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돼지 저금통

2001.04.06 | 미분류

행복한 돼지 저금통

회원인터뷰 – 고구려 여행사 대표 윤은철 님

글 구민애 (아동문학가/녹색연합 회원)

연두색 돼지 저금통은 허름한 문방구에서 외롭게 지내고 있었어요. 시커먼 먼지만이 달라붙어 저금통을 괴롭혔지요. 그래도 저금통은 슬퍼하지 않았어요.
‘괜찮아. 언젠가는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일 테니까.’
며칠 뒤, 저금통은 한 처녀를 따라 문방구를 떠났어요. 그리고 그 처녀는 결혼을 했지요.

지난 토요일, 부인과 함께 묵직한 돼지 저금통을 들고 녹색연합을 찾아왔던 아름다운 사람 윤은철. 그를 다시 만났다. 하늘이 울적해 보이던 날, 시청 근처에서였다. 햇살처럼 밝은 그를 보자, 금세 서울 전체가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는 특별한 일도 아닌데 무슨 인터뷰를 하냐며 쑥스러워했다.

“아내가 시집올 때 갖고 온 저금통이에요. 처음엔 어린 아이들을 위해 쓰려고 했지요. 보육원 같은 데 직접 가서 전해줄 작정이었습니다.”

그랬던 마음이 왜 바뀌었을까? 궁금증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환경스페셜을 보았습니다. 미세먼지 이야기였는데…….”

아하, 그랬구나! 3월 14일의 환경스페셜 <보이지 않는 침입자, 미세먼지>가 그의 마음 깊숙이 침입하여 그를 우리 환경에 눈뜨게 하였구나. 그리하여 마침내, 바다를 썩지 않게 하는 3%의 소금이 된 그 사람. 그에게서 푸르른 보리밭 같은 싱그러움이 느껴졌다.
탐험가. 어릴 적부터 그가 키워온 꿈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을 안고 세계 여러 곳을 둘러보았다. 그런 만큼 얘깃거리가 무한한 그에게 환경친화적인 곳을 꼽아달라고 했다. 몇몇 나라가 대답으로 등장했다.

“환경에 관한 의식면에서 본다면 일본을 들 수 있지요. 일본에 사는 동안, 곳곳의 개천에 물고기가 노니는 것을 보며 우리의 시꺼먼 하천을 떠올렸습니다.”

그 말에 갑자기 목안이 알알해지고 만다. 문득 생활 하수를 줄이려고, 백조들이 자유롭게 사는 호수를 만들려고 애쓰던 일본인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몇 달 뒤면 아빠가 되는 그가 아기의 아명이 ‘희망’이라고 가르쳐준다. 그는 희망이에게 날마다 동화책도 읽어주고 냇물 소리, 새 소리도 들려준다고 했다. 아기 이야기를 즐겁게 펼쳐 놓는 그에게 희망이가 어떤 환경에서 살기를 바라느냐고 물어보았다.

“살아 숨쉬는 자연 환경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거기에 덧붙인다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의 양식이 바탕이 된 환경이면 좋겠습니다.”

진지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그를 보면서 새삼 자연이 아름다워야 함을 깨닫는다. 그래야 우리네 인심도 좋아질 것 아닌가.
벌써 헤어질 시각. 녹색연합 활동가들을 ‘동굴 속에서 촛불을 들고 섰는 이’에 빗댄 그가 “열심히 하십시오.”라는 짧은 당부의 말을 건넨 뒤 돌아선다. 한줄기 햇살이 눈부시다.

아참, 그는 동전과 지폐로 가득찬 저금통이 어떤 곳에 쓰이길 원했을까.

돼지 저금통은 행복했어요. 주인 부부의 꿈과 희망이 담긴 동전과 종이돈을 날마다 먹었거든요.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렀어요. 어느 새 저금통은 묵직한 배불뚝이가 되었지요. 저금통은 주인 부부를 위해 보람있게 쓰이고 싶었어요.
“우리랑 같이 가자꾸나 저금통아. 이제부터 너는 녹색연합 활동가들을 위해 살아야 해. 그분들에게 행복을 나누어 주렴.”【사이버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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