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대외원조

2008.12.19 | 미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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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후변화와 대외원조를 둘러싼 쟁점들
IPCC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의 임계점을 넘기지 않기 위해서는 지구온도가 2도 상승하는 선에서 멈춰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구상의 온실가스 농도가 450ppm CO2eq 이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캐나다의 환경운동가 조지 몬비오는 2030년까지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90%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장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는 영국의 2050년까지 60% 감축보다 훨씬 높은 목표치이다. 목표를 삼은 기준은 오로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현재보다 1.4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는데 있다. 2030년 온실가스 농도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계 인구가 1년에 27억 톤 이상을 배출해서는 안 되며, 1인당 탄소 배출량이 0.33톤을 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1인당 2.6톤을 배출하는 영국은 배출량을 87% 감축해야 한다. 같은 계산으로 현재 1인당 3.34톤을 배출하는 우리나라는 90%를 감축해야 한다. 반면 1인당 0.33톤이 안되는 나라는 배출이 늘어나도 된다. 그가 볼 때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교토협약에서 제시한 2012년까지 5.2% 감축은 너무 적은 양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전 세계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의지와 자원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다양한 활동에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기후변화시대 국제사회 대외원조의 흐름은 어떻게 형성되고 있으며, 어떤 대안이 필요한 것일까. 또한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재정지원은 어떤 철학과 원칙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① 환경분야의 대외원조(ODA) 증액  
일반적으로 대외원조(ODA)는 수원국에서 요청을 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수원국에서 당장의 ‘빈곤퇴치’나 ‘개발’이 아닌 ‘환경’이나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지원을 요청하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기후변화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저개발국의 환경과 경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상황은 바뀌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각 국가의 대외원조에 있어서 환경분야에 대한 증액이 필요하다.
노르웨이는 자발적으로 기후변화 방지와 관련한 신규 ODA 프로젝트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노르웨이 환경부 장관은 대외원조(ODA) 업무를 관장하는 국제개발부장관도 겸직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ODA 규모는 국민총소득(GNI)의 1% 가량으로, 스웨덴과 더불어 GNI 대비 원조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노르웨이는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20%는 열대우림과 산림파괴에서 비롯된다고 판단하고, 브라질과 콩고, 인도네시아 같은 국가들이 열대우림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할 경우 노르웨이 정부가 매년 6억 달러씩 향후 5년간 총 30억 달러(약 3조원)를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2월 환경보호를 통한 개발 및 빈곤 감소를 지원하고 개발도상국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돕기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10억 파운드 규모의 기금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영국정부의 국재개발관인 더글라스 알렉산더는 “기후변화는 지금까지 개도국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거품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으며, 이것은 지구적 사회정의 문제이다. 따라서 개발과 기후변화문제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영국정부는 7천5백만 파운드를 우선적으로 기후변화 적응기금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7년 영국정부는 이미 개도국에 재생가능에너지를 보급하는데, 8억 파운드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은 세계은행(WB)를 비롯한 유엔 산하 16개 기구에서 온실가스 감축 및 지구 온난화로 발생할 수 있는 가뭄, 홍수, 해수면 상승 저지를 위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필요한 금액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최대 빈곤 대륙이자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지원이 미비하다고 전했다. WWF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이 기후 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선진국들이 2030년에는 현재 250억 달러의 5배 수준인 1,300억 달러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르웨이나 영국처럼 환경과 기후변화 분야의 ODA를 증액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② 청정개발메커니즘(CDM)과 대외원조(ODA)
현재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 지원기금은 유엔 산하 청정개발체제(이하 CDM)를 통해 조달되고 있다. CDM은 온실가스 배출 삭감을 약속한 선진국이 삭감 의무가 없는 개도국에서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감축한 양을 선진국의 감축목표 달성에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 13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서는 탄소배출권 거래에서 2%씩 조성한 기금을 개도국의 기후변화 적응 사업에 쓰기로 하고 지구환경기금(GEF)을 관리 주체로 결정하면서, 앞으로의 재원 마련을 위해 탄소세 부과 등의 다양한 방법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한 개도국이 자국의 상림황폐를 막는 조림사업을 진행하면 선진국이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으며, 기존의 산림을 벌목하지 않고 보전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 지원 기금을 CDM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CDM 조성의 원칙에는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에 부합할 것’, ‘개도국이 프로젝트로부터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조건을 달고 있다. 선진국은 적은 비용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고, 개도국은 선진국의 자금과 기술로 자국에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다. 물론 선진국이 초기에 시행하기 쉬운 대책만 개도국에서 진행하고, 삭감량을 가져가 버리면 개발도상국이 나중에 삭감을 하려고 해도 나중에는 어려운 대책만 남는다는 비판도 있다. 또 민간에서 추진하는 CDM 사업들이 중국이나 인도 등 사업타산성이 높은 신흥국에 집중되는 현상이 벌어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들이 온실가스 방출량 자체가 적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6년 전세계 CDM 사업 현황을 보면, 아태지역 206개, 남미지역 207개, 아프리카 11개로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가 매우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빈곤국가는 산업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배출권 거래제도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
또 하나 논쟁이 되는 것은 대외원조를 CDM사업에 사용할 수 있는가 여부이다. 2004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는, 대외원조(ODA)를 CDM 감축실적(CER)을 확보하는데 사용될 수 없다고 결정하였다. 개발원조가 CDM 분야로 집중되면 교육과 위생 등 온실가스 감축과는 관련이 없는 프로젝트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끊임없이 ODA 자금을 CDM 프로젝트에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2005년 대외원조 전략을 바꾸면서 교토이니셔티브를 설정했다. 교토의정서에 따라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일본으로서는 CDM 사업에 집중하면서 개도국의 역량강화사업을 결합시킨 것이다. 지구환경전략연구기관(IGES)의 히라이시 타카히코 연구원은 ‘상호협력적 CDM(Co-benefit CDM)’을 제시하고 있다. 대외원조 프로젝트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동반하는 프로젝트로 1)중장기적인 지원, 2)에너지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과 주변 환경 개선, 3)생활의 질적 향상을 사업의 중심 목표로 삼고 자금 기반을 CDM으로 확보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상호협력적 CDM을 실현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과 더불어 수원국의 지속가능한 개발에 공헌했는가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ODA의 CDM 사업 사용 여부는 앞으로 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환경이나 기후변화에 대한 ODA 투자가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에 이것이 유인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ODA도 지원하고 CER도 얻는 ‘꿩먹고 알먹는’ 식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은 안된다. 원조의 철학과 원칙은 개도국의 빈곤타파와 지속가능한 발전에 있다는 것을 우선시 한다면, 그것으로 수익구조를 얻는 방식에 집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호협력적 CDM’에 대해서도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③ 수원국에 꼭 필요한 도움을
공여국은 MDG 목표와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대외원조의 원칙을 세우고 수원국에 꼭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은 특히 그 지역의 기상정보와 국토의 특성,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기 때문에 공여국의 일방적인 사업추진과 집행이 아닌 수원국과의 긴밀한 협력이 더욱 중요하다. 수원국이 꼭 필요한 도움을 지원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대응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역시 사회적 안전망 문제이다. 2004년 9월 강력한 허리케인이 중남미에 연달아 불어 닥쳤을 때, 아이티에서는 3천명이 홍수로 익사했지만 쿠바에서는 단 한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쿠바도 가난한 나라이지만 지역사회에 기반한 재난대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피델 카스트로가 장장 다섯 시간 동안 허리케인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방송을 했다. 기후변화 적응 방안에는 예방, 초기 대응, 효율적 사후처리가 있다. 예방조치로 폭염이나 기상재해와 같은 자연재해에 관한 조기경보시스템과 기후변화에 취약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전예방 정책을 펼쳐야 한다.
방글라데시도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태풍경보시스템을 갖췄다. 세계기상기구의 발표에 의해 폭풍이 임박했다고 판단되면, 자전거를 탄 안전요원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이 사실을 지역주민들에게 알리고 다닌다. 지역주민들은 훈련받은 대로 즉시 고지대나 미리 마련된 대피소로 이동한다. 이러한 대응으로 최근에는 태풍의 위력이 강해지는데도 불구하고 사망률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대응은 온실가스 감축 분야도 있지만 적응 분야가 중요하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술적 기계적 설치나 시설지원 보다는 농사를 망칠 수 있는 혹서부터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 실질적으로 생존의 조건을 마련하는 적응 분야에 대한 투자가 더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개도국이 겪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지역에 맞는 적합한 기술과 시스템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있어서는 첨단기술보다는 적정기술이 지역에 따라 더 적합 할 수도 있다.  

4. 한국의 ODA 정책과 기후변화대응
우리나라는 대외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제 원조를 하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설립되면서 원조 공여국으로 전환되었다. 우리나라의 대외원조 구심축은 외교통상부와 KOICA는 무상원조를 기반으로, 지식경제부와 수출입은행은 유상원조를 담당하는 두 축으로 형성되었다. 우리나라의 국민총소득(GNI) 대비 대외원조 규모는 1991년 1.1억불에서 2007년 잠정 규모 6.7억불(0.07%)로 증가했다. 그러나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평균 0.25%와 비교하면 매우 적다. 이에 정부는 2005년 11월 11일 ‘ODA 개선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2009년까지 ODA 규모를 현재의 두 배인 GNI 대비 0.25%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물론 이 또한 UN이 제시한 2010년까지 0.5%, 2015년까지 0.7%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대외원조의 구체적인 내용과 형식을 들여다보면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대외원조 증액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지원금액이 실제 도움이 되는 곳에 쓰이냐에 있기 때문이다. 대외원조의 원칙과 목표는 ‘인도주의 입각’, ‘국제사회의 공동과제인 빈곤퇴치와 지속가능한 개발’에 있다. 그런데 우리의 원조는 무상원조는 외교통상부, 유상원조는 지식경제부로 이원화되어 있으며, 해외원조 예산부처도 통합 관리되고 있지 않다. 특정 기업군이 전체 사업의 70-80%를 수주하는 등 원조사업 독점문제와 비전문성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2005년 우리나라 대외원조사업 집행내역을 보면, 145백만 달러에 이르는 유상원조는 기획재정부 감독 하에 수출입은행(19.5%)에서, 무상원조인 208백만 달러는 외통부 감독 하에 KOICA(28%)에서, 390백만 달러는 40개의 지자체 및 정부부처(52.4%)에서 각각 집행했다. 각 정부부처에서 집행하는 대외원조 비중이 절반을 넘고 있다. 대외원조의 형식도 구속성 원조가 중심이다.
OECD/DAC 회원국의 2006년 평균 ODA/GNI는 0.31%이며, 일부 선진 공여국들은 MDGs 달성 목표 시한인 2015년까지 0.7% 이상 달성을 공약하였고, DAC 회원국 대부분이 0.5% 수준 달성 예상된다. 우리 ODA 규모는 국제사회의 권고 기준 및 경제력이 유사한 여타 공여국의 ODA 제공 수준에 비해 크게 미흡하다. 2007년 우리나라 ODA/GNI 비율(0.07%)은 OECD/DAC 회원국의 1/5로 우리나라 1인당 ODA(10불)은 DAC국가 평균(139불)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원조 형태에 있어서도 비구속성원조는 ODA 관련 재화 및 용역 제공자를 선정하는데 있어 제한을 두지 않고 경쟁 입찰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원조비용을 절감하고 수원국의 관련사업 발전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1979년 OECD/DAC 전체의 비구속성 원조 비율은 44% 수준이었으나, 2001년 ‘최빈국에 대한 ODA 비구속성 권고’ 채택 후, 2001년 79.9%, 2005년 91.8%로 증가했는데, 우리나라의 비구속화 비율은 2005년 기준 2.6%에 불과하다. 정부는 한국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구속성 원조를 중심으로 대외원조를 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치는데, 이것은 우리나라의 대외원조 기본 원칙이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DCF가 설립된 이래 삼성, 대우, 현대 등 3대 재벌이 전체 기금의 53.1%를 구속성 원조의 수혜를 받았다.
지난 10월 이명박 대통령은 세계지도자포럼에서 “이제 대한민국은 국력과 국제적인 위상에 맞게 국제사회에 기여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ODA를 착실히 늘려, 오는 2012년에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정식으로 가입하게 됩니다.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따라가는’ 나라에서 ‘이끄는’ 나라로 나아갈 것입니다. 그래서 인류의 번영과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지구촌이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앞서 나갈 것입니다”라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지난 9월 한국을 방문한 에크하르트 도이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의장에 따르면 한국은 여전히 ‘따라가는’ 나라이며, 그마저도 원조의 철학과 원칙,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그는 원조체제의 분산, 대외원조기본법 부재, 높은 구속성 원조비율 등 우리나라 ODA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한국은 30여개의 정부부처와 지방조직이 개발협력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데 너무 분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개발협력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단일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개편과 ODA 정책 전반에 대한 체질 개편 없이는 10년이 지나도 결코 ‘이끄는’ 나라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대외원도에서 기후변화 대응 분야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지를 살펴보자.  

① 기후변화 대응 지원의 원칙 수립 필요
우리정부의 ODA정책의 혼선은 기후변화 분야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총리실은 2009년  ‘동아시아 기후변화 파트너십’ 추진 예산으로 400억 원을 배정하였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이 예산이 기획재정부의 대외경제협력기금이나 한국국제협력단의 ODA 예산과 중복된다는 지적을 했다. 이 예산은 지난 7월 G8 확대정상회담에서 대통령이 동아시아 기후 파트너십 발족에 맞춰 2억 달러 규모의 협력사업 추진을 제안한 데 따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다. 정부는 향후 5년간 2억 달러 규모의 재원을 조성해,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경제성장과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동아시아 기후변화 파트너십’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 기후변화 파트너쉽이 정확하게 어떤 역할을 하고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식경제부와 에너지관리공단도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08년 온실가스감축 국제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약 200억원(약 2,000만 USD) 규모로 기후변화협약서상의 Non-AnnexⅠ국가에 1) 에너지 효율적 이용 등을 통한 온실가스감축사업, 2) 글로벌 저탄소 경제사회 확산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3) 개도국 능력향상을 위한 국제기구 또는 단체 등과의 공동사업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ODA를 늘리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ODA를 통해 개도국의 기후변화대응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지원할지에 대한 원칙을 먼저 수립하고, 누가 그 일을 하기에 가장 적임인지를 판단하고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로써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흐름에 편성해 총리실도 지식경제부도 에너지관리공단도 각각 사업부터 시작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수원국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 될 수가 없다.

② ODA를 이용한 에너지 자원 개발- 자원 ODA에서 환경 ODA로
유가와 원자재가격이 급상승하면서 천연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이미 분쟁을 야기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이러한 분쟁을 더 악화시키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정부가 ODA를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자원개발의 이권을 획득하기 위한 선심형식으로 제공되는 것이다. 대외원조는 투자에 대한 이익환수 개념을 벗어나야 한다. 단기간에 이익을 환수하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외교에 있어서 ‘자원외교’, ‘국익’, ‘실용외교’에 대한 단어를 남발하는데, 이런 표현 자체가 받아들이는 수원국의 입장에서는 달갑지가 않다. 대외원조를 이야기 하면서 지나치게 ‘국익’을 강조하는 것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외교통상부가 국회에 제출한 <에너지 자원 외교전략 및 주요실적> 에 보면, 외교통상부는 ‘국내 에너지 정책의 선진화 및 체계화’,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 및 다원화’, ‘에너지 외교를 통한 동북아 안정에 기여’라는 세 가지를 목표로 설정했다. 추진계획 두 번째 항목으로 “에너지 자원 부국과 전략적 에너지 외교 추진”을 설정하면서 “중동과 동남아 국가와 공고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세부적으로는 고위인사 교류 활성화와 공적 원조(ODA) 제공”을 명시하고 있다. 이것은 최빈국이나 저개발국가에 대한 인도적 지원(ODA)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써 당연한 의무임에도, 우리 정부는 공적 원조를 자원개발을 위한 기업의 상업적 이권과 연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연합은 “ODA를 자원외교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 자원부국인 중동과 아프리카로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잦은 분쟁으로 빈곤과 인권탄압에 시달리는 수원국의 경제사회 발전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원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1월 12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71개 국내 자원개발업계를 대표하는 해외자원개발협회 회장과 업무협력 약정을 했다. 약정상 주요 협력 내용에는 ‘공적개발원조(ODA) 공여 검토 협조’ 조항이 들어가 있다. 최근 한 경제 신문의 칼럼에 실린  “공적개발원조는 일거양득 사업”이라는 칼럼은 외통부의 정책방향과 일치한다.  

“우리가 개도국에 ODA를 통해 장비와 물자를 제공하다 보면 그 나라 산업 구조가 한국형으로 정착된다. 그 나라의 경제 발전을 도와주면서 우리나라의 설비를 수출하는 환경을 자연스럽게 조성하는 것이다. 이는 분명히 서로에게 득이 되는 윈윈(win-win) 전략임에 틀림없다. 지금부터라도 ODA를 적극 활용하자. 최근 엄청난 외화를 긁어모은 원유수출국과 자원 부국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ODA를 이용해서 한국에 대한 우호적 이미지를 조성하고 우리 설비로 자원 부국의 산업화를 선도해야 한다.“

여전히 우리 정부와 오피니언 리더들이 ODA를 바라보는 관점은 ‘투자한 만큼 얻어낸다“라는 경제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ODA를 이용해 자원을 획득한다는 정책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며, ‘자원 ODA’에서 ’환경ODA’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현재 KOICA에서는 우리의 대외원조가 수원국의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모니터링’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이러한 연구가 늦게 진행되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환경ODA’에 대한 원칙과 체계를 갖춰나가야 한다.  
  
③ 적응시스템에 대한 배려
기후변화에 있어 더욱 절실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은 적응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성과 지역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개도국 주민들과 일체가 되어 대비 시스템을 마련하고, 그 때 필요한 요소들을 지원해야 한다. 정부와 시민사회, 기업, 대학이 참여하는 파트너쉽을 마련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도 ODA를 통해 수원국이 기후변화적응 시스템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  

5. 북한의 기후변화 대응 지원
한반도에서도 온난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남한의 기온은 지난 20세기 100년간 1.5도 상승(권원태, 백희정 외, 2005 ; 216쪽)했으며, 북한은 같은 기간 1.9도 상승(송경란, 2007 ; 24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전체의 온도 상승에 비해 2배가 넘는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라는 지리적 공간에서 남과 북은 기후변화에 있어 공동의 운명체라고 할 수 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지구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과 조석, 태풍해일에 의한 해수면 상승효과를 고려해 작성한 시나리오 중에서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한반도 최대 범람 가능 면적은 약 2,643㎢로서 한반도 전체 면적의 약 1.2%이며, 취약지대에 거주하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2.6%(1,255,0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조광우, 김지혜, 정휘철 외, 2002 ; 149쪽). 지리적으로는 서해안이 남해안과 동해안에 비하여 훨씬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서해안 중에서도 북한이 남한보다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아열대 기후예측도(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남과 북은 이미 기후변화 현상으로 인한 기상이변을 수차례 겪고 있다. 평양을 비롯한 북한 전역이 올해 8월7일부터 18일까지 내린 집중호우로 수해피해를 입었다. 평양 580mm를 비롯해, 황해북도 서흥  769mm, 평안남도 북창 796mm, 강원도 회양 745mm 등 최고 700mm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수백 명이 사망·실종되었으며 88,400여세대의 주택이 침수·파괴되고 30여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전체 경작지의 11%가 침수됐으며, 철도·석탄·통신 등 생산기반시설이 파괴되었다(통일부 보도자료: 2007.8.19). 북한의 갑작스런 수해로 2차 남북정상회담이 10월로 연기되기도 했다. 남한에서도 9월 16일 태풍 ‘나리’로 인해 13명이 사망했고, 모두 1천79억 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남한이 기상이변으로 인해 입는 피해에 비해 북한의 피해는 더욱 심각한데, 이것은 북한의 자연재해예측시스템과 자연재해 방지를 위한 사회기반시설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무분별한 산림벌채와 농경지 황폐화로 거의 해마다 폭우로 인한 홍수피해를 입고 있는데, 지구온난화가 가속될수록 북한의 자연재해는 더욱 심각해지게 된다. 따라서 북한의 경우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 중에서 적응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실제로 2007년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메이프크로프트가 발표한 기후변화인덱스(Maplecroft Climate Change Index: CCII)에 따르면 북한은 지수가 4.0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이 높은 곳에 설정되어 있으며, 한국은 5.6으로 중간 위험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Maplecroft, 2006.01). 따라서 북한이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를 잘 할 수 있도록 남북간의 기후변화 협력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6. 마무리
지구촌은 기후변화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각국이 다 함께 합의한 밀레니엄목표를 달성할 수가 없다. 대외원조와 기후변화에 대한 철학과 원칙을 바로세우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인재를 만들고,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또한 ODA 자체가 기후변화를 가속화 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기후변화는 더 악화될 것이고, 가난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에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공통적이면서도 서로 차별화 된 노력에 있어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북한의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도 진지하게 접근을 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는 다음세대로 미뤄서는 안된다. 기후변화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확대되기 전에 우리세대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대외원조 체계에 대한 개혁이 필수적이며, 대외원조와 기후변화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유진 (녹색연합 에너지․기후변화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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