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녹색순례, 지리산

2006.04.25 | 녹색순례-2006

녹색연합에서 매년 진행하는 녹색순례가 2006년 4월 28일(금)부터 5월 4일(목)까지 6박7일 동안 백두대간 마지막 종착인 지리산 일대에서 진행된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하는 녹색순례는 기존의 등반이나 종주개념을 벗어나 지리산 마룻금을 밟지 않고, 국립공원에서 계속되고 있는 개발현장과 지리산 일대의 문화와 역사를 탐방하게 된다. 고속도로처럼 뚫려있는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의 주능선이 아닌, 지리산 ‘생태문화역사순례길’로 떠난다.

지리산은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터널과 백두대간에 씻을 수 없는 생채기를 남긴 광산, 생태계를 파괴, 단절시키는 댐과 도로, 많은 등산객들로 인해 더 이상 야생과 공존하는 장대한 자연유산이 아니다. 상처 입은 자연과 사람, 이 모두를 품고 있는 지리산,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다시금 공존을 묻는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길 위에서, 야생동물이 죽어가고 있는 길 위에서, 하루에도 몇 종씩 사라져가고 있는 야생식물의 길 위에서 지리산에 찾아올 생명의 봄을 묻는다.

이번 순례에는 전국 녹색연합 활동가와 회원, 일반시민 80여명이 참가한다. 도시 속의 길 위를 끊임없이 달리는 찌들린 일상을 벗어난 이들이 지리산의 길 위에서,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길을 묻는다.

녹색순례는 해마다 보전가치가 높거나 무분별한 개발이 진행되는 지역을 직접 걸으며 현장을 그대로 느끼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마련된 행사이다.
녹색순례는 1998년 강화도 남단에서 새만금갯벌을 시작으로 1999년 송전탑에서 핵발전소까지, 2000년 땅끝 해남에서 새만금까지, 2001년 비무장지대와 두만강 순례, 2002년 미군기지 녹색순레, 2003년 낙동강 녹색순례, 2004년 백두대간 태백에서 진동리까지 2005년 천성산 순례로 이어져왔으며 이제 다시 지리산, 어머니의 품으로 공명하며 함께 대안을 찾고자 한다.

■ 문의 : 녹색순례기획팀 조회은 활동가 plain@greenkorea.org
                                   배제선 활동가 thunder@greenkorea.org

2006년 4월 25일
녹색연합

■ 2006 지리산 녹색순례 구간

■ 2005 지리산 녹색순례 일정별 주제

1. 하루걸음. 4월 28일
남원시 주천면 덕치리 노치마을로 백두대간 마룻금이 마을을 관통하는 곳이다.  이 곳에서 지리산 순례를 낮은 마음으로 임하기 위한 간단한 출정식을 시작하고 길을 나서게 된다.  지리산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순례단은 국립공원을 무자비하게 파헤치며 들어서고 있는 고기리 농업용수댐을 만나게 된다. 이 사업은 남원시 주천면과 운봉읍 주변에 농업 용수를 대기 위해 시작된 것이지만, 워낙 그 규모가 커 완공돼 담수를 할 경우 정령치 계곡은 거의 물에 잠기게 된다. 이 사업은 1997년 농림부에서 가뭄특별대책지구로 승인된 사업으로 환경법상 환경영향평가 제외 대상 사업이지만 국립공원 안에 들어서 정령치 계곡과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많이 훼손되었다. 1998년 시작해 2001년이 완공예정이었으나 지금까지 공사와 자연훼손은 계속되고 있다.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는 정령치 길을 걸어 하늘아래 첫동네라는 심원마을에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2. 이틀걸음. 4월 29일
심원마을을 떠나 성삼재를 넘어 화엄계곡으로 간다. 심원마을은 해발 900여m로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마을로 동쪽으로는 반야봉, 서쪽으로는 만복대, 남쪽의 노고단이 병풍처럼 둘러 서 있다.  얼마 전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이 마을을 2011년까지 전체 이주시킬 계획이라는 발표도 있었다.  35명이 사는 마을에 2000여명의 사람들이 찾아와 계곡이 오염되고 주변도 망가지겠지만 이주 외에 지역주민과 자연이 공존하는 방법은 없을지 생각해 본다.  88년 개통된 성삼재 관광도로는 지리산을 관통하는 도로로, 이 도로가 만들어진 이후 지리산국립공원의 입장객 수는 급격히 증가하여 노고단의 경우는 도로가 개발되기 이전보다 7배의 탐방객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이 도로에서 많은 야생동물들은 소리없이 road kill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인간의 편리함 속에 지리산 국립공원 전체 생태계는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또 한쪽에서는 훼손된 노고단과 생태계 복원을 위한 여러 가지 노력들을 만날 수 있다.  노고단은 성삼재 관통도로 개설로 많은 등산객들로 정상부가 풀 한포기 없는 나대지로 변했다.  지리산국립공원관리공단은 1991년 이곳을 자연휴식년제 지역으로 지정한 뒤 1995~1997년 식생복원공사를 벌였고, 그 결과 지난 1994년 116종이던 식물이 150여종으로 늘어났으며 자연이 살아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리산에서 생태복원이 진행 중인 곳은 노고단, 반야봉, 칠선계곡, 세석평전, 제석봉 등이다.  이날은 노고단에서 국립공원 에코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함께 화엄계곡을 내려와 종복원센터에서 반달곰을 만나 둘째밤을 지낸다.

3. 사흘걸음. 4월 30일
셋째날은 섬진강 꽃길 따라 걸어갑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하나라고 극찬한 길이기도 합니다. 뚝방길을 지나 섬진강 따라 나 있는 861번 지방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그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또 그 지역, 구례군 문척면과 간전면 토지면 일대의 섬진강 주변은 섬진강에서 유일하게 수달 보호지로 선정된 곳입니다. 현재 강으로 흘러오는 오폐수의 양만 9만9000톤으로 90년대 1급수였던 물은 지금은 겨우 2급수를 유지하는 상태입니다. 지역주민이 이용하는 섬진강 줄배를 타고 섬진강을 지나 피아골 연곡분교에서 세 번째 밤을 묵어갑니다. 연곡분교는 폐교의 위기에 놓여있었으나 한 선생님의 노력으로 다시 아이들의 품으로 돌아온 학교입니다. 소중하게 준비한 책을 아이들과 함께 나눕니다.

4. 나흘 걸음. 5월 1일
농평마을과 목통마을을 연결하는 당재를 넘는다.  당재는 구례와 하동을 오가던 옛길이기도 하다.  아스팔트에 피곤한 발이 이제 흙길을 밟게 된다.  깊은 산으로 들어가 하늘에 닿을 때 즈음, 스님들의 수행을 위해 지어진 잘 알려지지 않은 깊은 절 ‘상훈사’에 이른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고요한 이 산사에서 너와 나, 자연과 우리의 깊은 인연을, 순례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5. 닷새걸음. 5월 2일
상훈사를 지나 가파르게 산을 깎은 임도는 패러글라이딩 장으로 이어진다.  이곳 임도는 절개면을 과도하게 만들어 곳곳에 산사태가 일어난 위험한 곳을 보게 된다.  임도를 따라 끝까지 걸어가면 형제봉 바로 옆 패러글라이딩 장으로 통하는 길이 만들어진 후 수렵꾼들이 많아져 한 때는 산토끼도 보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패러글라이딩 장에서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회남재로 통하는 길에 닿는다.  회남재에는 하동군 악양면과 청암면을 연결하는 임도를 포장하는 공사를 진행한 곳이다.  이 길은 경상남도에서 지리산 남부생태권을 단절시키며 관광도로로 만들려는 계획으로 포장을 진행한 곳이다.  현재 2.1km 구간이 완공된 이곳은 준공된 지 4개월도 되지 않아 도로가 붕괴되는 등 지금까지 두 차례 도로가 붕괴되어 길은 통행이 금지된 상태이다.  붕괴되어 있는 도로를 걸어서 넘는다.

6. 엿새걸음. 5월 3일
하동을 지나 산청으로 간다.  순례단이 지나가는 곳은 하동군 청학동과 산청군 중산리 관광지를 연결하는 도로로 2km의 터널이 국립공원을 관통하고 있다.  2004년 7월에 완공된 이 터널은 국립공원을 관통하지만 입구와 출구가 그 바깥에 있다는 이유로 자연공원법 적용을 받지 않았다.  터널을 포함하여 총길이 4.2㎞의 신설 도로는 신설 구간이 3.1㎞여서 환경영향평가도 받지 않았다.  소문도 거의 나지 않았지만, 도로의 국립공원 관통 사례는 사패산터널과 계룡산터널 외에 삼신봉터널까지 하나 더 있는 셈이다.  삼신봉터널을 보고 산청양수발전댐 상부댐을 지나 반천리로 내려옵니다.  산청양수발전댐은 지리산국립공원 경계 바로 밖에 건설된 댐으로 댐의 구조물은 공원 밖이지만 댐으로 만들어진 호수는 지리산에 직접정인 영향을 미쳐 고운동 계곡과 거림 계곡의 생태계 변화는 심각한 상황이다.

7. 이레걸음. 5월 4일
산청군 시천면의 양민학살현장과 남명 조식 선생이 거했던 덕천서원에서 마무리한다.  낮은 몸과 마음으로 걸었던 6박7일. 지리산의 아픔과 대안의 움직임, 녹색순례단이 가야할 길을 길에서 만난 수많은 길동무들에게서 답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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