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순례 4일차] 어김없이 아침입니다.

2014.04.24 | 녹색순례-2014

어김없이 아침입니다. 매번 마주하는 아침이 새삼스레 경건한 시절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딛고 있는 땅, 우리를 품고 있는 하늘을 숙연하게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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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리산 둘레길입니다. 지리산은 대한민국 제1호 국립공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 해 300만 명 이상이 찾는 지리산국립공원이 그것입니다. 1967년 지리산국립공원을 시작으로 2013년 광주 무등산국립공원까지 총 21개 국립공원이 우리나라에 있습니다. 그 중 지리산국립공원은 25km나 되는 능선 덕에 ‘지리산 종주’라는 트렌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발걸음 하나하나가 지나치면 산은 아프기 마련입니다. 휴식년제를 시행해도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등산객들이 어디 예사 분들이십니까! 하지만 찬찬히 따져보면 한국 사람들이 특별히 유난을 떨어서만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탐방문화 자체가 지나치게 정상정복, 능선종주 등에 치우쳐 있는 탓입니다. 그래서 둘레길은 의미가 있습니다. 지역민, 정부, 산악인, 전문가, 시민사회 등이 머리를 맞댄 결과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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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을 한 손으로 부여잡고,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17km 남짓한 산길을 찬찬히 돌아볼 참입니다. 지리산 둘레길은 처음 만들어질 당시 녹색연합이 결합해 코스조성과 관리운영 방안 등을 함께 고민한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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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새가 험해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발목부터 시작해 무릎을 지나 어깨에 이르는 근육들이 헐거워서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간해선 속도를 내지 못합니다. 이쯤 되면 성격 급한 이, 보폭 넓은 이들이 짜증이라도 부려야 할 판인데 그러지도 않습니다. 아마도 지척의 목적지에 우리 마음 전부가 가있지 않아서 일겁니다. 길을 목적에 이르는 수단으로만 여기지 않아서 일겁니다. 누구 말마따나 타인의 고통도 우아함으로 소비되는 이 비루한 시대에 그나마 다행인 일입니다. 얼굴 하나하나 지척에서 살피진 못했지만, 저마다 상념을 품고 제각각 의미들을 되새기며 우리는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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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고개를 넘고 점심을 들었습니다. 우리 마음을 대신 전하는 팻말이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쉬는 시간, 앞이 아닌 위를 바라보는 시간입니다. 지리산에서 흘러온 성긴 구름이 조막만한 그늘을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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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 세 번째 고개를 넘습니다. 우리가 가야할 곳을 이정표가 가리킵니다. 그런데 이번만은 이정표가 빛을 등진 묘비처럼 보입니다. 묘비는 죽음을, 이별을 그리고 쉼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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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모든 죽음과 그리고 이별이 결국엔 기어코 평안한 쉼이 될 수 있도록 기원하며 숙소에 듭니다.

 

글/사진 : 땅모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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