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석유개발 기업과 싸우는 우와족

2001.02.20 | 미분류

거대 석유개발 기업과 싸우는 우와족

6천 명 우와족의 집단자살을 막을 수 있는가

글·사진 이태화 Ltaehwa@hanimail.com (녹색연합 부장 / 해외파견자)

지난 1월 13일, 우와족을 만나기 위해 나는 이탈리아 녹색당 대표단들, 프랑스 다큐멘터리 제작팀과 함께 베네주엘라 국경이 있는 아라우카주로 날아왔다. 옥시덴탈 페트롤륨의 석유개발이 자신들의 영토에서 이루어질 경우 부족 전원 6천여 명이 집단자살을 하겠다고 선언한 부족. 1992년 이들의 이야기가 알려지고 난 이후부터 나는 ‘이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염원을 갖게 되었다.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그 염원이 이렇게 현실이 되었지만 상황은 아직 어두워 보인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우와족의 문화를 이해하고 미국다국적기업의 석유사업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사진설명 / 우와족의 영토. 우리는 이 아름다운 땅과
6천 명의 우와족을 지킬 수 있는가?

우와 사람들은 지난 40여 년동안 영토의 85%를 콜롬비아정부에 빼앗겼다. 이 과정에서 그나마 남아있던 우와인 2만여 명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외부 백인들이 들어오면서 질병에 감염되기도 하고 그들의 폭력에 희생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인원은 약 6천여 명. 옥시덴탈의 석유개발이 강행되면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4백 년전 스페인이 처음 콜롬비아를 침략했을 때, 많은 수의 원주민들은 침략자들이 가지고 온 질병(예를 들어 천연두)에 감염되어 죽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백인들의 노예가 되어 금을 파내는 광산에서 혹독한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의 우와 사람들은 백인의 노예가 되기보다는 우와족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대부분 자살을 택했다고 한다. 지금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우와족의 노래는 그때 자살한 사람들이 강에 쌓여 강물의 흐름을 바꿀 정도였다고 그리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잊지 않고 있다.

나는 왜 우와족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그들의 삶의 방식을 통해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현대산업사회에 길들어버린 인간의 눈에는 지독하게 가난하게 비쳐질 수도 있지만 그들에게는 우리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세계’와의 연결, 그리고 깊은 내면에서 나오는 ‘웃음’이 있었다. 물론 모두가 필요한 만큼 사용할 수 있는 의식주와 함께. 한 우와족 청년은 산업사회로 나가서 돈을 많이 벌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전 우리 부족을 지키기 위해 멀리있는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그곳에서 경험하는 산업사회의 소비주의에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더군요. 저는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이 저와 부족사람들과 이 위대한 어머니이신 자연을 지키는 것임을 느낍니다. 반면 제가 대학에서 만난 사람들은 항상 무엇인가를 찾고 있더군요. 아니 무엇인가를 찾으려 공부를 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무엇’인가는 바로 우리 옆에 있는 우리형제들, 그리고 위대한 어머니 자연인데 그것을 못 느끼는 것 같더군요.”

테러와 살인이 일상이 되어버린 콜롬비아의 위험한 상황에 대해 잔뜩 긴장하며 주의사항을 들은 후 일행은 우와족의 영토가 시작되는 주스칼로 향했다. 주스칼과 쿠바라를 오가며 활동을 하는동안 우리에게 뜻밖의 좋은 소식이 전달되었다. 우와족의 정신적 지도자 월카야가 우리들 중 몇 명을 만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었다. 월카야는 지난 35년동안 한번도 자신이 머무르는 산에서 내려온 일이 없으며 외부인을 만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 한다. 이들은 콜롬비아 원주민 부족들 중에서도 명상하는 부족으로 유명한데 수천 년동안 이웃부족과 한번의 싸움도 없이 평화를 유지하며 살아온 부족이다. 그런데다 월카야는 바로 그 부족의 명상법을 수천 년동안 전수하는 존재이니 우리들의 흥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마치 살아있는 예수나 부처를 만나러 가는 심정이었다. 문제는 누가 갈 수 있느냐였다.

사진설명 / 월카야를 만나기 위해7시간을 걸으며
‘신성한 산’을 느꼈다.

월카야의 전령들이 우리를 만나러 산에서 내려왔다. 결국 네 명이 가기로 결정이 되었는데, 녹색당 당수 그라시아 프란체스카토, 국제연대 담당자 쥐세페, 이탈리아 노년의 평화운동가 엘리야 그리고 뜻밖에도 내가 선택되었다. 그것은 이제껏 한번도 아시아에서 이곳을 방문한 적이 없으며 아시아인의 방문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의 마음이 그들을 해칠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기 때문에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며 전령들은 환하게 웃으며 환영의사를 밝혔다. 우와인들은 상대방의 신체의 일부만 접촉하고서도 상대의 마음상태를 알아차린다고 한다. 사랑으로 가득차 있는지, 증오와 의심으로 뭉쳐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그들이 신중하게 월카야를 방문할 사람들을 선택한 것은 월카야에게 이르는 그 길이 아직까지 외부인에게 전혀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신적 지도자의 안전을 위한 그들만의 대비책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머문 곳은 바나나잎으로 엮은 지붕만 얹어놓은 전통적인 우와가옥이었다. 월카야를 만나기 위해 문명인은 이틀동안 단식과 명상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밖에서는 태고적부터 내리던 비가 내리고 우리와 같이 왔던 우와족 청년들이 추위에 떠는 우리를 위해 모닥불을 피워주었다. 우리는 모닥불주위에 둘러앉아 우와족의 문화와 생태계에 대한 그들의 사상, 외부인들의 침략에 대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리와 같이 왔던 우와족의 변호사 에바리스토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사진설명 / 밭을 일구기 위해 나무를 베어낸 자리. 경작
이 끝난 곳은 땅의 기운이 살아나도록 15년동안 경작하
지 않는다고 한다.

“이 지구는 우리의 어머니이십니다. 석유는 그 어머니의 피입니다. 그 석유를 고갈시키는 것은 어머니를 살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의 산업발전이 당장의 이익을 줄지는 모르지만 결국은 우리의 목숨을 지탱하는 생명줄을 끊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 우와족이 이 지구상에 몇천 년동안 존재하는 이유는 인간계와 자연계의 평형을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옥시덴탈의 석유개발에 반대하는 것은 다만 우리 영토를 보호하겠다는 소극적인 목적이 아닙니다. 우리의 투쟁은 현대인류의 지나친 자연착취를 거부하고 다시 평형을 이룩하고자 함입니다.”

꿈과 같은 밤이 지나고 안개가 걷히며 아침이 밝아왔다. 월카야가 우리를 만나러 아래 숙소로 내려왔다. 자그마한 체구와 꾀죄죄한 외모와는 달리, 그의 눈은 현대산업사회 사람들에게서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빛을 발하고 있었다. 뭐랄까, 지혜로우면서도 우주를 응시하고 있는 듯한 눈빛… 오랜 기간동안 우주와 자연과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 지혜로운 자와의 만남은 우리의 정신을 수정처럼 맑게 해주었다. 그는 외부인들이 어떻게 우와족의 싸움을 도와줄 수 있는지, 다음 투쟁의 방향이 무엇인지를 아주 명확히 우리에게 제시했다. 그것은 일종의 전략으로 여기서 자세히 언급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다만 알릴 수 있는 것은 우와사람들은 옥시덴탈의 석유시추지역 주변 땅을 전세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사들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우와가 그들의 영토를 더욱더 많이 가질수록 수천 년동안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온 그들의 삶의 방식이 그대로 주변 생태계에 투영이 되는 것이다.

우와족을 지원하고 있는 이탈리아 녹색당은 우와족의 투쟁은 반세계화투쟁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녹색당 당수 그라시아 프란체스카토의 말을 들으면서 옥시와 우와족의 싸움은 얼핏보면 성서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온갖 부와 권력을 가진 거대한 다국적 기업 옥시와 가진 것이라고는 뛰어난 영성이외에는 없는 우와족의 대결.

“녹색당은 그 정치이념이 이 지구의 자연 생태계를 보호하고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과의 평등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IMF와 세계은행이 선두가 된 경제적 세계화에 명확히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합니다. 경제적 세계화는 세계 각국을 오로지 ‘이윤’을 앞세운 무한 경쟁체제로 내몰고 있으며 이 과정을 통해 생태계파괴, 공동체파괴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IMF구조조정을 받고 있는 콜롬비아는 채무를 갚기 위해 석유와 같은 자신의 천연자원을 끊임없이 수출하도록 강요받고 있습니다. 이런 무리한 개발 과정에서 우와족 같은 공동체부족이 파괴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 면적으로 보자면 콜롬비아가 전세계에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만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보면 이 나라는 전세계 생물종의 15%정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생물다양성은 문화적 다양성과 더불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행성, 지구에서 미래세대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콜롬비아의 자연은 남미의 한 국가에 속한 것이 아니라 우리 전세계인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땅을 지키려는 우와족의 싸움은 그들만의 싸움이 아니요, 바로 우리의 목숨을 건 투쟁이며 반세계화투쟁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전세계의 야생성을 지키는 것은 우리의 영성을 지키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우와족에 대한 이탈리아 녹색당의 지속적인 관심은 우와족의 싸움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콜롬비아정부뿐만 아니라 미국 그리고 세계에 알리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녹색당은 우와족의 땅이 지켜질 때까지 이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사진설명 / 우와족의 정치적 지도자 카빌도.우와족은
정신적 지도자와 정치적 지도자가 분리되어 있다.
카빌도는 주로 외부세계와 일을 도맡아 진행한다.

지난 92년이후 옥시와 대항해 싸우면서 많은 우와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었다. 지난해만 해도 우와족이 사들인 땅을 공증해주던 변호사가 살해되었고 평화시위 때 콜롬비아 군대가 쏜 최루탄을 피하다가 우와족 어린이 3명이 익사했다. 상황이 결코 쉽게 호전되지 않는 이때 우와족의 투쟁에 대해서 서서히 전세계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녹색당의 지원과 더불어 얼마전 옥시의 석유개발을 반대하는 미국 환경운동단체들의 압력 덕분에 옥시의 주요 주주중 하나이며 세계최대의 뮤튜얼 펀드인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옥시덴탈에 대한 그들 투자의 반을 철회시켰다. 이 투자회사의 철회는 75번의 시위가 전세계에서 불길처럼 일어나고 난 뒤 이루어진 일이다. 이제 다시 환경운동단체들은 옥시의 다른 주요 주주중의 하나인 스탠포드 번스타인 주식회사의 투자를 철회시킬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한편 콜롬비아 국내에서는 많은 환경단체 및 인권단체와 함께 우와족들이 1991년 원주민의 토지에 대한 권리를 보장한 법을 바탕으로 해서 법적인 소송들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3일 옥시덴탈 페트롤륨은 우와족의 오랜저항으로 인해 연기되어온 첫 시추작업을 시작했다. 미국 국무성의 개발프로젝트에 관한 한보고서는 “이제껏 원주민들이 개발프로젝트에 대항해 맞섰을 때, 항상, 언제나 개발업자들이 승리해 왔다”라고 쓰고 있다. 옥시는 이번 경우도 개발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와인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전세계 관심있는 단체들과 개인들은 이제 진짜 싸움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바야흐로 우와인들의 싸움은 더 이상 그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려 하는 전세계 사람들이 함께 하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사진설명 / 우와 사람들. ‘우와’는 생각하고 느끼고 보호
한다는 뜻이다.

우와족들은 빛나는 눈으로 얘기했다. “우리 우와인들과 함께 한 사람들, 우리 우와인들의 투쟁의 역사를 들은 사람들 모두는 이제부터 우와(U’wa)인입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우리들 조상들의 예언에 의하면, 우리들은 스페인의 침략 이후에 최대의 위기를 이 시기쯤 겪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 우리들이 힘겨워할 때, 우리를 도와 줄 사람들이 전세계 곳곳에서 나타난다고 합니다. 우리 우와인들은 우리를 도와줄 모든 사람들이 우와인임을 믿습니다. 왜냐하면 우와는 생각하고, 느끼고 그리고 보호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현대인류의 문화를 신문화라하고 이전 10만년동안 인류가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온 문화를 구문화라 한다. 신문화는 지배, 정복, 착취를 특징으로 하고 구문화는 협동, 공존, 평화를 그 특징으로 한다. 전세계의 문명이 환경파괴 등으로 재난에 빠진 지금, 우리에게 마지막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즉 그 가능성이란 태고지혜, 구문화의 불꽃을 지닌 소수의 부족들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지식과 세계관과 역사관이야말로 우리가 다음 천년을 살아갈 수 있는 수단이다.” – 톰 하트만의 ‘우리 문명의 마지막 시간들’

우와족을 지키고 그들의 땅을 지키는 것, 이것은 정말 우리가 우리 미래세대를 위해 그리고 우리자신을 위해 지구를 구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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