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제주도 여미지 식물원을 미국기업에 매각하는 것을 반대한다

1999.06.17 | 미분류

녹색연합은 서울시가 제주도 여미지 식물원을 미국기업에 매각하는 것을 반대한다.
정부는 국가의 자연자원에 대한 보호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국내최대이자 동양최대 식물원인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내 여미지식물원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CGI사에 8월말 경 매각될 예정이다. 이 식물원은 ㈜삼풍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 따른 보상금 지급을 위해 6차례에 걸쳐 공매처분하려 했으나 실패한 뒤 97년 11월 서울시가 인수, 운영해오고 있다.

녹색연합(사무총장 張 元)은 `서울시의 이러한 결정에 명백한 반대와 엄중한 항의를 한다. 제주도 여미지 식물원은 단순한 관광자원이 아니다. 국가차원에서 지키고 보전하여 후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자연자원이다. 세계는 생물종과 유전자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다양한 생물종을 보유한 나라가 부국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우리 나라는 과거에 이미 수차례에 걸쳐 많은 자원이 해외로 유출되었다. 한일합방을 전후해 우리나라의 상당한 식물자원들이 표본과 종자 형태로 영국과 일본으로 약탈된 바 있다. 지금도 영국의 자연사박물관이나 일본의 동경대학에는 국내에서 찾기 어려운 우리 자생종이나 특산종 등의 표본과 종자  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실정이다. 과거는 그렇다하더라도 21세기를 눈앞에 둔 현시점에서 동양최대의 식물원을 외국에 매각한다는 것은 눈앞의 이익만을 챙기는 근시안적인 발상일수 밖에 없다.

지난 89년 10월 문을 연 여미지 식물원은 부지 12만979㎡에 온실 2만2천7백여㎡, 정원 2만3천여㎡, 동 5천5백여㎡ 등을 갖춰 동양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여미지 식물원에는 ‘1백년만에 한번 꽃을 피우는’ 것으로 알려진 용설란을 비롯하여 새우란, 제비꽃, 복수초, 관중, 나도히초미 등 제주도 자생식물과 파키스타키스, 구근베고니아, 양란, 빅토리아수련, 가시연꽃, 기둥선인장, 박쥐란, 파초일엽 등 2천 여종 15만 8천 본에 달하는 다양한 생물종을 보유한 동양 최대식물원이다.

이번에 서울시가 제주도 여미지 식물원을 매각한 것은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측에서 어떻게든 해외에 매각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생물다양성과 유전자 보존을 위한 노력은 환경부의 주요한 임무이자 국가가 지켜나가야 할 책무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한강을 자연친화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1조원 이상을 투입한다고 했다. 그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의 10분 1만 투자해도 국가적 차원에서 지켜야할 자연자원을 후세에게 영원히 물려줄 수 있다. 아무리 자치단체라 하더라도 국가자원에 대한 소중함과 이익에 대해서는 너와 내가 없이 생각해야 한다. 서울시는 더 이상 이런 근시안적인 발상으로 국민들과 서울시민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환경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녹색연합은 서울시와 정부에게 여미지 식물원을 보존하여 우리나라 생물종 다양성을 지키고 후대에게 아름다운 자연생태계를 물려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1999.  6. 15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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