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순례 3일째, 경부운하로 수장될 도동서원을 가다.

2008.03.15 | 녹색순례-2008

부산에서 식수를 위협한 운하가 대구에 들어오니 문화재를 수장시킬 물귀신으로 어른거린다. 400년 선비정신의 성지 중 하나인 도동서원이 운하로 수몰될 위기를 현장에서 둘러보았다.  


도동서원(道東書院)은 낙동강 개경포가 훤히 보이는 대구광역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리에 위치해 있다. 한훤당 김굉필 선생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도동서원은 본래 비슬산 기슭에 있었으나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뒤 1605년(선조 38)에 지금의 자리에 다시 세우고 1607년(선조 40년)에 도동서원이란 이름을 하사받았다. 강당인 중정당(中正堂)과 사당, 돌담은 보물 350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마을이름도 도동서원의 이름을 따 도동으로 바뀔 정도로 도동서원이 마을에서 가지는 의미는 크다 하겠다.


이러한 중요 문화유산이 경부운하 건설 계획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다. 달성군 도동리는 낙동강 바로 옆에 붙어있고 지면이 높지 않아 상습적인 홍수 피해를 입어왔다. 도동서원을 안내한 문화해설사 유병옥씨는 “여름철 장마로 비가 많이 오는 경우엔 도동서원 입구에 있는 은행나무 앞까지 물이 들어서서, 그날 담당자가 흙먼지를 닦아내느라 애를 먹는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경부운하 건설 계획에 따르면 도동서원에서 20km 하류에 사문진보가 만들어진다. 보가 만들어지면 강물의 수위는 현재보다 훨씬 높아져 비가 많이 내리면 도동서원뿐만 아니라 주변 마을까지 모두 물에 잠길 위험성이 크다.



또한 강바닥 준설작업은 도동서원의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 도동리 옆 형풍면에 거주하는 천은식님(45세)은 “강물 바닥에 모래가 많이 쌓여 있어 수심이 1~2m밖에 안 돼 작은 배도 다니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부운하에는 2500t에서 5000t급 배가 다닐 예정이다. 이 배가 다니기 위해서는 최소한 11m의 수심이 필요하다. 이 정도의 수심을 만들기 위해서는 강바닥의 암반을 폭파해야 한다. 암반의 폭파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동에 의해 도동서원의 훼손이 불가피하다.  

경부운하 건설예정지에는 최소한 국가지정문화재가 72개, 매장문화재 177곳이 있다. 황평우 문화연대위원장은 “이전 및 복원에 드는 문화재 발굴조사비용은 천문학대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은 역사와 함께 흐른다. 수많은 문화유산이 강을 따라 번영했다. 고대에서 현재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이 이 강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강을 훼손하는 것은 곧 우리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체성을 수몰시키는 것이다.


다람재 위에서 바라본 도동서원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낙동강은 아직도 문화와 역사의 원형을 간직한 마지막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운하는 그 모든 문화의 유산과 흔적을 영원히 앗아갈 것이다. 이것이 경부운하를 반대하는 이유다.  

대구경북도 운하반대에 나섰다.

부산에 이어 대구에서도 운하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울려 퍼졌다. 3월 14일 오전 9시 30분 대구시청 정문 앞에서 대구경북운하백지화 국민행동본부의 발족식이 열렸다. 운하건설이 온 국토와 국민에게 불행을 안겨 줄 망국적 정책임을 알리며, 운하건설계획 백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함께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대구녹색소비자연대, 대구여성환경연대 등 28개 단체가 참여하였다. 이 자리에서 이현국 대구경북녹색연합 공동대표는 “자인불이”를 강조하며 “자연과 인간이 둘이 아님을 깨닫고 국토환경에 재앙을 초래하는 이 같은 개발정책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운하백지화 국민행동 대구경북본부는 ‘김범일 대구시장과 일부 지역 언론이 경부운하의 타당성은 검증하지 않고, 개발을 하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단순논리로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성토했다. 아울러 ‘경부운하의 강행으로 이익을 보는 집단은 주변 개발권을 부여 받은 일부 토건업체일 뿐’임을 주장했다. 행사 말미에는 최근에 벌어진 낙동강 페놀, 포르말린 오염사고를 풍자한 퍼포먼스도 열렸다. 이 날 행사를 통해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운하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이 본격화되었다. 앞으로 운하 반대운동은 수도권을 넘어 운하 주변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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