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순례 1일차] 새만금 방조제가 막힌 8년 전 오늘을 걷다.

2014.04.22 | 녹색순례-2014

[tip]4월 21일부터 9박 10일간 녹색순례를 떠납니다. 진도 세월호 여객선 참사로 많은 사람들이 슬픔에 빠져 있는 때라 마음은 무겁지만, 녹색연합은 여느해처럼 생명의 현장을 만나기 위해 올해도 어김없이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2014년 녹색순례는 "강이 바라던 바다, 강이 그리는 바다 강강순례"라는 제목으로 새만금, 금강, 섬진강일대를 돌아봅니다. 우리의 발걸음이 강줄기를 다시 이을 수 있기를 바라며, 열일곱번째 녹색순례의 이야기를 전합니다.[/tip]

33.3Km의 방조제가 갈라놓은 바다와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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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21일. 지금으로부터 8년전에 바로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된 날입니다. 이미 봄은 왔지만 새만금 갯벌과 바다에는 아직 봄이 오지 않은 듯 보입니다. 동진강과 만경강에서 흘러온 강물은 33Km의 방조제를 넘지 못한 채 하구에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

신시도에 내려서 주용기님에게 현재의 새만금 갯벌의 개발현황과 함께 과거 지역에서 새만금 갯벌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새만금 방조제 내측의 담수호를 만들고 염분을 빼내기 위해서 수문 조절을 통해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저 콘크리트 철문으로 바닷물과 강물을 잠시 갈라놓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강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 결국 바다로 흐르는 것과 밀물에 다시 바다도 강을 만나러 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방조제 내외측을 번갈아 한번 씩 바라 봅니다. 얼핏 보면 어디가 바다인지 어디가 강인지 구분이 잘 안갈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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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창갯벌에 다시 세운 장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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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창갯벌에 도착하자 벌써 도착한 분들이 장승과 의례에 쓰일 음식들을 준비해두었습니다. 오래전에 세워져 지금까지 새만금 갯벌을 지켜온 장승들 중에 몇몇은 삭아서 쓰러진 것들도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바닷물이 들어와 출렁이던 해창갯벌은 이제 풀이 무성한 육지가 된지 오래입니다.

녹색순례단은 장승을 다시 하나 세우고 오색끈을 묵어 각자의 손에 잡은 채로 작은 의식을 행합니다. 이제 그 장승은 단순히 나무가 아닙니다. 새만금 갯벌이 언젠가는 바닷물이 다시 들어와 생명의 갯벌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는 순례단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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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장승과 달리 이번에 세운 장승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새만금 갯벌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어떤 말도 안되는 개발계획들이 앞으로 진행되는지 똑똑히 지켜볼 것입니다. 비록 지금은 말없이 지켜보고 있지만 잊지 않은 그 수많은 기억들이 결국 새만금방조제를 걷어낼 것이라 희망하면서 오색끈을 잘라서 각자의 손목에 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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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창갯벌에서 마을을지나고 계화방조제를 거쳐서 오늘 숙소인 계상마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향합니다. 살금갯벌도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아 오래전에 육지가 되어버린 곳입니다. 농게. 칠게와 짱뚱어가 뛰어놀던 곳에 이제는 풀이 무성하고 이따금 개구리 소리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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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도착해서 저녁식사 후에는 과거 새만금 갯벌을 지키기 위한 싸움의 현장을 담은 영상다큐인 ‘어부로 살고싶다’를 시청했습니다. 그 영상속의 새만금 인근 어민들의 요구는 지금 까지 그래왔듯이 바다와 갯벌에 기대어 어부로 그냥 살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계화도에 살면서 어업을 하셨던 많은 분들 중에서 많은 주민분들이 이제는 외지에 나가서 직장을 구해서 일을 하신다고 합니다. 고창까지 가서 생합을 잡으시는 분들도 있다고 계상마을이장님께서 전해주십니다.

포구에는 밤늦게까지 실뱀장어를 잡기위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저 불빛을 보며 어부로 살고 있고 살고 싶은 마음을 다시 떠올리며 순례 첫날을 마칩니다.

글/사진 : 녹색순례 해모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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