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해주]멸종위기 야생동물 천국을 찾아서

2003.08.19 | 미분류

북한, 중국, 러시아가 국경을 맞댄 두만강 하구와 러시아 연해주 남서지역은 아직도 원시 자연이 그대로 남아있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가도 가도 보이는 건 하늘과 갈대숲, 낮은 언덕과 군데군데 물을 머금은 천연의 습지 뿐, 인적을 찾기가 힘들다. 인간에게 황량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이 들판이 야생동물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다. 이곳에는 아무르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 또는 한국호랑이)와 극동표범이 서식하는 케드로바야파트 자연보호구 그리고 두만강 하구를 휘감고 도는 철새들의 땅 핫산자연공원과 러시아에서 단 하나뿐인 해양보호구가 있다.
속초에서 뱃길로 17시간을 달려가면 연해주 남서부의 관문인 자루비노에 닿는다. 자루비노에서 다시 차로 3시간 북쪽을 향해 달리면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극동표범의 번식지이자 연해주 식물의 절반 정도를 볼 수 있는 생태계의 보고인 케드로바야파트 자연보호구가 나온다.
러시아의 자연보호구는 수렵, 벌목, 토지소유가 금지될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접근 자체가 금지된 곳이다. 하지만 옛 소련 붕괴 후 정부의 지원이 끊기자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과학자와 생태탐방객을 대상으로 생태관광을 하면서 자연 보호구를 유지하고 있다. 케드로바야파트 자연보호구에는 대륙사슴, 산양, 늑대, 반달곰, 여우 등 한반도에선 이미 자취를 감춘 야생동물들이 고스란히 살고 있다.
러시아 야생동물보호기금(WWF)에서 대형 맹수류 보호를 담당하고 있는 포멘코프는 “호랑이나 표범은 일반적으로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고 안심시킨다.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면 먹이사냥이 힘든 겨울 사슴농장을 습격하는 정도다. 겨울이면 많게는 한주에 2~3번, 여름에는 한 달에 한번 꼴로 호랑이가 사슴을 공격한다. 미국의 환경단체 피닉스 재단은 호랑이가 사슴을 공격하면 농장주에게 사슴 한 마리당 100달러씩 보상하는 프로그램을 이곳에서 시행하고 있다. 한 농장주인은 “보상액이 실제 피해액에 못 미치긴 하지만 오히려 호랑이를 조사하거나 사진에 담기 위한 다큐멘터리 작가와 과학자들이 많이 방문하면서 부수적으로 얻는 이득이 높은 편”이라고 말한다.
러시아 WWF는 연해주 남서부 일대를 생태관광지구로 개발할 계획이다. 경제사정이 어려워 실업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불법 어업과 밀렵 그리고 산림파괴가 성행할 수밖에 없어서 개발과 보전을 함께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실제 이 지역의 실업률은 50%를 넘는데다 러시아 극동에 위치해 정부의 지원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러시아에서 하나뿐인 해양보호구에 생태관광을 할 수 있는 완충지대를 설치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그 수익을 다시 자연보호구 운영에 쓰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해상보호구에 속하는 가모브 반도는 해안절벽과 모래사장, 그리고 바다 속 모래조차 한 알 한 알 셀 수 있을 정도로 맑은 바닷물을 자랑한다. 그러나 정부 소속의 레인저들이 밤낮으로 해양보호구를 지키고 있기는 하지만 성능 좋은 엔진을 단 다이버선들을 쫓기에는 장비는 턱없이 모자란다.
백두산 동쪽에서 발원한 두만강은 내내 북한과 중국의 국경으로 흐르다 마지막 18㎞는 북한과 러시아의 국경으로 흐른다. 두만강 하구에 위치한 핫산지역은 광대한 습지와 호수가 많아 새들에게 풍부한 먹이와 서식처를 제공한다. 핫산자연공원은 두루미 인공 번식장을 통해 이 지역에 두루미가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번식장에는 한 마리의 암두루미가 살고 있는데, 내년에 이곳에서 짝지워서 알을 부화시키는 실험을 할 예정이다. 핫산자연공원의 블라디미르 카라킨 박사는 “두만강의 수질오염이 심해 겨울에는 붉은 빛깔의 물이 바다로 흘러들기도 한다.” 고 말했다. 현재 유엔개발계획(UNDP)은 두만강개발계획의 일환으로 두만강의 수질 및 환경개선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몽골, 러시아, 중국 그리고 한국의 민간단체들이 두만강 환경정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최근 북한에서도 참여의사를 밝혀왔다. 러시아 연해주 남서부 지역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의 주요 서식처일 뿐 아니라 한반도와 중국 그리고 러시아의 생태계를 연결하는 주요 생태축이기도 하다. 게다가 개발과 보전,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기 위한 의미 있는 실험들이 시도되고 있다. 러시아 연해주는 생태계보전운동이 국경을 뛰어넘는 연대가 필요하다는 사실과 하나 된 한반도의 생태계 보전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화두를 던져줄 산 교육장이다. 교보생명문화재단 후원으로 녹색연합은 한국의 환경활동가 10인을 선발 이 지역에 대한 생태탐방에 나섰다.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