 더불어 도시로부터 자본을 흡수하는 효과까지도 얻을 수 있다. 소규모 마을단위의 재생에너지가 갖는 지역내의 의미가 커짐에 따라, 정책적 지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ownelec1
출처: trend:research, Leuphana Universität Lüneburg 독일 뤼네부르크대학ownelec2

출처: trend:research, Leuphana Universität Lüneburg 독일뤼네부르크대학

독일 내 협동조합의 수는 7,600개나 되고, 조합원은 총 2천만명이다. 성인기준 3명당 1명이 조합에 가입해있다. 그 중 에너지협동조합의 수는 700개가 넘고, 조합원수는 136,000명이다. 협동조합에 출자된 돈은 12억유로 (1조7천5백억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많이 소개되어 있는 민간전력회사 쇠나우는 남부 흑림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데, 체르노빌 핵 발전소 사고 이후 <핵없는 미래를 위한 부모들의 모임>을 결성한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재생가능에너지를 자체 생산, 독일전역으로 공급하는 회사이다. 현재 쇠나우에서 생산된 전력을 이용하고 있는 고객수는 14만이고, 가스 이용 고객수는 8,500이다. 그 중 10,200의 고객은 기업과 공장, 각종기관들이다. 그 외 11만 명의 고객을 소유한 그린피스 에너지와, Naturstrom, Lichtblick 등, 수많은 친환경전력공급자가 있다. 있다. 신청서 한장이면 화석, 원자력 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공급하는 회사의 전력소비자에서 이들 친환경조합 또는 소규모기업이 생산하는 에너지의 소비자로 변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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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리터스포츠 초콜릿도 쇠나우에서 생산되는 친환경에너지를 공급받아 만들어진다.

진부한 주장 – 친환경전력이 전기료를 상승시킨다?
물론 에너지전환과정이 누구에게나 이로운 것은 아니다. 기존 에너지시스템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겨왔던 거대 기업들이 에너지전환을 환영할 리가 없다. 이들의 집요한 정치권 로비와 에너지 위기의식 조장, 전기요금 상승을 둘러싼 과열된 논쟁 부추기기 등은 독일사회에도 여전히 작동한다. 특히 친환경전력이 전기료 상승의 주범이고 재생에너지법에 따른 보조금이 너무 많아서 문제라는 공격은, 전기요금 고지서에 보조금이 합산해서 부과되기 때문에 사실 시민들에게 아주 그럴싸하게 들린다.

재생에너지 보조금이 너무 많다? 생태적사회시장경제 포럼 (Forum Ökologisch-Soziale Marktwirtschaft (FÖS) )이 그린피스의 위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화력발전과 핵발전에는 재생에너지보다 두 배나 더 많은 보조금이 지원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냈다. 각종 재정지원, 세금감면류의 국가지원과 기후재앙이나 핵발전사고 후속비용을 합산하면, 전기요금청구서 내역에 보이지 않을 뿐, 재생에너지보다 두배나 많은 비용들이 실제로 세금으로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걸고 넘어질 일이 아니다.
독일 남부의 작은 도시 빌트폴츠리드 (Wildpoldsried) 내 에너지와 기후변화를 위한 협력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수지 포글 (Susi Vogl) 씨는 “친환경전력 때문에 전기료가 상승한다고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엄청난 폭으로 상승하는 석유가격에 대해선 왜 침묵하는지 되물어야 한다!“ 고 말한다. 빌트폴츠리트는 202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가진 작은 도시이다. 이들은 이미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것의 3배 이상의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얻고 있어서, 남는 전력을 주변지역으로 송전 하고 있다.

독일의 향후 에너지전환 일정은 무엇일까.
2013년 말 독일정부를 구성한 기민당과 사회당은 연립정부협약에서 올 4월까지 재생에너지 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신규 내각 구성 당시 에너지전환 업무가 사민당의 가브리엘 (부수상)이 장관직을 맡고 있는 경제부 소관으로 이전된 바 있어 에너지전환정책의 후퇴는 이미 예고된 바였다. 현 정부는 친환경전력 비율은 2025년까지 40 – 45%로, 2035년까지 55 – 60% 달성목표로 세웠다. 얼핏 높아 보이는 재생에너지 비율은 그러나 늑장부리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녹색당은 2030년까지 전력분야는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하고, 건물, 난방분야는 2040년까지 이루는 플랜들 제시하고 있다. 좌파당의 경우 2020년까지 전력수요의 50%를 재생에너지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 2050년까지 에너지전분야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poster

또한 현 독일정부는 재생에너지법을 개정(개악), 재생에너지 지원을 삭감하려 해서 야당과 시민단체들로부터 에너지전환에서 탈선하려는 자들이란 비난에 직면해있다. 가브리엘 (에너지경제부 장관) 계획으로 붙리는 이 개정안은 풍력과 태양광 지원금 삭감과 년간 발전목표를 감축하고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를 둔화시고, 결국 화석에너지로 회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또한 시민참여보다 에너지전환에 기업들이 더 많은 지분으로 참여하는 것을 보장, 친환경전력을 돈벌이 대상으로 상업화하고 있다는 것. 지난 11월 1만6천명의 시민들이 이른바 희망버스를 타고 베를린으로 집결, 에너지전환 탈선자들의 시도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오는 3월 22일 전국 6개 도시에서 새정부의 탈선을 막으려는 시위가 계획되어 있다.

<에너지전환을 구하라! 화력,원자력, 화석연료, 프랙킹 (수압파쇄) 대신 태양과 바람! 3월 22일 전국 6개 도시에서 진행될 시위를 위한 홍보 포스터>

이들은 탈핵 시기를 보다 앞당기고, 화석연료로부터 탈피하고, 에너지절약과 에너지효율 향상에 매진할 것을 촉구할 것이다. 에너지 공급은 분산형태로, 민주적인 방식으로, 시민의 주도하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산업국가의 에너지공급이 어떻게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하는지, 어떻게 진정으로 기후를 보호할 것인지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

독일 내에도 에너지전환을 둘러싼 각 세력들의 이해관계와 갈등은 여전히 존재한다. 에너지 전환 과정 그 자체가 에너지사업자를 한 축으로 하는 그룹과 다수 시민들을 또 한축으로 한 싸움의 과정이었다. 동시에 에너지 전환은 늘 자신의 이익보다, 다수의 이익을 생각하는,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며 항상 더 큰 꿈을 꾸는 사람들이 이뤄낸, 승리의 과정이었다. 현 독일정부의 에너지전환 탈선시도, 그것은 시민들을 대단히 불편하게 한다. 그러나 그 불편한 시도는 결국 시민 다수의 힘에 의해 불발로 끝나지 않을까? 다수에게 필요하고 또 가능한 것은 <중단 없는 에너지전환> 그것뿐이니까.

독일에서 녹색연합 전문위원 임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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