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협약과 문화적 접근 : 유럽식 문화와 미국식 문화

2004.06.12 | 미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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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협약과 문화적 접근 : 유럽식 문화와 미국식 문화

                                                                                       우석훈 (녹색정치준비모임 정책실장)

1. 들어가는 말

지구온난화 현상은 여러가지 생태계에 관한 문제 중에서 가장 복잡한 문제 중의 하나로 이해해도 크게 무리는 아니다.
보통의 지역적 생태문제보다 지구적인 차원에서의 생태 문제로 이해될 수 있는 것들로서 우리는 오존층 보호와 관련된 몬트리얼 의정서, 멸종위기의 생명 보호를 위한 종다양성 협약인 CITES, 습지 보존을 위한 람사협약, 사막화를 방지하고 녹지를 확보하기 위한 사막화방지 협약을 거론할 수 있는데,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리우 협약에서 의제 21(Agenda 21)과 일종의 패키지로 채택된 기후변화협약은 그 범위와 효과 면에서 최대의 환경협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후변화협약이 다른 협약에 비해서 더 넓은 범위를 다루고 있다는 것은 사실 지구 생태계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생태계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특징들은 일반적인 경제적 재화나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대체의 특징을 매우 약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오존층의 파괴로 인하여 생겨나는 미생물에 대한 살균 효과 때문에 자연생태계의 기초 생산자에 해당하는 미생물들이 몰사로 생태계 자체가 심각하게 교란되는 것은 다른 형태의 노력으로 보상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지구온난화에 의하여 전지구적으로 발생하게 될 기상현상이나 현존 생태계의 교란 현상도 다른 노력으로 보상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협약에 대해서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지구 온난화를 완화시키려는 노력이 전통적인 에너지, 즉 석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에너지의 사용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어 있으며, 인간활동 중 생산활동의 종답, 즉 ‘산출(output)’ 부문에효과가 집중되는 다른 환경협역과는 달리 기후변화협약은 생산의 ‘입력(input)’ 부문인 에너지의 사용에 대해서 직접적인 효과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후로 인간의 비약적인 생산력 증가를 가지고 온 화석연료에 대한 여러가지 규제의 가능성은, 단순한 생산패턴에 대한 부가적 변화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현재의 국제 경제질서 및 국내 경제의 질서마저도 변화시킬 수 있는 위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기후변화협약과 관련된 여러가지 미래 예측에 대한 연구들이 잘 보여주는 바이다.

미국은 얼마 전에 두 가지의 중요한 국제환경협약에 관해서 일종의 거부권을 행사한 바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유전자변형물질에 관한 국제협약이고, 두 번째가 기후변화협약의 실질적인 이행을 규정하고 있는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이다.

유전자변형물질협약에 관한 협약이 미국을 제외하고 발효된 것은 클린턴 행정부 말기이고, 교토의정서에 대하여 거부의사를 거부한 것은 부시 행정부 출범초기인 2001년 5월경이다. 이렇게 미국이 교토의정서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거부한 것은 부시 출범 이후의 외교적 일방주의와 연관되어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겠지만, 동시에 미국이 어쩔 수 없는 경제적 문제들이 존재한다고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유전자변명물질에 관해서 보상이 실시될 경우 미국의 연간 총생산액보다 더 많은 보상액이 지급될 것이라는 잠정적 추정이 이루어졌다고 얘기된다. 기후변화협약의 경우는 교토의정서를 작성한 1997년의 예측에 비하여 미국 경제가 장기간의 호황으로 인하여 이미 온실가스 발생량 자체가 90년 수준으로 감축하기에는 곤란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부시 행정부의 선택을 상당히 제한하였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한 가지 문제에 주목하게 된다.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선진국의 입장을 크게 대별하여 보면, 매우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기후변화협약 체결에 대하여 찬성하고 있는 유럽의 입장과, 때로는 소극적이며 심지어는 의정서 자체의 비준을 거부한 미국의 입장이 구분된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나라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국가입장의 중대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여러가지 설명이 존재할 수 있지만, 그 중의 한 가지가 두 나라가 매우 대별되는 문화 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을 것이다.

2. 문화 이야기 1 : 자동차 이야기

유럽형과 미국형의 문화를 설정하는 것에는 약간의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미국도 주정부별로 많은 차이를 가지고 보다 강도 높은 에너지절약 정책을 실시하는 오레곤주나 재생가능에너지 보급과 관련해서 선진형 기법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는 일종의 모델로 활용되는 캘리포니아주가 석유 생산과 연관된 텍사스주 등의 패턴과 함께 동일한 선상에 놓여서 분석되는 것에는 분명히 문제가 존재할 수 있다.

동일한 관점에서 유럽 국가들도 EU라는 매우 특수한 경제블록 속에서 연동되는 제도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국가로 습관적으로 분류하고 분석하는 것에는 분명히 문제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몇 가지 대표적인 유형에 대해서 생각해본다면, 다소 무리한 감은 없지 않지만, 유형화를 하는 것이 지나친 단순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단 유럽이나 미국이나 온실가스 발생측면에서 증가세를 주도하는 것은 주로 민간 부문, 특히 운송부문과 일반 건물 부문에서의 증가세가 하나의 추세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럽의 경우에는 특히 EU 통합으로 인한 물류 증가와 노동력의 국가간 이동의 증가 등으로 인하여 교통 부문으로부터 발생할 온실가스 증가에 대하여 유럽환경위원회(EU Environmental Committee)가 상당히 신경을 쓰는 것이 사실이다.

조금 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 기후변화협약과 관련된 몇 가지 국제적 노력 중에서 가장 먼저 가시화되고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1999년도의 EU 자동차협정의 전개과정에 대해서 잠깐 살펴보자.

교토의정서의 이행을 검토하면서 EU 환경위원회는 수송 부문에서의 의미있는 노력이 없으면 효율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부적으로 도출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 시작하였는데, 보다 연비가 좋은 자동차를 보급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EU 역내 자동차 회사들에 대해서는 일종의 협약 형식으로 행정력을 발휘할 수가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한국 등 유럽에 진출한 주요 외국회사들의 자동차의 연비 개선에 관해서는 행정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여기에서부터 유명한 99년의 EU 자동차협정의 체결절차가 진행되기 시작하였다. 역내의 자동차회사와 2005년까지 약 1/4 정도 온실가스 감축한 자동차를 개발하기로 조약을 체결한 후, EU 환경위원회는 미국자동차협회, 그리고 일본 및 한국자동차협회와 연속적으로 자발적 협약(voluntry agreement) 형태로 특별한 조약을 체결하였다. 이 과정에서 미국 기업과 일본 기업들이 상당히 이러한 일방적 조치에 대해서 상당히 반발한 것을 알려져 있지만, 일단은 소비자 자체가 환경에 대한 의식이 상당히 높은 유럽의 소비자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EU 집행위원회에 대해서 강력하게 반발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고, 또한 독일, 프랑스 등의 당시에 강력했던 유럽의 녹색당들도 이러한 협상체결과정에 나름대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 의회는 전통적으로 국내 녹색당의 당선 비율보다는 높은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연비와는 유럽식 온실가스 배출 계산방법이 동일하지는 않아 즉각적으로 비교하기에는 어렵지만, 원칙적으로는 2005년도에는 17㎞/  정도의 연비에 해당하는 자동차만을 수출해야 한다는 것이 조건인데, 우리나라의 자동차 기준으로 하면, 수동식 1,300cc 자동차의 일부와 수동식 800cc 경차가 여기에 해당하고, 자동변속기를 장착하고 있는 800cc 경차는 경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당시의 주력 수출차량이었던 1,800cc와 2,000cc 차량을 기준으로 하면, 2005년에는 특기할만한 기술개선이 존재하지 않으면, 협약을 위반한 상태에서 별다른 무역규제 등의 제재가 불가능하므로 수출을 하게 된다는 것이 예견될 수 있다.

이러한 EU의 조건에 가장 큰 문제점에 봉착한 나라가 미국과 우리나라의 경우인데, 이 조건의 차이가 두 나라의 상이한 운전습관을 비롯한 일련의 자동차 문화의 차이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일단 미국은 흔히 알려진 대로 유럽의 자동차에 비하면 큰 자동차 위주로 주력모델이 구성되어 있고, 유럽의 자동차들이 가장 에너지세가 높은 영국을 비롯하여 높은 연료비용 등의 이유로 많은 연료절약장치를 개발한 데에 비하여, 미국의 자동차들은 주행편의성에 주로 촛점을 맞추어 기술이 개발되어 왔다. 이러한 차이는 수동변속기와 자동변속기 장착 차량에 대해서도 전혀 상이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두 가지 변속 기술의 차이는 1/3 정도의 연료소비 차이를 보여준다.

이 상황에서 유럽 자동차들이 조금 더 쉽게 EU 환경위원회의 기준을 충족시킬 가능성이 있던데 비하여, 대형자동차 위주의 판매를 하던 미국자동차협회로서는 사실 곤란한 기준이 아닐 수 없다. 일본자동차협회는 안정화된 매연저감기술 등의 후처리 기술의 채택을 제시하며, EU와 온실가스 국한하지 않는 보다 확장된 협약을 맺을 것을 가지고 협상을 시작하였는데, 실제로 전체적 자동차 환경친화기술에서 일본의 잠재력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EU 자동차회사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현재의 기준은 실제로 원한에 비해서는 많은 양보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가장 곤란한 경우였는데, 미국만큼 별도의 협상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본처럼 미래기술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도 곤란한 상태인데, 당시 IMF의 여파로 장치투자에 대한 전망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일단 협약은 체결되었다.

이 협약이 체결된 이후로 EU는 벤츠의 스마트 카 등 2인승 자동차에 대한 개발을 서둘렀고, 또한 휘발유보다 좋은 연비를 확보할 수 있는 경유승용차의 판매비율을 늘려 고급 승용차의 50% 이상을 경유차로 전환한 반면, 경유차의 후처리 기술향상 등 EU 기준을 계속해서 강화시켜 기술수준을 향상시키는 두 가지 정책을 추진하여 왔다.

기본적으로는 작은 차를 선호하는 나라가 기후변화협약에 대해서는 유리한 조건을 가질 수 밖에 없을 뿐더러, 부분적으로는 수동기어 등 에너지절약 기술에 대해서 우호적인 사회가 온실가스 측면에서는 보다 유리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어쩌면 우연이라고 할 수도 있다. 유럽이 작은 차를 선호하는 이유는 좁은 국토와 높은 연료계통과 관련된 세금 등의 이유 등을 거론할 수 있을 것이며, 수동기어에 대한 선호가 월등하게 높은 것은 기계 자체에 대한 사회적 선호도가 높다는 것도 존재하지만, 여기에도 자동차 정비 등 서비스 등과 관련된 인건비가 워낙 비싸 ‘자가 정비’가 일종의 문화 같은 것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데에도 몇 가지 이유를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유럽식 자동차 문화가 온실가스 감축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현재로서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게 된다는 것은, 어쩌면 우연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생태계에 대한 일반적 경향인 ‘인간활동의 최소화’라는 흐름에 비추어 보면, 내포적 축적(internal accumulation)을 중시한 유럽식의 생산 및 경영 방식으로부터 발생한 여러가지 문화 형태들이, 외연적 축적(external accumution)으로 특징지울 수 있는 미국의 생산유형에 일정한 기반을 두고 있는 문화보다는 여러가지로 유리한 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3. 문화 이야기 2 : 집 이야기

흔히 거주와 관련된 부문을 commercial and non-commercial use라는 항목을 사용하기도 하고, 혹은 residence 아니면 housing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단순히 건물이라고 하지만, 에너지 사용이나 온실가스 발생의 측면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건물에서의 에너지 사용과 순수 민간인의 거주 용도로 사용되는 주거 부문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집’이라고 표현하면, 상업적 용도보다는 순수주거형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요즘 집값 파동과 관련해서 난리를 치고 있는 ‘주상복합건물’과 같은 것들의 보급이 늘어나면 상업적 용도와 순수주거 용도를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러한 차이점들 때문에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을 주거면적으로 환산해서 계산해보거나, 아니면 얼마나 많은 면적에서 어느 정도의 온실가스가 1인당 발생하고 있는가를 부문면으로 환산하는 일은 쉽지도 않다. 때때로 이러한 숫자의 계산들이 의미심장한 추세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매우 현란하게 특정 추세를 과장해서 부각하는 용도가 아니라면, 대체로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추정하는 것과 이러한 추세는 큰 차이를 보여주지 않는다.

대체적으로 우리나라의 전체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 규모를 보여주는데, 총에너지 사용규모도 이 순위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1인당 국민소득은 30위권 밖으로 밀리는데, 역시 에너지 사용량도 이 추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순위 계산을 OECD에 대한 계산으로 변환하면, 프랑스와 비슷하고, 독일이나 일본과 곧 비슷하게 될 것이라는 추세를 알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누구나 금방 문제점들을 찾아내게 된다. 1인당 에너지 순위의 계산에서는 쿠웨이트 같이 산유국들의 경우와 같이 에너지를 다른 생산요소보다 집약적으로 사용하는 나라들이 우리나라의 앞 순위로 가기 때문에 전체 평균추세와 비슷해지지만, OECD로 분석 수준을 변경하면 이런 나라들은 OECD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인지 금방 도출되기 때문이다.

housing이라고 좁게 정의되어 있는 그야말로 ‘집’에 관한 얘기가 전형적으로 우리나라가 가지는 특징을 이해하기 위한 한 가지 지표가 될 수 있다. 유럽과 미국의 가장 큰 문화적 차이점 중의 하나는 주거 공간의 크기를 비롯해 주거문화에 대해서도 전형적인 유형화가 가능하다.

유럽의 주거형태가 오래된 도시의 좁은 공동주거 형태로 발달해왔다면, 미국의 경우는 보다 넓은 공간을 사용하는 단독 주택 형태로 발달해왔다는 것을 즉각 차이점으로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도시와 농촌 등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이것을 국가별 1인당 평균주거면적 같은 것으로 나누어 수치를 계산하는 것에 큰 의미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주거문화의 특징적 차이점은 폐기물 수거와 관련된 작은 폐기물 정책과 폐기물 처리 방식, 즉 매립 방식과 소각 방식 등에서도 여러가지 특징적 차이점들을 드러내지만, 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하여 이러한 차이점들이 주는 것들도 앞으로는 여러가지 변화들을 일으킬 것으로 예견할 수 있다.

일단은 주거공간의 크기 자체가 주는 몇 가지 문제점들에 대해서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난방이나 냉방의 경우가 그러한데, 만약 주거 패턴이 동일하다고 할 때에도, 1인당 사용면적이 늘어나면 당연히 더 많은 열이나 냉기를 필요로 할 것이고, 이에 따른 에너지 사용의 변화와 온실가스 증가를 동시에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적인 관점에서는 어쨌든 좁은 공간이 유리하다는 것은, 가장 기계적이지만 확실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에서도 유럽은 미국에 비해서 기후변화협약의 측면에서는 여러 가지로 유리하다.

여기에 주거패턴에도 몇 가지 문제점들을 즉각적으로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높은 난방 비용 등의 이유로 유럽의 경우는 대개는 15 C 정도의 온도를 넘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직도 climatisation이라고 하는 냉방장치를 가정집에 설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검소’하다고 할 정도로 극단적인 검소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유럽은 이런 면에서는 확실히 환경친화적인 문화패턴을 가지고 있고, 기후변화협약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촌스럽다’고 표현하는 이런 문화적 패턴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경제일수록 근본적인 대응이 유리하다는 점이다.

이에 비하여 미국은 자연적인 이유도 분명히 있을 수 있지만, 냉난방이 일반화되어 있고, 보다 넓은 거주지역의 온도조절을 위해서 세계 최고의 에너지 사용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당분간은 다른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 클린턴 시절의 에너지부의 연구보고에 의하면 미국인들은 단 1센트도 현재의 냉난방을 위한 에너지 절약을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따라서 정부도 새로운 규제 방식을 통해서 소비패턴에 변화를 가져오기가 대단히 곤란하다. 문화는 몇 가지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있지만, 일단 형성되면 ‘자기강화 메카니즘(self-reinforcement mechanism)’이라고 부를 수 있는 문화나 제도 현상 특유의 저작이 작동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런 문화 패턴의 차이는 단순히 점유 공간의 크기나 이로 인한 추가적 냉난방에 관한 문제, 그리고 온도조절 패턴의 차이만이 아니라 별도의 새로운 기술의 개발이나 발전에도 개입하게 된다. 풍력발전의 보급에 ‘집단 출자제’와 같이 인근의 거주민들이 단체로 출자하여 풍력발전 단지에 출자하는, 이제는 덴마크나 독일 등에서 유행화된 일련의 재생가능에너지의 보급 패턴은 공동주택과 함께 일종의 공동체 문화가 동시에 작용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절약전문회사(ESCO : Energy Service Company)의 활동패턴에 있어서도 유럽과 미국은 약간은 상이한 발달 패턴을 보이는데, 미국의 ESCO들이 상용화된 대형건물에 대한 에너지 설비 개체사업을 주 사업으로 하고 있는데 비하여, 유럽의 ESCO들은 공동주택에 대한 집단 개체사업을 실시한 후, 지속적인 관리까지를 사업계역의 범위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과정에도 개인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에너지절약에 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일종의 사회적 관심이 개입한다고 할 수 있다.

4. 우리나라의 경우는 확실히 미국형에 가깝다

우리나라의 현재 온실가스 증가세를 주도하는 부문은 산업 부문보다는 확실히 민간 부문과 운송 부문이다. 교차보조의 일종으로 정의할 수 있는 저에너지 가격이 90년대 후반부터 조정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도 에너지 가격이 선진국의 추세를 따라가고 있는게 사실이며, 실제로 산업용 저에너지가격 제도는 현실적으로 거의 사라진 상태이다.

이러한 에너지가격개편의 중장기개편계획에 의하여 2006년까지 지속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견되는데, 개인 보다는 산업 부문이 이러한 변화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는 70~80년대의 중후장대형인 장비산업에서 고부가가치형 산업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자연스럽게 이전하는 과정도 일부 개입되었음은 물론이다. 실제로 3대 에너지다소비업종으로 전통적으로 분류되던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업종에서는 IMF 경제위기 이후로 설비상의 추가 증설 계획은 실질적으로 중단된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온실가스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과거와 같이 산업부문에서의 설비증설이나 생산증가를 위한 패턴이라기 보다는 개개인의 소비 문화의 변화에 따른 소비 패턴의 변화가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수년째 국민소득이 증가가 만 불에서 멈추어져 있고, 실질적인 가처분 소득의 증가가 일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민간 부문의 온실가스 발생량이 증가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기 혼자 움직이는 문화 현상’이라는, 문화의 특수 현상이 가장 핵심에 있는 이유라고 할 것이다.

98년도와 2001년도의 민간 수송 부분에서의 온실가스 발생량은 연간 30%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요인들은 대단히 상식적으로 설명될 수 있을 정도로 전형적인 문화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간 동안의 자동차 소비패턴을 살펴보면, 실제 차량 댓수의 증가보다는 차량의 중대형화와 자동변속기 차량의 보급 증가라는 두 가지 특징을 관찰할 수 있다.

IMF 이후에 연간 보급댓수의 10% 정도를 차지하던 경차의 보급이 급격히 둔화되어 제조업자들이 국내 판매를 포기할 정도로 이 기간 동안 주력 모델이 대형화?고급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1,300~1,500cc에서 2,000cc 이상으로 승용차의 주력 모델이 상향조정되면서 차량 자체가 고급화하는 경향과 3,000cc 이상의 레저형 차량이 보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들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증가세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자동차의 고급화의 상징처럼 작용한 자동변속 차량의 보급 증가 역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고 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휘발유 차량의 연비절약 기술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린번의 보급 이후로 소형 경유차의 환경친화기술 개발 확보실패와 이에 따른 보급 지연도 전체적으로는 온실가스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형차 이상에 적용하기 힘든 CVT를 이용한 자동기어의 대체기술의 개발 실패도 이러한 경향에 더욱 짐을 주는 상태이다.

소비패턴에서 적어도 자동차 문화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는 유럽형보다는 전형적인 미국형의 패턴을 따라가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라고 하지만, 문화현상 만큼은 ‘넓은 국토에 작은 인구’라는 미국형이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이 기간 중에 실질적인 전체 국민가처분 소득이 증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위 자동차 크기만 커진 이 현상을 소득 증가에 따른 자연적인 자동차 소비의 고급화라고 설명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이 경우 가능한 설명은 경제의 양극화가 심화되어, 한쪽 극단에서 빈민화가 진행되는 것과 동시에 일부에 부가 집중된 남미형 소비추세라고 설명하던지, 혹은 가처분 소득과 상관없이 소비만이 고급화된 두 가지 중의 하나라고 이해할 수 밖에 없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 두 가지가 어느 정도는 동시에 진행된 것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주택의 경우에도 유사한 추세가 진행되면서, 국민주택 이상의 IMF 이후로 급격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고, 몇 가지 제도적인 미비점과 결합되면서 민간 부문의 냉난방 소비도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주택부문에서는 단열재 사용의 증가와 개량형 창호 등의 보급 증가, 그리고 지역난방을 통한 집단 효율화를 통해서 수송 부문만큼 기계적인 증가 추세를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는 미국형 패턴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개인 냉방설비의 보급으로 여름철 민간 건물 부문에서의 전기수요의 증가는 피크 부하 관리 자체가 힘들 정도의 문제를 발생시킨다. 또한 열관련 설비의 가격하락을 위하여 약간은 기현상적으로 도입된 원자력 발전을 이용한 심야전기의 빙축열 보급 확대는 기저부하로 사용되는 핵발전 증가의 필요성이라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엉뚱한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렇게 개인들이 – 문화현상의 경우 이것을 개인의 측면에 환원시켜서 옳을 것인지에 관해서는 여러가지 다른 견해가 존재할 수 있다 – 가지고 있는 특별한 소비패턴과는 별개로 현재의 재건축 문화와 관련해 몇 가지 추가적인 지적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90년대 일본에서 특히 많이 논이된 건축물의 전과정분석(LCA: Life-Cycle Analysis)의 경우는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온실가스 발생의 효과 부문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철골조로 건축하는 경우의 건물 수명 100년과 컨크리이트조로 건축한 경우의 평균 건물수명 50년인 경우에 약 두 배 정도의 온실가스 발생량의 차이가 사회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값이라는 또 다른 투기적 목적이 개입한다는 것을 감안하고라도, 최근과 같은 재건축붐은 건물의 수명을 단축시켜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서 두 배 이상의 온실가스를 발생시키게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유럽의 대도시들이 많이 사용하는 리노베이션의 형태보다 완전히 새로이 건축하는 리컨스트력션의 경우가 오래된 건물의 안전 무제라는 본래의 목적과는 달리 온실가스 증가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게 된다는 점은 사회적으로 주목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건축물의 원료로 사용되는 시멘트와 철강 모두 제조 과정에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재료 중의 하나이며, 또한 우리나라가 직접 생산국인 제품들인데, 세계적으로 건축물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방법과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주요 추세인 것에 비하면, 건뮬의 설계 수명을 훨씬 단축시키는 현재의 재건축 추세 역시 그렇게 지구에 ‘상냥한’ 흐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대세적인 문화와 함께 현재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품목은 민간부문에서 사용하는 가전 제품의 대형화와 다양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주로 분석되는 품목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김치냉장고의 보급과 조만간 보급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식기세척기라의 경우인데, 이러한 가전제품의 사용량은 기존 제품의 에너지 효율 향상에 의하여 어느 정도 상쇄되는 측면이 있지만, 전체적인 증가추세 자체를 역전시키기에는 아직은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5. 맺는 말 : 자연에 상냥한 것이 사람에게도 상냥할 수는 없는가?

기후변화협약을 둘러싼 온실가스 발생과 관련해서 살펴본 우리나라의 소비 문화를 비롯한 여러가지 문화 패턴들은 기본적으로는 상당한 정도로 ‘자연에 상냥하지 않은’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기후변화협약은 가장 생태 문제가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유형 한 가지를 보여주는데, 경제적인 비용의 지불과 생태계 측면에서의 비용 지불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며, 이는 실제 소비에 지출되는 비용이 온실가스를 고려하지 않은 형태에서 상당히 저평가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개인 소비의 측면에서 미국 정부가 교토 의정서의 여러가지 의무 중 특히 감축의무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실적의 경제화라는 측면에서 강하게 반발하는 것만큼 우리나라도 동일한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현재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매우 특별한 소비 문화를 비롯한 소비 패턴을 통해서 더욱 더 강화되는 추세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하여 살펴본 우리나라 소비 문화를 포함한 문화현상의 가장 큰 특징은 여러가지 제반 여건상 유럽형에 가까운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미국식 패턴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패턴들이 개인들의 삶에 있어서 보다 윤택하고 또한 ‘상냥한’ 방식일 수는 있지만, 사실 지구온난화의 관점에서는 전혀 상냥하지 못하다.

기후변화협약이 온난화와 녹지 문제, 혹은 사막화 등과 포괄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또한 동시에 일종의 산업 투입물로서의 화석에너지의 사용과 관련되어 있듯이,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反 온난화의 문화들도 다른 환경문제와 계속해서 연결되게 된다. 더 많은 자동차의 운행은 더 많은 폐기물의 발생과 함께 더 많은 대기질 오염, 특히 서울 등 대도시에서의 최근 빈도수가 늘어나고 있는 광합성 스모그 문제와 연결되고, 또 한편으로는 계속되는 규모가 커지는 주거 공간 확보를 위한 주택 공급은 즉각적으로 더 많은 택지개발과 함께 더 많은 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 물론 이 경우 이산화탄소의 흡수원인 녹지가 다시 대규모로 사라지게 됨은 물론이다. 이산화탄소와는 조금은 다른 메카니즘을 가지고 있는 메탄 가스의 경우와 주발생원인 음식물 쓰레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의 도식이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 큰 집과 더 큰 자동차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비 문화가 당분간 역전되거나 급격하게 유럽형으로 변해나갈 추세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현재와 같은 문화가 어떤 측면에서 지구적인 생태계 문제를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도 잘 생각하지 않는 것이 현재의 추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형성된 제도가 스스로의 강화 메카니즘을 가지고 스스로 굴러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이러한 문화들도 스스로의 역사를 가지고 스스로 자생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단히 탄력적이며, 또한 대단히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우리나라 경제 시스템의 한 어두운 그림자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으로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지적한다면, 소위 절대기술이라고 하는 back-stop technology가 나타나기 이전까지 ‘과시적 소비’의 만연으로 생겨나는 임시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한반도라는 작은 생태계가, 그리고 더 나아가 지구라는 생태계가 이러한 형태의 경제 시스템을 그렇게 오래 지탱해줄 것 같지는 않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 돌아다보아야 할 시기이며, 문화라는 행동양식을 통해서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것들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고민해야할 시기이다.

*** 이 글은 기후변화에 관심있는 활동가들의 모임인 ‘기후행동포럼’에서 가진 토론회에서 발제된 내용입니다. 궁금하신 사항은 ‘녹색은 생활이다(Green Is Life)’팀 에너지담당 이버들 간사(02-747-8500)에게 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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