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순례 2일째, 창원 강변여과수 현장을 가다

2008.03.14 | 녹색순례-2008

이명박 정부는 경부운하 건설로 인한 한강과 낙동강의 수질오염과 이에 따른 상수원 문제의 해결방법으로 강변여과수를 통한 간접취수 방식을 내놓았다. 녹색순례 둘째 날, 경남 창원시 대산면의 강변여과수 취·정수장을 직접 찾아가 보았다.

경남 창원시 대산면에 위치한 대산정수장은 국내 강변여과수 시설 1호로, 2001년 1만 톤에 이어 2006년에 6만 톤의 취·정수장이 완공되어 현재 대방, 소계동 일대 창원시 인구 4만여 명에게 하루 3만7천~4만 톤의 상수도를 공급하고 있다. 대산정수장 앞 낙동강 50~150m 사이 강변 둑에는 44개의 취수펌프(관정)가 설치되어 있었다. 낙동강 물은 50~100일 동안 자갈, 모래층으로 구성된 대수층을 지나면서 자연 정화되어 이 관에 의해 취수된다. 강변여과수 방식은 기존 방식에 비해 정수공정이 단순하고 계절에 상관없이 일정한 수질의 물을 얻을 수 있다.  





강변여과수 취수방식의 핵심쟁점은 설치조건과 수량이다. 창원시 상하수도사업소 정수담당 박외섭 계장은 “강변여과수 설치에는 25~50m 깊이에 물이 원활히 순환할 수 있는 자갈과 모래층이 발달한 지질구조가 필수적이다”고 설명했다. 또 “기술의 문제나 물공급 시스템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적절한 지질조건을 갖추었는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2004년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10억원의 연구비용으로 한강수계의 강변여과수를 비롯  간접취수방식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였다. 당시 서울 암사정수장과 가까운 광나루 지구에 수직관정 5개를 박아 취수한 결과, “수질은 1급수 수준으로 우수하였으나, 1일 취수가능량이 1만5천~2만2천톤으로 수요량에 비해 매우 적은 것으로 평가되어 사업타당성이 없기 때문에 계획이 중단되었다”고 밝힌바 있다. 가장 활발히 강변여과가 이루어지는 경남권역에서 하루에 취수되는 400만톤의 물 중 강변여과로 취수되는 양은 9만톤에 불과하다. 전체 취수량의 2.25%에 해당하는 양이다.

설치조건과 수량의 문제는 물 가격과 이어진다. 생태지평연구소는 한강 강변여과수 시설비용을 4조 6,080억원, 낙동강 강변여과수 시설비용을 4조 6,480억원으로 추정한다. 한나라당 김재원 의원은 막대한 취수장 건설비로 인해 “수도요금의 대대적인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강변여과수의 간접취수 방식으로 현재 수도권과 영남지역의 물공급을 감당한다는 것은 수량과 비용면에서 불가능하다.

100여년 전부터 강변여과수 방식을 시작한 유럽의 경우, 강변여과수 시설 수명을 15~20년 정도로 보고 취수량이 적은 취수정을 폐쇄하고 다른 곳으로 이전 설치하고 있다. 원수에 지하수가 다량 포함되어 있어 지하수 고갈이라는 2차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변여과수 설치가 이제 겨우 8년이 지난 한국에서는 이에 대한 조사나 대책마련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강변여과수가 경부운하 상수원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대산정수장 앞 둔턱에서 보니 낙동강 둑의 취수펌프 시설 주변은 드넓은 모래벌로 되어 있다. 강변여과수는 많은 모래가 펼쳐진 곳에서 가능한 취수 방법이다. 그런데 이명박정부는 경부운하의 재원조달을 위해 골재채취를 이야기 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모래가 있어야 가능한 수질대책을 이야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모래를 팔아서 재원을 마련한다고 한다. 이렇듯 경부운하는 앞뒤가 다른 논리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이것이 경부운하의 실체다.  

학문적 검증의 부재가 불러온 강변여과수 논란

이명박 정부가 경부운하 수질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강변여과수를 제기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운하의 수질 문제는 걱정 없다며 정부의 나팔수가 되었다. 하지만 운하 수질 대책에서 강변여과수는 논란거리조차 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국토 여건에서 하천 주변의 강변 여과수는 충분한 수량 확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이명박 전시장 재임기간에 강변여과수를 검토했다. 그러나 예상을 한참 밑도는 수량 때문에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점은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하는 부산경남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부분적인 하나의 보완 정수처리시스템으로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대도시의 먹는 물 공급 수단으로는 역시 수량 문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강변의 모래와 자갈 아래 흐르고 있는 대수층은 공급용량으로는 부족하다. 사실이 이럴진대 운하건설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강변여과수 운운하는 것은 우리 학계의 우울한 자화상이다.왜 황우석 사태를 겪었음에도 이런 현실은 반복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학문과 과학의 영역에서 검증과 토론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국가정책에서 전문가들이 검증되지 않은 이론과 기술로 국민을 현혹하여 왔다. 이들은 정부의 일방적 논리를 대변하는데 급급했다.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 강변여과수의 주창자중 한명이다. 그가 창원시청의 강변여과수정수장을 직접 방문하여 실상을 파악했더라도 역시 같은 결론에 도달했을까?

정부 정책의 나팔수로 바람을 한껏 잡아주다가도, 아니면 말고 식으로 슬그머니 논쟁에서 빠져나가버린다. 그럼에도 학계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보장 받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들은 어떤 경우에도 정부정책과 관료들에게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다. 전문가의 견해라며 포장된 이들의 주장은 항상 정부입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다. 운하논란 또한 천박한 근성과 생존이 판치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제대로 된 학문검증은 지금부터이다. 이번엔 그들의 책임 있는 답변을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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