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순례5일차]섬진강은 아직 살아있는 강입니다.

2014.04.26 | 녹색순례-2014

순례 5일차, 하동 삼화실 마을에서 출발하여 섬진강을 따라 광양으로 갑니다. 오늘 아침은 반가운 새소리에 눈을 뜹니다. 도시를 떠나면 핸드폰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맑은 새소리에 잠이 깨어집니다. 몸도 자연에 바로 적응을 하는 것 같습니다.

 

숙소인 삼화초등학교는 폐교 후 하동군에서 방문자의 숙소를 위해 에코하우스로 개조한 곳입니다. 삼화실 마을이라는 이름은 삼화 초등하교 주변의 3개마을(이장, 도장골, 중서)에 있는 3가지 꽃(배꽃, 복숭아꽃, 자주꽃)과 열매 실(實)자를 합쳐 이름을 붙인 이름입니다. 마을이름에서도 자연에 깃대어 사는 지역의 정서가 묻어나는 것 같아 향기롭습니다. 지리산둘레길을 찾는 여행자들이 단순히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고유의 생태와 환경, 지역주민의 삶과 문화를 제대로 배울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숙소에서 출발하여 어제 걸었던 지리산 둘레길을 다시 걸어갑니다. 어제는 내리막길 이었던 것이 오늘은 오르막길이 됩니다. 인생이 이런것이겠지요.

넓게 펼쳐진 모래톱과 갈대옆으로는 자전거길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4대강을 다 헤집어놓고, 수변공원과 자전거길을 만들어 놓더니, 자전거길은 섬진강도 예외가 아니였습니다. 섬진강 자전거길은 광양시 태인동 배알도 수변공원에서 다압면 남도대교까지 총 37.7km에 이릅니다. 녹색순례단이 걸었던 광양 망덕포구까지 이어진 약 10km에 이르는 자전거길은 섬진강 위로 나무데크를 쌓아 만들었습니다. 오늘 이곳 3시간을 걷는 동안 고작 자전거 5대를 마주쳤을 뿐입니다. 더욱이 국토해양부와 행정안전부는 자전거를 이용한 4대강변 국토종주를 홍보하며 종주 인증프로그램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종주산행으로 훼손되어 신음하는 우리의 백두대간 못지 않게 우리의 4대강에도 종주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강은 생명의 근원입니다 레져를 즐기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는 인간의 이기심과 자만이 강에서도 나타납니다. 이런 반복된 실수에도 고치지 못하는 모습이 비단 이것만은 아니지 않는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금강하구와 달리 섬진강은 하구둑으로 막혀있지 않아 모래톱이 남아있습니다. 다행히 4대강 사업의 무자비한 준설을 피해갔기 때문입니다. 재첩을 재취하느라 허리가 끊어질듯 굽어있는 주민의 모습에 어쩌나 싶지만 그 모습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아름다운 모래톱을 자랑하던 남한강 금모래 은모래도 4대강사업으로 파헤쳐져 다시는 볼 수 없고 그 곳에 깃든 생명도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만든 길이 있기도 전에 자연의 길이 먼저 있었습니다. 옛사람들은 오솔길처럼 자연의 길을 조금 빌어서 인간의 길을 만들어 동물들과 길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직선인 인간의 길(도로, 댐, 둑)이 자연의 길을 막고 파괴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그 피해는 우리의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가게 되겠지요.

섬진강은 새만금처럼, 금강하구둑처럼 강물의 숨통을 아직 막지 않았기에 모래톱도, 갈대숲도, 제첩도, 은어도, 벚굴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직선이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낸 구불구불한 곡선을 간직하고 있는 이곳 섬진강은 아직 살아있는 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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