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에서 감사패 받던 날

2001.12.18 | 미분류

글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윤기돈 간사 kdyoon@greenkorea.org

지난 목요일(13일) 횡성군 청일면 유동리 주민들이 보내주신 편지를 받았습니다.

태백∼가평 구간 765kV 송전선로 건설 반대 운동에 함께 하신 분들을 모두 모시고 조촐한 마을 잔치를 하며, 녹색연합에 감사패를 전달할 예정이니까 꼭 참석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녹색연합은 이 편지를 받고 죄송한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결국 송전철탑을 막아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감사패를 받기에 녹색연합의 활동이 마을 주민들이 보여주신 행동에 비해 실로 보잘 것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진 / 99년 녹색순례 당시 주민들과 함께하던 자리

미안한 마음, 죄송한 마음과 함께 오랜 기간 계속된 싸움 속에서 쌓여왔던 모든 것들을 풀어내고 마을의 화합과 발전을 위한 마을 잔치 자리에 초대해 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김제남 사무처장, 최승국 국장과 함께 토요일 횡성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옷을 여미게 만드는 겨울 날씨였지만 복지회관에 도착한 순간 바비큐를 굽기 위해 지펴놓은 열기와 함께 풋풋한 온기가 주변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마을 잔치는 간단히 참석하신 분들을 소개하는 자리와 감사패 증정, 그리고 반대운동과정에서 범죄자로 내몰렸던 분들에 대한 위로금 증정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고 식이 끝나고 바로 점심식사와 함께 간단히 술을 마시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지나간 세월의 흔적만큼 늘어난 흰머리를 바라보며 서로 지내온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을에 송전탑이 들어서는 것을 막아내기 위해 함께 뒷동산에 올라 밤을 지새운 이야기에서 최근의 근황까지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나왔습니다.

마을 잔치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또 다른 일정에 쫓기어 서울로 올라오는 차안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을 주민들과 끝까지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지역의 주민들이 그리고 녹색연합에 회비를 내주시는 회원들이 녹색연합에 바라는 것은 큰 것이 아니라 녹색연합이 서 있어야 할 자리를 지켜주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해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한 사람들과 그 자리를 지키며 서있는 것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습니다.

부끄러운 마음에서 또는 막막한 심정에서 지쳐가며 현장에서 멀어졌던 일들을 반성합니다. 많은 것을 할 것을 결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자리를 함께 지키며 서 있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이번 청일면 유동1리 마을잔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녹색연합 모든 활동가들이 청일면 유동1리 주민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며, 이웃의 정을 더욱 돈독하게 쌓아가는 마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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