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에서 만난 쇠제비갈매기 이야기

2004.07.04 | 미분류

영종도 갯벌에서 쇠제비갈매기를 만났습니다. 4월 하순에서 7월에 2∼3개의 알을 낳아 20∼22일 동안 품는다는 쇠제비갈매기들은 낯선 침입자를 보고는 놀라 연신 하늘로 날아올라 맴돌기도 하고, 온갖 소리를 냅다 지르기도 했습니다. 참 시끄러웠습니다. 이들의 저항의 무기는 소리와 유인책이었습니다. 품었던 알 주변으로 다가가지 못하도록 위협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을 잡아보라는 듯 뒤뚱거리며 둥지로부터 멀어지게 하기 위한 유인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 참 귀엽습니다. 이런 말은 어울리지 않지만 말입니다. 낯선 침입자인 저는 이들의 보금자리를 조심스럽게 떠나야 했습니다. 이들이 내년에도 똑 같은 장소에서 만날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공항 활주로 확장공사로 이들의 보금자리는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활주로가 들어서면 보금자리는 잃어버리게 됩니다. 비단 이곳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전국의 하구 모래섬이나 갯벌이 골재 채취나 매립으로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둘 떠나가는 이들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침입자는 돌아오는 길에 부화된지 얼마 안된 것으로 추정되는 쇠제비갈매기를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온 몸에 솜털이 나 있어 왕모래의 색깔과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쥐죽은 듯 조용하게 너무나 조용히 앉아 일광욕을 즐기는 듯한 눈치였습니다. 이런 느낌이였습니다. 조용히 일광욕을 즐기는데 웬 성가시게 하느냐는 눈치였습니다. 갯벌 고랑으로 수영을 즐기는 녀석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제막 물맛을 들인 느낌입니다. 물속으로 다이빙하는 솜씨가 장난이 아닙니다. 침입자를 발견하곤 연신 다이빙을 하는 모습이 황급히 도망나왔습니다. 아마도 스트레스 받은 쇠제비갈매기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들의 영토를 침입했으니 말입니다. 허락도 없이 말입니다. 용서하실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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