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순례 4, 5일째 – 사라질 위험에 놓인 달성, 해평습지를 가다.

2008.03.17 | 녹색순례-2008

2008년 람사르 총회가 한국에서 열린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명박 정부는 경부운하를 통해 국제적인 가치를 지닌 대구 달성습지와 구미 해평습지를 없애려 한다. 낙동강이 지닌 생태보고, 하천 습지의 원형을 살펴 본다.  


녹색순례단은 3월 15일 대구광역시 달성군과 경상북도 고령군 사이에 위치한 달성습지를 탐사했다. 계속해서 3월 16일에는 경상북도 구미 해평습지까지 찾았다. 달성습지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합류하는 지역 일대의 낙동강 둔치 전체다. 특히 대구시 동 화원유원지의 전망대에 오르면 달성습지가 한눈에 펼쳐진다. 국내에서 하천습지를 이렇게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이곳은 시베리아, 중국에서 일본으로 날아가는 청둥오리와 흑두루미, 재두루미와 같은 철새들이 머무는 중간기착지이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지점이라 어종이 풍부하고 억새가 높게 자라 새들이 몸을 숨기기에 좋기 때문이다. 한국두루미네트워크의 이기섭 박사는 “달성습지는 과거 흑두루미가 도래했던 지역으로서 가치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대구는 20년 전 흑두루미가 월동하는 것 때문에 우리나라 도시 중 유일하게 유엔자연환경보존기구에 등록되었다. 하지만 운하가 추진되면 달성습지는 사라진다. 지금도 습지를 중심으로 바깥쪽에는 성서공단이 들어서면서 달성습지의 생태계가 위협받았다. 그런데 운하는 바깥이 아닌 달성습지 한가운데에 배가 다닌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달성습지 바로 앞에 서면 이곳에 배가 어떻게 다닐 수 있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지금의 달성습지에는 화물선은 고사하고 단 10톤의 배도 다닐 수 없다.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하천의 심장과 허파를 들어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대구 달성습지를 거슬러 오르면 칠곡의 왜관을 지난 구미의 낙동강이 펼쳐진다. 남한에서 하천의 모래밭이 가장 드넓은 곳이다. 바로 구미 해평습지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해평습지의 실체를 온전히 알지 못한다. 구미를 지나쳐 가는 경부고속도로, 경부선철도, 고속철도 등에서 보이는 모래뻘은 그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경부고속도로 낙동대교에서 강 상류쪽으로 길게 펼쳐진 모래뻘 정도가 해평습지로 나가기 전에 나타나는 풍광의 일부일 뿐이다.

해평습지에는 깨끗한 모래톱이 형성되어 있고 강 주변에 버드나무 숲이 감싸주어 새들의 보금자리로 매우 우수한 지형이다. 한국에는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등 철새들이 중간기착지로 활용하는 주요 지점들이 있다. 예전에는 시베리아에서 출발한 철새들이 한강 하구, 주남저수지, 달성습지, 해평습지, 낙동강 하구 등을 거쳐 일본으로 넘어가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중 대부분의 지역이 개발 등으로 파괴되어 철새도래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하지만 해평습지는 아직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어 있는 몇 안 되는 주요 철새도래지이다. 홍두평에는 최대 48마리, 철원에서는 150~200마리, 한강 하구와 김포 진영에서는 100여 마리 정도의 재두루미가 발견된다. 이에 비해 해평습지에는 매년 흑두루미 2000~4000여마리, 재두루미 400~800여마리 정도가 겨울을 난다. 그리고 기러기, 오리류가 매일 10,000여 마리, 큰 고니(천연기념물 201호), 백로 등도 찾아온다. 녹색순례단이 해평습지에 막 도착했을 때도 수천 마리의 기러기 떼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습지는 수심 6m이하의 강이나 하천을 말한다. 달성습지와 해평습지의 수심은 평균 1m, 깊은 곳은 2, 3m에 불과하다. 그런데 2500t급 배가 다니기 위해서는 적어도 10m의 수심이 필요하다. 경부운하가 만들어지면 달성습지와 해평습지는 사라지게 된다. 이기섭 박사는 해평습지가 “철새들의 잠자리와 중간 정거장으로 아주 중요한 곳”으로 습지가 물에 잠길 경우 “흑두루미의 생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부운하 추진측에서는 습지가 사라지면 새들이 쉬어갈 수 있는 인공습지를 만들면 된다고 주장한다. 영국은 운하를 만들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기 위해 100년 동안 자료를 축적했다. 그러나 아직도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5년 만에 운하를 만들고 친환경적인 인공습지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도저히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달성습지와 해평습지는 각각 250만, 40만의 인구가 거주하고 공단이 발달한 대도시에 위치하고 있다. 공단에선 난분해성 오염물질이 흘러내려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천 마리의 철새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이곳을 찾아온다. 낙동강이 아직 숨을 쉬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는 습지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자정작용 때문이다. 그러나 운하는 힘겹게 이어가고 있는 마지막의 생명의 공간을 송두리째 앗아 갈 것이다. 2008년 한국에서  람사르회의가 개최된다. 운하를  건설한다고  달성습지와 해평습지 등 빼어난 하천습지를 훼손할 궁리를 하는  한국정부를 국제사회는 어떻게 평가할 지 궁금하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종교인 순례단 이필완 목사

3월 16일 경상북도 구미시 동락공원에서 ‘생명의 어머니이신 강을 모시기 위한 2008 문화예술인 축전’이 열렸다. 그 자리에서 ‘종교인 생명평화 100일 순례’의 단장을 맡고 있는 이필완 목사를 만났다. 그 간의 행보 속에 얼굴이 많이 그을린 모습이었다.


순례를 시작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

“경부운하 이게 보통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종교인 몇몇이 모여 기도하기로 했죠.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 천직이니까 모든 것을 자본과 경제의 논리로 가지고 가는 이 사회에 대해 반성하고 참회하자고 시작했어요. 한반도 대운하의 찬반을 따지기보다 우선 성찰하자, 현장 구석구석을 살펴보자. 그리고 제고해보자,,, 참회와 성찰이 첫 번째 이유였습니다.”

당신들이 걸어본 강은 어떠했는가?

“김포 애기봉에서 출발해 서울 한강의 장엄함을 보고, 양평의 자갈밭과 남한강, 문경새재를 지나 상주, 구미에 이르기까지 넓게 펼쳐진 금빛 모래를 보았습니다. 운하를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은 남한강, 낙동강 전체의 이 금빛 모래를 돈으로, 골재로 봤다는 것을 알았어요. 낙동강 유역의 살아있는 습지와 모래사장을 팔아먹을 땅으로 본거죠. 그래서 이렇게 무리하면서까지 하려고 하는 겁니다.”

길을 걸으면서 느낀 점은?

“처음 시작할 때 경부운하의 찬반을 따지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문경새재를 넘어서면서는 모두들 분명해진 것 같습니다. 서울대 학자들은 경부운하를 보고 구사일생이라 했지만, 우리는 이것이 ‘구십구사일생’이라고 생각해요. 생명이 깃든 모든 것을 죽이고 운하 하나를 살리자고 하는 거죠.”

순례를 진행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

“걷는데 더운 것보다 추운 것이 낫더라고요. 순례단에 나이 많은 분들이 많아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감기 걸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도 한 삼사일 감기로 고생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가?

“사람들이 운하의 진실을 똑바로 바라봐야 해요.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기를 바랍니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종교인 순례단은 2월 11일 김포 애기봉에서 출발해 오늘까지 34일을 걸었다. 4월 1일 부산에 도착하면 1차 경부운하 순례를 마치게 된다. 그 후 바로 목포로 넘어가서 영산강에서 다시 서울까지 걸어 올라갈 계획이다. 종교분쟁으로 피를 흘리는 것이 다반사인데 우리나라는 여러 종교가 하나의 가치를 위해 고행의 길을 함께하고 있다. 이례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 순례가 생명의 강을 살리는 데 초석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