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순례 6일째 – 배가 산으로 갈까

2008.03.18 | 녹색순례-2008

녹색순례 여섯째 날의 시작점은 경북 상주시 하곡면이다. 이곳은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기 위해 산에다 배를 띄우겠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의 현장이다.


경부운하 최대의 쟁점은 백두대간이다. 과연 배가 어떻게 백두대간을 통과할지, 여전히 안개속의 미궁처럼 소문만 무성하다. 그 현장의 한가운데 백두대간 눌재를 찾았다. 속리산국립공원의 정점이기도 한 이곳은 속리산 주능선지역과 월악산지역의 생태계가 만나는 곳이다.

눌재는 백두대간 조령산부터 희양산-대야산-조항산-청화산으로 이어지는 해발 1000m 가량의 힘찬 산줄기가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천왕봉 문정산 쪽으로 움푹 파인 해발 300m 지점이다. “눌재에서부터 한강 제 1본류인 달천에 이르기까지가 스카이라인이 경로가 들어설 예정지이다”라고 충북충주환경연합 염우 사무처장은 말한다.  


달천은 화양천의 본류이자 남한강의 지류이다. 달천의 지류 중에서 두, 세 번째 지류가 화양천이다. 화양천을 따라 길을 걸으며 속리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화양구곡에 다다르기까지 기개한 절개를 품고 있는 삼송리 마을의 천연기념물 왕소나무와, 정겨운 풍경의 마을들을 만났다. 투명하기 그지없는 화양천 한 어귀에서는 잠깐의 낮잠도 청했다. 우리가 걸은 길 그 길 어디 한 군데도 생명의 기운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염우 사무처장은 “스카이라인이 통과하는 눌재에서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까지 8km 정도 거리가 물에 잠길 것”이라 말한다. 달천 중상류 근처 괴산댐 주변지역에 괴산리프트를 설치하여 130km 정도를 배를 끌어올리면 해발 300m 고지의 눌재와 높이가 맞는다. 바로 이 두 지점을 이어 강 수위를 유지하기 위한 인공수로 또는 계곡담수를 건설할 것으로 보인다. 해발 300m라고 하면 63빌딩 건물의 두 배 정도 깊이의 대규모 호수가 산 위에 떠 있는 것이다. 송면리를 지나면 속리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화양구곡이 위치해 있는데 이 지점에는 거대한 인공수로를 받치기 위한 교각이 늘어설 것이다. 수로는 최소한 폭 12m, 높이 22m는 되어야 한다.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분명해지는 사실은 이곳은 산이라는 것이다. 사방이 속리산 국립공원으로 겹겹이 쌓여 있는 산중이다.




    
경부운하를 건설하려는 측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확실한 건설예정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지역주민들도 이렇게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어떻게 배가 다닌다는 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반응이다. 운하백지화 국민행동 발족을 준비 중인 괴산군민 이동규씨는 “우리도 아직까지 설마 하는 심정이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다. 여기에 어떻게 배가 다닐까, 그것도 화물선이 다닌다는 가정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여기에 개천은 어린애들 고무보트도 다니기 힘든 곳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괴산군민과 충북지역을 중심으로 운하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힘이 모아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 하겠다.

현대의 토목기술은 많은 불가능을 도전하기도 했다. 만약 백두대간을 관통하여 스카이라인으로 운하의 뱃길이 열릴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한 하나의 전제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역사에서 가장 극심한 환경파괴를 겪고서야 가능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곳에 배는 다닐 수 없다. 왜냐하면 배가 산으로 가기 때문이다.

운하 백지화 운동에 나선 충북 괴산군 청천면 솔멩이골 사람들을 만나다

“경부운하 못 막으면 고향 잃은 떠돌이 신세-솔뫼농장”
“운하삽질 최대 피해 괴산군민 분노한다-솔멩이골”


녹색순례단이 충남 괴산군 청천면에서 발견한 현수막이다. 부산광역시에서 충남 괴산군까지 오면서 처음 발견한 경부운하 반대 현수막이었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에 위치한 솔뫼농장(솔멩이골)은 1994년, 무농약 유기농업을 하는 농민 5가구가 모여 시작되었다. 현재는 10가구 15명이 농약이나 화학비료, 비닐을 쓰지 않고 쌀, 토마토, 고추 농사 등을 짓고 있다. 주민 김의열씨는 “솔뫼농장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지역에 생명사상과 친환경 농업을 전파하려 한다”고 말한다.

경부운하 계획 중 상주에서 충주, 문경으로 이어지는 지역은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 이른바 ‘스카이라인’이다. 이 경우 충남 괴산군 일대는 인공호수가 만들어져 물에 잠긴다. 마을 주민들에게 이것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 일인 듯 했다. 모인 주민들은 배가 산으로 가는 경부운하 계획에 대해 한결같이 “그게 정말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운하가 진짜로 추진된다면 운하를 막기 위해 주변사람들과 함께 운동을 해나가겠다”고 카톨릭 농민회장인 김기열씨는 말했다. 토종종자를 잇기 위해 애쓰고 있는 박명희씨 역시 “운하저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마을 사람들과 함께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주민들의 생각은 행동으로 구체화될 예정이다. 솔뫼농장을 중심으로 한 괴산군 주민들이 지역차원에서 ‘운하백지화를 위한 국민행동’을 발족함과 동시에 본격적인 운하 반대운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운하 예정 지역 주민들이 운하반대를 위해 공식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솔뫼농장의 총무를 맡고 있는 이병욱씨는 “전체적인 지역 분위기도 운하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하고 괴산군수 역시 운하에 반대한다”고 했다.

괴산군 청천면 일대의 주민들에게 운하반대 운동은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 싸움이다. 운하가 추진되면 이 일대는 온통 수몰이 되어야 공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린천댐, 동강댐, 한탄강댐 등의 반대운동처럼 주민들은 격렬한 저항을 예고하고 있다. 자신들의 피와 살인 농토에서 물러설 수 없기 때문이다.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