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녹색순례 6일차> 맑은 숲, 소나무, 구정리 마을 그리고 골프장

2012.04.30 | 녹색순례-2012

 






녹색순례는 우리가 발딛고 사는 이 땅의 자연과 온 몸으로 소통하기 위해 나서는 길 떠남입니다. 1998년부터 해마다 봄이 되면 녹색연합은 하던 일을 멈추고 도보순례를 하며 무분별한 개발로 파괴된 자연을 직접 보고 느끼며 자연의 목소리에 귀기울였습니다.올해로 15회째를 맞는 녹색순례는 설악산 케이블카, 골프장, 신규핵발전소 부지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강원도 동해안의 아픔과 동시에 아직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코스입니다. 그 길을 걸으며 자연의 봄을 느끼며 나와 함께 걷는 당신을 보는 소중한 걸음이 될 것입니다.  


 


 



아침 일찍 눈이 떠져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 소박하고 각자의 개성을 가진 집, 낮은 돌담, 집집마다 있는 텃밭, 활짝 펼쳐있는 색색깔의 꽃, 그 사이의 길과 사람. 아기자기하고 편안한 마을에서 머물게 된 것에 기뻐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 순례일정은 구정리 마을에 머물며 마을 주민들과 만나고, 마을을 느끼기 위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가장 먼저 조승진 부위원장님의 안내로 소나무숲을 걷고, 골프장 진행설명도 들었다. 이렇게 울창한 숲에 골프장이 지어지려 하다니. 자본의 힘에 의해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또다시 눈으로 확인하자 마음이 무거웠다.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마을활동을 했다. 내가 속한 2모둠과 5모둠이 짝을 지었다. 굉장한 포스를 지닌 어르신의 지휘하에 오전에는 마을공동건물 외부와 하천의 쓰레기를 주웠고, 오후에는 여성은 밭일을, 남성은 닭똥을 옮기는 작업을 했다. 밭일은 포도밭의 잡초를 뽑고, 비닐하우스안의 배추를 뽑고 다듬는 것이었다. 배추를 뽑으러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가니 열기가 후끈후끈. 오랜만의 육체노동을 하니 기분이 상쾌했다. 밭일이 끝나자 주민 아주머니께서 국수를 삶아 주셨는데, 그 국물맛도 김치맛도 너무 좋아 속이 좋지 않다던 모둠원도 한그릇 뚝딱 해치웠다.


 



마을일을 끝내고 여유시간을 가진 뒤, 저녁에는 마을잔치를 열었다. 요리팀에서 떡국, 잡채, , 막걸리 등을 준비해 마을 어르신들을 초대했다. 5년 이상 골프장 저지활동을 하시면서, 7개월 가까이 강릉시청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시면서 고단한 마음을 위로해 드리기 위해 준비한 시간이다.


 


좀 더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인데 작은 것에도 감사하다며 밝게 웃어주신다. 서로 인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앞에 나가 노래도 부르는데, 어르신들께서 노래 못 부르신다면서 마이크를 잡으면 바로 노래를 시작하시는 모습이 너무 재미났다. 이렇게 어르신들과 순례단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순례일정을 마무리했다.


 


내가 활동하는 인천에서는 진산인 계양산(생태적으로는 강원도 숲에 비할바는 안되지만 인천내에서는 의미가 있는)2006년부터 대형건설사가 골프장을 짓겠다고 하여 시민들과 함께 6년간 저지활동을 해왔고 작년 6월 내용적으로 골프장추진행정절차가 폐지됐다. 폐지내용에 대해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던 인천시가 오늘, 계양산 일대에 골프장을 건설하려던 계획을 폐지하고 친환경적인 공원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고 고시했다. 이런 기쁜 소식이 강원도에서도 나오길 바라며 오늘 몸으로 느낀 구정리 마을을 잘 담고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박주희(2모둠 귀찮은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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