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녹색통신 9] 독일 강복원 프로젝트 ① – 강 자연화에 앞장서는 이유

2014.10.06 | 행사/교육/공지

21세기 초 독일 하천 중 본래 모습을 유지한 곳은 전체 수역의 2%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재 독일이 선택한 강 관리는 강의 기능을 되살리고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는 '재자연화'와 '복원'이다. 독일에서 진행되는 강 복원 프로젝트의 여러 사례들을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독일에서도 하천은 꽤 많은 부침을 겪었다. 운하를 건설하기 위해, 대형 크루즈 선박을 정박하기 위해, 수력발전을 위해, 홍수 예방이란 이름으로, 쓸모 없는 땅을 이롭게 경작한다는 명분으로, 새로운 주거지로 개발하면서 등등.

그 때마다 강물은 막히고 강폭은 좁아지고 짧게 직선화되었다. 인위적 손길로 강바닥은 깊게 파였다. 블록과 제방으로 주변 습지와 단절되면서 강은 자연범람원을 잃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저서생물들은 살 곳을 잃었고, 수질은 악화되었다.

거대한 홍수는 더욱 잦아졌으며, 수변 생태계 역시 고유의 모습을 상실했다. 21세기 초 독일의 하천 중 구조적 변형을 거치지 않고 본래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한 곳은 전체 수역의 2%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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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 과거와 현재, 미래 독일 강복원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강의 과거와 현재, 미래 ⓒ B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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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강줄기 독일을 흘러 가로 지르는 강은 크게 여섯 줄기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인 라인강Rhein과 도나우강Donau을 비롯해 엘베강, 엠즈강 Ems, 오더강 Oder, 베저강 Weser. ⓒ BUND

자연스런 범람

독일에선 거대한 면적의 도시나 마을 전체가 강물에 잠기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독일에서 홍수라니? 첨단기술국 독일에서 홍수를 방지 못해?'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것이 이른바 '선진기술'에 의한 강 관리 정책 때문이었다면? 강을 토목기술로 제어할 수 있다는 인간의 교만함을 도도한 물줄기가 침수 시킨 것이라면?

독일 사람들은 100년에 한 번 일어날 홍수를 최근 수년에 한 번씩  겪었다. 그 과정에서 강은 원래 흐르던 길과 방식대로 돌려 놓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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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백년 만의 홍수 1993년 라인강의 홍수는 100년 만에 한 번 꼴로 찾아오는 범람이라 불렸다. 그러나 100년 후에 찾아와야 할 홍수는10년 후 같은 지역에서 다시 발생한다. 범람한 라인강의 쾰른 모습이다. 물론 쾰른만이 아니라 다른 도시 곳곳에서도 홍수로 인한 범람은 21세기에도 마찬가지였다. ⓒ 독일연방국민보호재난지원청


새로운 관점과 대책 – 물을 막지 말라

1980년대부터 독일은 하천의 재자연화, 하천 생태계가 원래 갖고 있는 자연 그대로의 기능을 살려내는 복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수많은 정화시설을 설치해 악화된 수질은 차츰 개선할 수 있었지만 수질에만 초점을 둔 대책에는 한계가 있었다.

자연스런 범람을 넘어서 재앙이라 불릴 만한 거대 홍수가 빈번해지는 현상을 겪으면서, 자연 그대로의 기능을 인위적으로 제거해 버렸기 때문에 홍수 피해가 더욱 커졌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지난 세기까지 독일의 하천 재자연화 과정은 각 연방주의 규정 및 프로그램에 따라, 또는 지역단위에서 환경보전단체들의 적극적 활동으로 진행돼 왔다. 이러한 하천의 재자연화, 복원 노력은 '동식물서식보호지침'과 더불어 2000년부터 효력이 발생한 '유럽연합물관리기본지침'(EG-WRRL 이하, 물관리지침)에 의해 더욱 속도를 내게 되었다.

물관리지침의 목표는 모든 하천이 2015년까지 '생태적으로 우수한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하천의 재자연화와 막히지 않는 물의 흐름이 중요하다. 재자연화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핵심적 평가기준은 자연에 근접한 하천 구조와 생태계 공간 형성 등이다.

유럽연합 각 회원국은 물관리지침 이행을 위해 일제히 하천 실태조사를 실시했고, 목표 도달을 위한 명확한 추진 일정을 제출하고, 이행하며, 중간보고를 해야 했다.

독일은 2012년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10년간 하천의 청정성은 현격히 향상되었지만, 지표수의 90%가 물관리지침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였다. 결국 2015년까지 18%의 지표수와 64%의 지하수역이 목표치에 도달 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하천의 80%가 그 형태적, 물리적 구조변형으로 인해 '생태적 우수성'에 도달하기 어려워 목표 완수 기간은 연장될 예정이다. (기간은 6년을 기준으로 연장할 수 있고, 최장 2027년까지 가능하다) 독일은 물관리지침이 요구하는 목표치 도달을 위해 53개의 유형별 대책을 세웠다.

강둑 콘크리트 제거, 어류와 미생물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한 어로 신설 및 가로 물막이 철거, 하천 고유의 생물군이 서식할 수 있는 공간 마련, 제방 축소 및 후퇴를 통해 범람원과 하천을 연결하고 범람원을 자연의 배후습지로 조성, 수변구역 지정, 유독물질 유입감소 등이다.

독일 하천 구조 복원 상태는 2012년 기준 5% 완료된 상태이고, 11%가 착수, 복원 중이다. 도나우 강은 30% 이상이 완료 또는 복원 중이다. 물이 고이는 것을 막고 자유롭게 흐르도록 하기 위한 대책은 수력발전용 댐이나, 수운을 위한 보, 경작 및 거주지 공간을 위한 가로 구조물 처리 등이다.


독일의 강복원프로젝트  ② 되살아나는 이자르강 https://www.greenkorea.org/?p=42330
독일의 강복원프로젝트  ③ 개발 대신 보존과 복원을 선택한 독일 https://www.greenkorea.org/?p=42426

글 / 임성희 (녹색연합 전문위원) mayday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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