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지갑이 쉬는 날!

2000.11.23 | 미분류

11월 26일, 지갑이 쉬는 날! 하루만 참으세요!

11월 26일, 오늘 하루 아무 것도 사지 않기로 하셨나요? 음… 게다가 오늘은 일요일이니 집에서 휴일을 즐기면서 정말 아무 것도 사지 않고 하루를 보낼 수 있겠군요.

심심하다구요? 그럼 집안을 둘러보세요. 오래된 책장에서 이미 다 읽은 책을 들춰보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나이 든 당신이 다시 읽는 책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지도 모르니까요. 혹시 여유가 있다면 가족 앨범이나 학창시절의 앨범을 다시 보며 추억을 되새겨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함께 놀아주지 않아 마음 상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안겨주며 마음 속 미안함을 풀려고 하진 않았나요? 아이들에겐 장난감이나 맛난 음식보단 아빠랑 엄마랑 눈을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필요하답니다. 아이들이랑 놀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를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정말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실천하고 싶다면, 아이들이랑 같이 TV를 보는 건 피하세요. TV 광고를 본, 아니면 신문 전단지를 본 아이들이 갑자기 “아빠, 저거 사줘” “피자 사줘”라고 조르기 시작하면 아무리 당신이 굳은 마음을 먹었다 해도 흔들릴테니까요.

배가 고프다구요? 냉장고를 열어보세요. 커다란 냉장고 냉동실 비닐 팩 속에선 당신이 언제 사다 놓았는지 기억도 못하는 음식재료가 가득 차 있을지도 몰라요.
백화점 세일 때를 맞춰 물건을 사는 당신, 카드 가맹점을 찾아다니며 할인률을 챙기는 당신, 스스로 현명한 소비자라고 자부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업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교묘한 상술은 가끔 우리가 현명한 소비자인지 그들의 놀음에 놀아나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답니다.

오늘 하루 아무 것도 사지 않고 보내는 것이 너무 힘드셨다구요?
심각한 통계하나 알려 드릴께요. 한국인의 6.6%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쇼핑을 하는 쇼핑중독증에 걸려 있답니다. 쇼핑중독증은 병으로 분류되며 파이저 등 4개의 제약회사가 치료제를 개발, 현재 임상실험중에 있다고 합니다. 이날 하루동안의 캠페인이 우리나라 소비문화를 바꾼다거나 경제지표에 영향을 주는 등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하루동안 우리의 삶의 방식에 대해, 그리고 소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에너지와 자원이 사용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환경오염, 노동문제, 불공정한 거래의 문제가 나타나게 됩니다. 문제는 그렇게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만들어진 상품마저도 밀려오는 신상품과 새것을 사라고 유혹하는 광고에 밀려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우리가 석유, 석탄, 광물과 같은 자연자원을 소비하는 속도는 너무나 빨라서 다음 세대들이 쓸 자원마저도 마구 소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과도한 소비는 지구환경을 파괴하고 미래세대에게 불안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 이 끊임없이 소비하는 일을 하루 24시간 동안만 중단해 봅시다. 우리 11월 26일, 하루만이라도 오염되어 가는 지구에 ‘녹색 휴일’을 만들어 주자구요. 하지만 저희들은 그날 차비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알리기 위해 명동 한복판에서 캠페인을 해야 하거든요.

■ Buy Nothing Day 캠페인

○ 장   소 : 명동 한빛 은행 앞
○ 시   간 : 오후 1시-3시
○ 내   용 :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을 알리고, 그 의미를 담은 퍼포먼스가 열립니다.
                  녹색연합 청소년 모임 아이.지.엘이 함께 합니다.

글 녹색연합 이유진 간사 leeyj@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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