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이 보호도 할 수 있다” 독일인의 국립공원 관리방법 ①

2008.12.11 | 미분류

“아는 사람이 보호도 할 수 있다”
[독일알프스 베르히테스가덴 국립공원]독일인의 국립공원 관리방법 ①



8월 초의 부지런한 태양은 알프스로 이어지는 독일 남부의 바츠만(Watzmann)산과 계곡으로 온기를 내려 보냈다. 바람은 알프스의 빙하를 스치고 쾨니히스제(Koenigssee)호수를 건너 코끝에 신선한 공기를 몰아준다. 잠들었던 영혼을 활짝 열고, 숨을 크고 깊게 들이 마시자 바츠만 산 뒤로 펼쳐진 산들은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듯 내 앞으로 다가왔다. 정신이 번쩍 든다.
카메라의 렌즈는 그날의 바츠만을 기록했다. 오스트리아의 국경을 넘어 온 기차가 베르히테스가덴(Berchtesgaden)역으로 들어오고 자욱했던 안개가 자리를 내어주며 철로를 따라 흩어진다. 베르히테스가덴에서의 첫 아침은 주체할 수 없는 설레임으로 시작했다.

베르히테스가덴은 독일을 대표하는 산악 경승지로 남부 바바리아(Bavaria) 주에 위치하고 있다. 인구 7700명으로 반나절 정도를 걸으면 도시를 다 구경할 수 있을 정도로 작다. 독일의 명산인 바츠만, 히틀러 별장으로 유명한 켈슈타인하우스(Kehlsteinhaus), 쾨니히스제호, 광차(鑛車)를 타고 땅속으로 들어가는 암염광산(Salzbergwerk) 등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독일알프스 지역 즉 알펜가도(Alpen Strasse)의 동쪽 끝이자, 모차르트의 고향으로 잘 알려진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와 인접해 있다. 특히 독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로 유명한 바츠만(2713m)산과 쾨니히스제 호수 일대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오늘은 베르히테스가덴 국립공원 지역을 탐방하기로 한 날이다. 아침 하늘은 맑았으나 오후에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차림새를 단단히 하고, 시내에 위치한 베르히테스가덴 국립공원 방문객센터의 관리사무소를 방문했다. 베르히테스가덴 국립공원 내에는 7개의 방문객센터가 있으며, 우리가 방문한 ‘국립공원의 집’은 그 중 하나이자 관리사무소가 있는 곳이다.
독일의 유명한 국립공원 관리사무소가 있는 건물이라고 보기에는 소박하고 검소하다. 막 출근하는 직원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 또한 단조로웠으나 국립공원을 소개하는 각각의 시설들과 홍보물, 안내 자료에 실린 내용들은 구체적이고 풍부했다.

탐방을 안내해줄 미하엘 보겔 박사(Dr. Michael Vogel)와 인사를 나누었다. 보겔 박사의 공원 유니폼에는 ‘홍보활동 담당 전문’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알고 보니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소장이다. 그럼에도 자신을 ‘알프스 국립공원의 산장 이용객 대상 설문조사 및 홍보활동 담당 전문가’라고 소개하는 모습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탐방에 앞서 들은 베르히테스가덴 국립공원 설명에 따르면 베르히테스가덴 지역은 1700년대까지만 해도 독립된 지역이었다고 한다. 근현대 국가로 오면서 독일에 편입되었으며, 이 지역을 지배해온 영주의 땅은 모두 국유지가 되었다고 한다. 현재의 국립공원 지역이 영주의 땅이었으며 공원 내에 집단시설과 취락지구가 없고 국제기준에 맞춰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 연방법과 주 자연보호법 및 시행령, 유럽법의 자연생태계와 동식물 서식지 보호지침, 생물종보존을 위한 핵심프로그램(Natura 2000)의 적용을 받고 있으며, 알프스와 인접한 국가간 관련법을 포함하고 있다.

베르히테스가덴 국립공원은 스위스, 오스트리아, 독일의 국경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1910년에 식물국립공원(8,000ha) 지정을 시작으로 1920년 자연보전지역(20,000ha), 1978년 국립공원지역(2,0808ha), 1991년 생물권보전지역(46,742ha)으로 추가 지정하였다. 66.6퍼센트인 13,896헥타르가 핵심지역으로, IUCN의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이 핵심지역과 관리지역은 75퍼센트 이상이 인위적 활동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국립공원에 대한 연구는 과학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관심을 끌었다. 기후변화에 따른 국립공원 지역의 관리계획이 특히 그랬는데 연방과학기술처에서 2005~2104년 사이의 기후변화와 빙하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2055년에 빙하가 다 녹아버리는 것으로 예측하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국립공원은 산림수종을 전나무 등 뿌리가 깊은 나무로 바꿔 침식과 겨울 산사태를 예방하고, 아규목 등의 자연천이가 발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었다. 아울러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국립공원 관리대책 수립과, 정치가들을 설득하고 예산을 마련하는데 유용한 자료가 되고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시 생태서비스 변화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었는데 20년 동안 삼림한계선의 식생변화 연구 결과, 개화시기가 빨라지고 잎이 넓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래쪽 식물들이 위쪽 지역으로 올라옴에 따라 토지이용과 연계한 관리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베르히테스가덴 국립공원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은 알프스 관리, 모니터링, 보전지역, 관리와 이용 등에 관해 유럽 8개국 환경부 장관이 합의하여 정한 것이다. 8년 전에 유네스코 MAP’s에서 기초생물조사를 마친 후 자연특성을 5단계로 나누고 토지 이용계획을 10단계로 나누었다. 이를 바탕으로 2001년에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2002년부터 실행, 10년 단위로 부분적인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와 같은 관리계획이 완성되기까지 7년의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토지 소유자,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였다고 한다. 현재 시행 중인 사업 중에는 인공위성을 활용, 가이드가 전자북을 통해 이용하는 지역의 지형, 식물, 식생 등을 현장에서 바로 확인하여 설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운영 중이라고 한다.

1시간 30분에 걸친 국립공원 설명이 끝나자 탐방에 나섰다. 보겔 소장은 쾨니히스제 호수로 안내했다. 시내에 위치한 관리사무소에서부터 10분 거리였다.
이동하는 동안 산악지대의 마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나무를 켠켠히 쌓아놓은 모습이 강원도 산골의 민가를 보는 듯 반가웠다. 어디를 가든 산에 익숙한 우리의 삶인지라 지난 며칠간 거쳐 온 독일 중부 지역의 너른 평지 속에 서먹했던 마음이 산자락의 마을을 보면서 편안해진다.
주차를 하고 쾨니히스제 호를 향해 걸어가자 당당한 두 뿔을 가진 산양 조각상이 눈에 들어온다.

휴가철이라서 그런지 관광객들이 많다. 선착장에는 탐방객을 태우기 위해 기다리는 작은 배가 있다. 주변에는 카페와 레스토랑, 기념품을 파는 상가들이 있고 레포츠 시설도 있다. 아직 공원구역 밖이다.
30여명을 태운 배가 호수를 향해 들어간다. 오른편으로 낮은 암벽지대가 나타났는데 이제부터 공원구역이라고 한다. 보겔 소장이 히틀러 산장으로 유명한 켈슈타인하우스를 가리킨다.
쾨니히스제 호를 운행하는 배는 1907년부터 전기동력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배가 고요하여 이동하고 있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

웅장한 바트만 계곡 앞에 다다르자 배가 멈추었다. 선장은 트럼펫을 연주하며 호수 위를 낯선 이들이 지나가고 있음을 알린다. 트럼펫 소리는 계곡을 따라 울린다. 깊은 계곡과 깊은 호수 그리고 탐방객들의 마음 속으로 울림이 깊게 잦아들자 배는 다시 유유히 떠난다.
우리를 실은 배는 성 바르톨로메(St.Bartholomae) 수도원이 있는 선착장에 들러 탐방객 일부를 내려놓고 호수의 더 깊숙한 곳으로 향한다. 반대편으로 말을 가득 실은 배가 지나가고, 계곡부 녹지 않은 눈 그늘이 알프스 빙하의 흔적을 보여준다. 호수와 맞닿은 초원 위로 점점이 건물과 갈색빛 도는 숲이 보인다. 소금창고와 가문비나무가 있는 그곳이 우리의 목적지다. 출발한지 40여분 지났을까? 드디어 마지막 선착장에 도착했다.

* (월간) 사람과 산 12월호에 기재된 내용입니다.
* 글 사진|박정운(녹색연합 녹색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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