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순례2일차] 화석연료의 편리함에 대한 대가, 감당할 수 있을까?

2019.05.11 | 녹색순례-2019

화석연료의 편리함에 대한 대가, 감당할 수 있을까?

– 공장의 굴뚝과 바다 거북이를 만나다.

 

 

녹색연합은 1998년부터 봄이 되면 도보순례를 떠납니다. 활동가들은 무쌍한 자연과 또 인간이 낸 생채기들을 현장에서 만납니다. 2019년 스물 두 번째 녹색순례는 ‘기후변화를 걷다’입니다.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를 둘러 재생에너지와 그 재생에너지를 일구고 사는 사람들의 궤적을 좇습니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는 당장의 편리가 결국 치명적인 불리로 돌아온 증거입니다. 에너지 전환은 이제 절체절명의 사명입니다. 8박9일(5월9일부터 5월17일까지) 동안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보고, 듣고, 내디딘 단편의 기록을 연재합니다.

 

 

 

공장의 굴뚝이 내뿜는 것

5월 10일, 2일차 순례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충청남도 서천군과 전라북도 군산시가 마주보고 있는 금강의 하구를 향해 걷는다. 남쪽으로 향하는 길 오른편으로 서해의 갯벌이 펼쳐져 있다. 갯벌 너머에는 공장의 굴뚝들이 보인다. 바다 건너 군산의 산업단지 모습이다. 굴뚝에서 뿜어져나오는 연기는 한 때 산업화와 경제발전의 상징이었다. 국토 여기저기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공장들이 들어서는 것이 지역 경제발전의 상징처럼 여겨져 주민들의 환영을 받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지는 지금, 공장의 굴뚝은 그 위기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환경부의 2017년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미세먼지 배출원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사업장(38%)이다. 또한 2015년 기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배출에서 산업공정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에너지 분야를 제외하면 가장 높다. 또한 1990년 대비 2015년 증감률은 산업공정 분야가 모든 분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에너지 생산의 상당부분이 산업계에서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산업시설이 기후변화에 기여하는 비율은 더욱 높아진다. 결국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는. 화석연료에 기대어 발전해온 경제성장이 낳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더 많은 생산과 더 편리한 소비를 추구해온 지금의 산업문명이 낳은 산물인 것이다.

 

 

1989년 군산과 서천 앞바다에 127.4제곱킬로미터 넓이의 군장국가산업단지를 건설할 계획이 수립된 바 있다. 당시에는 강이든, 산이든 국토를 변형시키고 거대한 산업시설을 건설하는게 사회의 발전의 표상처럼 여겨졌다. 갯벌은 쓸모없는 땅이기에 그곳을 메워서 공장을 짓는 것은 경제를 위해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던 시대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오랜 생태계 훼손 논란 끝에 군장산업단지 계획은 취소되었다. 그리고 그 대안사업으로서 국립생태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설립되어, 각각 2012년과 2015년 개관하게 되었다. 생태계 관련 대규모 연구관람시설의 중복투자 등의 논란도 없지는 않았으나, 하구둑으로 생태계의 단절이 일어난 곳, 그리고 대규모 산업시설로 생태계 훼손이 일어날 수도 있었던 곳에, 국가에서 운영하는 생태 연구시설이 들어선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 할 수 있다.

 

바다 거북이 삼킨 플라스틱

점심시간 즈음, 순례단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해양생물에 대한 시민들의 인신증진과 교육을 위한 관람시설이 있다. 식사를 마친 순례단은 안내사의 도움을 받아 이곳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여기서 화석연료에 기댄 산업문명이 낳은 또다른 그림자를 마주하게 되었다. 전시관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특별 기획전 <No Platic – 11일간의 메뉴>가 진행 중이었다. 붉은 바다거북을 주인공으로, 해양플라스틱 쓰레기의 실물이 전시되고, 그런 쓰레기들이 바다의 생물들의 삶을 어떻게 위협하고 있는지 나타나 있었다. 2018년 생태연구를 위해 방사된 바다거북이가11일만에 폐사체로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측은 사인 조사를 위해 바다거북을 부검하였고, 그 결과 사체 내부에서 많은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발견했다. 바다를 떠다니던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한 바다거북은 생명의 위협이 되는 줄도 모른 채, 쓰레기를 삼킨 것이다. 조사대상이었던 바다거북 19마리 모든 개체의 소화기관에서 발견될 만큼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다거북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바다거북만이 아니라, 물범이나 바다새들이 비닐봉지와 폐그물 등으로 죽어가는 사례도 전시되어 있었다. 플라스틱은 석유 없이 만들어질 수 없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쉽게 쓰고 버린 플라스틱들은 바다로 흘러 들어가 수많은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바다의 생명체에 축적된 플라스틱은 결국 인간에게 되돌아와 우리의 삶을 위협할 것이다.

 

편리함에 대한 대가는

 

“플라스틱의 편리함에 대한 대가는 어떤 것일까요?” 전시관의 벽에 쓰여진 글귀다. 이렇게 다시 묻는다. “화석연료의 편리함에 대한 대가, 감당할 수 있는가?” 하늘을 가득 채운 미세먼지, 나날이 가속화되는 기후변화, 생태계를 위협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인간 스스로를 위협하는 감당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것들이다. 문제는 그 대가들이 당장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람을 마친 순례단은 동백대교를 건너 군산을 향했다. 왼편으로는 큰 소음의 자동차들이 달리고, 오른편으로는 우뚝 솟은 공장과 굴뚝이 눈에 띈다. 이제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들에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기를, 편리함에 대한 대가를, 이제는 똑바로 보아야 할 때다.

 

 

글쓴이: 황인철 (녹색연합 정책팀)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연재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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