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촛불모임 이야기 – 서울

2005.01.20 | 미분류

촛불모임에 필요한 준비물을 챙겨 차에서 내리는 순간,
바람이 어찌나 매섭게 달려드는지요.
추위도 추위지만 촛불 다 꺼지겠다 싶었습니다.
화요일 촛불모임에 백 여명이 모이면서 취재경쟁이 대단했다더니
어제 역시 모여든 사람 수가 첫날에 비하면 심상치 않아 보였습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이 점점 몰려들었습니다.

여느 날처럼 노래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전북에서 온 ‘인권언니들’의 등장,
집회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의논해 왔다고 하더군요.
어찌나 반갑던지요.
촛불을 손에 든 사람들이 도롱뇽 모양을 만들었습니다.
머리, 몸, 꼬리, 앞다리, 뒷다리…
좀 찌그러진 도롱뇽이지만 우리가 보기에 대충 모양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부위별 모여선 사람들이 서로 인사도 하고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이제부터 우리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몸통 부위였던 우리 모임엔 신혼부부도 왔고, 선후배도 같이,
노동운동 환경운동 단체활동가들도 있었습니다.
우리 모임에서는 ‘고속철 안 타기 운동’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고속철 때문에 줄어든 무궁화호를 늘여달라는 글을
철도청게시판에 올리기로 했습니다.
한편 다른 모임에서는,
저녁 약속은 이제부터 6시 반 교보문고 앞으로 잡기로 했고,
금요일 촛불모임에 친구들 손에 손을 잡고 오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행위예술,
모두 손전화를 꺼내 친구에게 전화하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의논하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람은 여전히 세차고 어둠은 짙어가는데
‘도롱뇽의 친구들’ 전속 자연주의 악단인 아콤다의 공연은
감동이었습니다.
현란한 연주와 흥겨운 노래,
분위기가 달아오른 사람들은 일제히 촛불을 들고 춤을 추었습니다.
엄숙하고 진지할 것 같은 촛불모임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구나,
여럿이 모이면 못할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도 6시 반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는
따스한 촛불이 켜집니다.
이 땅의 모든 생명들이 평화롭기를 바라는 분들,
우리에게 절망보다 희망이 더 많다는 것을 보고 싶은 분들,
두꺼운 양말 신고, 장갑 끼고 모자 쓰고 광화문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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