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순례 7일차] 남해 주민들의 애환이 깃든 다랭이논을 만나다.

2014.04.28 | 녹색순례-2014

산자락에서 발원한 물이 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면서 굽이굽이 흘러 들어온 바다는 육지와 섬 사이를 가득 채운다. 순례단은 망덕포구에서 가장 가까운 섬, 남해를 찾았다. 바다로 육지와 떨어진 섬 생활을 보기 위해서다. 망덕 포구를 뒤로 하고 남해대교를 건너온 남해. 육지라고 착각할 만큼 거대한 섬, 남해. 전라도와 경상도 경계에 위치해 있고, 동해, 서해와 같은 고유명사와 같아서, 남해안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오해되기도 하는 섬,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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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서도 지역 주민들의 애환이 깃든 가천 다랭이논을 찾았다. 45도 경사 비탈에 108개 층층계단, 680여개의 논이 바닷가부터 설흘산 중턱까지 이어졌다. 다랭이논은 척박한 땅을 개척하여 한 평의 땅이라도 더 일궈서 한 톨의 쌀이라도 더 수확하여 가족을 먹여 살리려는 조상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곳이다. 아직은 모내기철이 아니라, 유채와 마늘이 심어져 있다. 다랭이논은 특성상 농약을 칠 수가 없다. 위에서 친 농약의 물이 아래로 흘러내려, 그 독성이 매우 강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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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7~8년 전만해도 작은 섬마을이던 가천은 이젠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방문은 마을 사람들에게 어떤 변화를 갖다 주었을까? 다랭이논을 찾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지금도 그 옛날 어르신들처럼, 한 톨의 쌀이라도 더 수확하기 위해 농사를 지으시라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옛날 어르신들이 피와 땀으로 일군 다랭이논이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관광이라는 자원을 만들어낸 것처럼, 오늘을 사는 우리는 미래세대를 위해 어떤 자원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인가가 궁금해졌다. 살기 위해 자연에 적응하면 살아왔던 옛 어르신들의 삶과 탐욕을 위해 자연을 피폐하게 만드는 우리의 삶이 교차되면서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해 왔다.

 

오늘은 모둠별로 순례를 떠났다. 다랭이논을 찾은 팀도 있고, 구운몽 김만중을 기리며 만든 남해유배문학관을 찾은 팀, 금산 보리암을 다녀온 팀도 있었다. 다 함께 걸으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과 올곧이 홀로 걷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회에 속하고, 집단에 속하면서 우리는 위로 받고, 때로 다투기도 하지만, 이끌고 밀어주며 걸어 나간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혼자만의 시간을 원하기도 한다. 고독해짐으로써 단단해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럿이 걷다, 혼자 걸었던 오늘 하루는 순례 참가자들에게 순례의 의미를 올곧이 혼자 성찰하는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스스로 걸어낸 그 길 속에서 앞으로 함께 걸어갈 길의 힘을 만들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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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랭이논을 지나, 앵강만으로 넘어오는 길에서 만난 바다는 먹구름으로 뒤덮인 하늘 탓인지, 깊은 침묵에 잠긴 듯 했다. 이 남해 바다의 서쪽 끝, 아직도 배 안에 갇혀있는 아이들이 떠올랐다. 많은 이들이 애타게 염원하고 있으나, 아직 희망의 소식을 전해줄 수 없는 바다의 침묵. 그 침묵 앞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아버릴 수 없는 가족들에게 기적의 소리가 들리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그리고 숨져간 이들의 명복을 기원한다.

 

정리 :   물모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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