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기후위기 대안 세미나 참가 후기

2021.09.23 | 기후위기, 기후위기대응, 미분류, 활동

‘지구 온난화’에서 ‘기후변화’로 ‘기후변화’에서 다시 ‘기후위기’라는 용어를 더 자주 접하게 될 때까지 폭염이 아무리 심해도 찬바람 불면 빠르게 잊어버리고 관련 기사를 접하는 순간 큰일이다 싶다가도 금세 관심에서 멀어지길 반복하는 일상이었습니다.

몇 년 전, ‘기후위기와 인권’을 주제로 한 조효제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전문용어와 수치, 도표 등을 자료삼아 설명하는 강의보다 사람들의 삶과 밀접한 사례를 통한 교수님의 강의가 훨씬 이해하기 쉽고 그 심각성이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기후위기가 정말 위협적이고 지속적인 관심과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녹색연합>에서 기획한 기후위기 세미나도 기후위기와 일상과 일생을 포괄하는 주제가 맞물려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기후위기 세미나 첫 시간,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셨지만 ‘작업중지권’, ‘도시계획의 단계별 고려’ ‘검침노동자의 화장실 문제’ 등이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건물에도 검침하시는 분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하시는데 한 번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내 자신이 내심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검침 오시는 분께는 필요하시면 편하게 화장실을 쓰셔도 된다고 얘기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9월 14일, 마침 전기검침 오신 분께 ‘제가 잘 몰랐는데 알게 되었다고 화장실이 필요하시면 편하게 쓰셔도 된다.’고 말씀드려 보았습니다. 배운대로……^^ 약 2초 정도의 정적이 흐른 후 검침원분이 “아…… 네.”라고 하시며 소리내어 웃으시더라고요. 같이 빙긋 웃었습니다.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알게 된 것을 일상에 적용해 보아 홀로 조금은 뿌듯한 날이었습니다.

다섯 강좌 모두 각 분야 전문가들이시고 저는 기후위기 공부 초급자라 처음 듣는 용어와 개념도 꽤 있었습니다. 강의 후에는 그날 강의 때 처음 듣는 단어와 개념을 찾아보는 것도 공부가 되었습니다. 개인 각자의 각성과 실천도 중요하지만 나의 선의가 구조적인 악행에 기여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구조적인 악행, 개인적인 실천에 비교불가 압도적인 문제적 시스템의 실체도 알아나가고 변화시켜나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석연휴, 고향 강릉에 다녀왔습니다. 연휴 기간 중, 어머니 친구 분이 직접 농사지은 고추를 사러 정선에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정선까지 가는 동안 김장철을 앞두고 토실한 푸릇한 배추 대신 악취를 풍기는 누런 배추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배추밭을 여러 곳 보았습니다. 올 여름 폭염 때문에 무르고 상했다고 합니다. 어릴 때는 대구, 경북 등 더운 지역에서 주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사과 농사가 이젠 정선에서도 잘 됩니다. 붉은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린 줄지어 선 사과나무가 낯설게 보입니다. 사과도 배추도 운반차량에서 태어나 마트로 무한정 옮겨지는 것이 아니라 나고 자라는 땅이 있다는 사실이 또 한 번 새삼스레 느껴집니다.

좋은 강의를 아무리 많이 듣고, 좋은 글을 읽고 잘 만든 영상을 보아도 뭐 하나라도 전과 다르게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무슨 소용일까 싶은 생각을 합니다. 정성껏 준비해주신 다섯 개의 강좌를 들었으니 각 강좌에서 하나씩만 구체적으로 실천할 것들을 찾아도 다섯 개의 실천이 되겠네요. 세미나 시즌2를 기다리며 네 개의 실천을 더 찾아 봐야겠습니다.

글: 김미애 (녹색연합 회원, 예수살이 공동체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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