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살리기 국토순례 발대식에서

2002.01.23 | 녹색순례-2002

2002 년 01 월 23 일

천성산 살리기 국토순례 발대식에서

글 부산녹색연합 박순애간사
사진 부산녹색연합 하수영간사

절에서 조용히 수행하시던 스님들께서 거리로 나서셨습니다. 원효대사의 성지이자 생태계의 보고인 천성산을 살리고자 비구니 스님들께서 국토순례를 떠나십니다.

사진설명> 갑자기 추어진 날씨 속에서 스님들과
환경단체, 많은 일반시민이 천성산을 지키기위해
힘을 모았습니다.

천성산은 수려한 산세로 옛부터 소금강이라 불리워진 산입니다. 인근 정족산엔 생태계보전지역인 무제치늪이 있고 천성산에도 현재까지 화엄늪, 밀밭늪 외에도 13개의 습지가 더 발견되어 국내 최대로 추정되는 고층습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고층습지는 특수한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되어 특이한 생물들이 살고 있는 특수한 생태계로 이 생태계가 파괴되거나 훼손되면 이곳에 분포하는 생물종은 멸종하게 됩니다. 고층습지는 장시간에 걸쳐 형성된 귀중한 자연사의 고문서이며 생물 유전자 자원입니다. 또한 환성이 절로 나오는 노전계곡, 법수계곡, 무지개폭포가 있고 울창한 숲과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희귀동·식물이 많은 귀중한 생태계입니다.

작년 봄 이곳은 양산시의 불법적인 임도 건설과 습지파괴를 부추기는 행사 등으로 심하게 몸살을 앓았습니다. 그러나 그 보전가치에 의해 고층습지를 중심으로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상황에서 다시 고속철도 관통이라는 엄청난 문제가 야기되었습니다. 연장 16km의 긴 터널이 정족산과 천성산의 습지와 수많은 계곡 밑을 통과는 것입니다. 터널이 만들어지면 지하수맥에 영향을 미쳐 습지와 계곡이 마르고 전체적으로 산 생태계의 파괴를 야기할 것입니다. 한번 파괴된 생태계는 억 만금을 들여도 다시 원상복귀 시킬 수 없습니다. 고속철도공단은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인정하여 재조사 방침을 세웠으나 시간을 끌수록 공사에 지장이 줄 것을 염려하여 3개월이라는 짧은 조사기간으로 빨리 공사를 강행하려하고 있습니다.

사진설명> 부산에서 서울까지 국토 순례를 하시겠다고 나선 5분의 비구니 스님들입니다. 몸 건강히, 무사히 일정을 마치시길 기도합니다.

이에 스님들은 “천성산의 문제를 통해 드러나 있는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선계획 후환경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환경과 문화를 파괴하는 개발정책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자연과 환경, 지역적 특성을 살리는 미래지향적 개발을 유도하여나가는 초석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도록 한다.”는 의의를 가지고 국토순례를 하십니다. 1월 22일 부산역에서 출발, 대구, 대전을 거쳐 2월 14일 서울 고속철도 관리공단까지 24일간의 긴 여정을 떠나십니다. 추운 겨울 차가운 아스팔트를 걷고 길에서 설을 맞을 스님들의 행보에 여러분들의 많은 동참과 응원을 보내주십시오. 그리고 꼭 천성산이 살아나기를 기원하는 기도를 많이 해 주십시오. 저도 그런 마음으로 일부 짧은 구간이지만 한 발 한 발 열심히 내딛을 것입니다.

천성산 살리기 국토순례에 부쳐
– 내원사 지율스님

옛부터 천가지 연꽃이 핀 것 같이 아름다워 소금강이라 불리워졌던 천성산이 훼손 될 위기에 처하여 있다. 낙동정맥의 중심부로 일년에 100만명 이상의 인파가 찾는 천성산의 아름다운 계곡은 발원지가 산 정상부에 위치하고 있는 자연늪으로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고갈되지 않는 지형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곳의 고층 습원은 “신들의 정원”이라 할 만큼 아름답고 다양한 생태계로 살아있는 고문서 , 자연사 박물관이라 불리워 지고 있으며 역사적, 생물학적, 지질학적 가치 때문에 학계는 물론 언론,사회단체에서도 보호,보존의 언성을 높이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형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법적규제 조치인 정밀한 환경 영향 평가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장 16km의 긴터널로 생태계 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무제치늪을 비롯하여 역사 유적지인 화엄늪, 밀밭늪등 천성산에 산재하여 있는 15개 이상의 고층늪과 가장 아름다운 계곡인 노전계곡과 법수계곡, 무지개 폭포와 조일천 상류를 무자비하게 가르며 가겠다고 한다. 이 터널은 천성계곡의 수원인 늪과 계곡을 고갈 시키며 지나가는 700m 반경, 최소 2천 만평 안에 살고 있는 지렁이 파충류등의 미물과 작은곤충, 식물에 이르기 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만일 개발이나 지하철 관통등으로 이 늪들이 사라져 사막화 된다면 그곳에 생존하여 있는 많은 동식물의 교란은 물론 천성산의 수원의 고갈로 인한 피해는 이루다 말할수 없을 것이며 소중한 자연의 창조적 에너지를 고갈 시키는 재앙으로 후대에 까지 오점을 남기는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인위적으로 이러한 자연늪들을 재건하려 한다면 서울- 부산간 고속철도를 건설하는 비용의 전부를 투자해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도 만년 이상의 긴 세월의 역사를 이 늪들은 간직하고 있다. 또한 늪이란 물을 간직하고 있는 저수지로 홍수를 조절하고 때에 맞추어 방류하며 계곡의 경관을 가꾸어 주고 많은 동식물의 보금자리로 산을 기름지게 하여 준다. 그러므로 인위적인 댐을 건설하는 비용의 약간 만이라도 이 천혜의 자원인 고층늪을 보호 보존하는데 쓴다면 그야말로 자연과 경제, 환경의 3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 하게 될 것이다.

지금 고속철도관리공단에서는 늪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구조물이나 지질학적 안전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그것은 자연을 전체로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이며 기계론적인 접근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는 개발에 앞서 무엇이 진정한 문화와 자연의 유산인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또한 무엇이 모든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산은 산대로 능선을 이루고 물은 물대로 산을 안고 흐르며. 맑은공기와 반짝이는 햇살 사이로 꽃과 나무들이 자라고 새들이 지저귀고 동물들이 뛰어 다닌다.

그 길로 우리 아이들이 걸어간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30분을 빨리 달리기 위해 통과 해야할 어두컴컴한 터널과 맑은 공기와 바람을 안고 걷는 조용한 산길 중에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묻고 싶다.

천성산 살리기 100만인 서명 운동과 천성산 살리기 국토순례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우리가 남겨주어야 할 자연자산이 더 이상 훼손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옮겨놓는 작은 발걸음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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