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을 것 밖에 없는 미국-GM소송

2003.01.28 | 미분류

해외시각-잃을것 밖에 없는 美 GM소송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미국 경제전략연구소(ESI)소장〉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최근 유럽연합(EU)이 유전자변형(GM) 식품의 수입을 규제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행동을 취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다. 나는 레이건 행정부 시절 통상정책 분야의 매파로 활약하면서 해외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데 누구보다 앞장섰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이번 경우를 보다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원문보기

GM식품 규제는 미국과 EU간 오랫동안 고통스러울 정도로 골치아픈 이슈였다. EU는 이른바 ‘예방원칙’의 논리에 근거해서 미국산 GM식품의 유럽시장 진입을 금지해왔다. 과학적으로 GM식품의 유해성이 완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완전한 무해성이 입증되지 않는 한 받아들이 수 없다는 게 유럽의 입장이다.

GM식품에 대한 유럽의 방침은 분명히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다. WTO는 예방원칙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소송을 제기한다면 승소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시장뿐만 아니라 국가이익이 걸린 큰 활동무대를 잃을 것이다.
미국의 통상 담당 관리들은 GM식품 문제를 순전히 유럽의 농업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로 바라보려는 경향이 있다. 수상쩍은 과학적 우려를 내세우면서 경쟁력 있는 미국 상품을 배제하기 위한 불순한 의도라는 것이다. GM에 대한 유럽의 방침에 이같은 요소가 일부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GM논란의 본질은 아마도 대부분의 유럽인들이 GM식품을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합리적인 이유이건 아니건 중요한 게 아니다. 유럽인들이 전적으로 보호무역의 프로파간다와 히스테리에 빠져 있어서 생긴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우리는 두가지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첫째는 유럽이 최근 식품오염에 대해 아주 끔찍한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수십명이 죽고나서야 진실이 밝혀졌지만 1990년대 보건 전문가들은 광우병에 걸린 소고기를 먹는 것이 완벽하게 안전하다고 주장했었다.
유럽인들의 문화에서 식품은 마치 미국 문화에서 언론자유와 같은 가치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광우병 경험은 유럽인들에게 더욱 충격적인 것이었다. 유럽인들의 우려를 뒷받침해줄 만한 과학적 근거가 희박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많은 유럽인들은 실험실 조작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을 먹는다는 것은 일종의 그릇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더구나 GM식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미국인들의 주장은 유럽인들에게 문화적, 경제적 제국주의로 비쳐진다. 미국은 WTO 소송에서 이길지 모르지만 (유럽)소비자들의 저항을 더욱 강하게 할 뿐이다.
부시 행정부는 미국은 단지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주고 싶을 뿐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유럽 슈퍼마켓과 소비자들을 상대로 수년간 사업을 해온 나로서는 미국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GM식품뿐 아니라 모든 미국 식품에 대한 유럽인들의 저항을 초래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여기에서 두번째로 중요한 문제를 만나게 된다. 미국은 EU가 주창한 국제형사재판소(ICC)와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한 교토의정서를 거부함으로써 유럽 동맹국 사이에 광범위한 분노를 사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자신들이 걸프지역과 북한에 대해 어떤 행동을 취하든 유럽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지금이 진정 GM 감자를 팔기 위해 혹독하고도 고압적인 소송을 강행해야 할 때인가.
잠비아가 GM 옥수수를 기부받느니 차라리 굶어죽겠다고 선언한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다. 그러나 유럽인들의 목구멍에 GM식품을 억지로 집어넣으려고 시도하는 것은 유럽인들로 하여금 GM감자는 물론 다른 많은 중요한 미국의 제안들을 거부하도록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경향신문 1월 27일자〈정리/박성휴기자 songhue@kyunghyang.com〉

***** 녹색연합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10-07 16:02)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