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기후위기 시대, 전 국토 뒤덮는 항공토건을 멈춰라!

2021.09.01 | 제주 제2공항

[전국 공항건설 반대 기자회견]

기후위기 시대, 전 국토 뒤덮는 항공토건을 멈춰라!

○ 일시 : 2021년 9월 1일(수) 11시
○ 장소 :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 (종로구 필운대로 23)

[기자회견문]

코로나와 기후위기 시대에 10개 공항을 더 짓겠다는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의지가 있는 것인가?
탄소중립 역행하는 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 폐기하라!

‘가덕도, 대구경북, 새만금, 울릉도, 제주도, 흑산도.’ 여섯 곳에서 신공항 건설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경기남부, 서산, 백령도, 포천.’ 네 곳에는 공항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8월 발표된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안에는 무려 열 곳의 새로운 공항 계획이 포함되었다. 지금도 운영 중인 15개 공항 중 3분의 2가 만성 적자에 빠져 있는 현실인데 도대체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공항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로 번졌고 대부분의 하늘길은 여전히 막혀 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10개 공항을 더 짓겠다는 것이 과연 지금의 현실에 부합하는 계획인가. 또한 비행기는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운송수단이다. 탄소중립과 공항건설을 동시에 말하는 정부의 모순적 대응은 기후위기 가속화를 부추기고 있다. 대규모 감염병과 기후위기를 외면하는 시대착오적인 신공항난립을 저지하기 위해‘가덕도, 새만금, 서산, 제주’에서 신공항 반대활동을 이어온 단체들이 이 자리에 모였다.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노린 정치권의 담합으로 다시 살아났다. 기존 김해공항을 고쳐 쓰는 것으로 어렵게 이룬 합의는 선거 앞에서 또 한번 뒤집어졌다. 거대 양당은 공항에 대해 경쟁을 벌이며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라는 악법을 만들어 냈고, 이는 다른 지역의 공항 건설 요구까지 부추기는 나쁜 선례가 되고 있다. 2016년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의 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던 가덕도를 아무런 근거 없이 유일한 공항입지로 둔갑시켰다. 다양한 멸종 위기 동식물이 살고 있는 생태자연도 1~2등급의 산을 깎아 없애고, 상괭이가 노니는 해양생태도 1등급의 바다를 메우려 한다. 귀중한 역사문화유산과 그곳을 지켜온 주민들의 삶도 송두리째 파괴될 위험에 처했다.

새만금 신공항 부지인 수라갯벌은 새만금에 남은 마지막 갯벌이다. 방조제 건설과 간척사업으로 대부분의 갯벌이 매립되면서 어류의 85%, 조류의 86%가 감소했다. 남아있는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은 생존을 위해 수라갯벌로 모여들었다. 40종 이상의 법정보호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올해 들어서도 멸종위기 1급인 저어새, 멸종위기 2급인 흰발농게와 금개구리의 집단 서식 등이 확인되었다. 갯벌은 중요한 온실가스 흡수원이기도 하다.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한 갯벌생태계 복원을 추진하면서 다른 쪽으로는 남아있는 갯벌마저 파괴하려는 모순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매년 30억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군산공항이 있음에도, 바로 옆에 또 하나의 공항을 짓겠다는 계획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서산민항은 공항 건설을 협의 중인 곳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3월 29일에는 양승조 충남지사와 충남지역 시장, 군수들이 모여 ‘2050 탄소중립 이행’과 ‘서산민항 조기 건설’을 함께 결의했다.‘탄소중립’과 탄소배출의 온상인‘공항건설’을 동시에 선언하며 그들이 말하는‘기후위기’에 아무런 위기의식이 없음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그들은‘충남에도 공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도민들의 마음을 흔든다. 하지만 2022년에는 홍성과 경기 화성을 잇는 서해안 복선전철이 완공될 예정이다. 여기에 KTX 경부선을 최단 거리로 연결하는 철도 노선도 계획되어 있어 홍성에서 서울까지 40분대 진입이 가능해진다. 서산민항 추진은 탄소중립 선언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재원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환경부에서 반려되며 사실상 백지화 수순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공항개발계획에는 여전히 추진 중인 사업으로 기재되었다. 이는 지난 2월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다수 도민들의 신공항 반대 의사에도 반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객관적 절차에 의한 도민 의견 수렴 결과를 정책 결정에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이전부터 밝혀 왔고, 문재인 대통령도“도민이 어떤 선택을 하던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미 과잉관광에 시달리고 있는 제주에‘더 이상의 공항은 필요없다’는 것이 도민들의 뜻이다. 국토부는 제주2공항 문제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원희룡 전 지사를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 역시 자신들의 정치에 공항을 이용하는 행태를 멈추어야 할 것이다.

각 지역의 신공항 계획은 지역의 문제인 동시에 전 인류가 처한 기후위기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비행기는 기차에 비해 20배나 많은,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운송수단이다. 서유럽이나 북미로의 편도 비행기를 한 번 안 타는 것이 일년 동안 자동차 운전을 안 하거나 일년 동안 고기를 안 먹는 것보다 더 큰 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항공산업과 공항이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지목됨에 따라 새로운 국제적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스웨덴은 자국 내 세 번째로 큰 공항을 폐쇄하기로 결정했고, 영국 히드로공항의 제3활주로 건설 계획은 파리협정의 온실가스 배출감축 의무를 위반한다고 판결받았다. 프랑스 하원은 2시간 30분 이내 열차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대해 국내선 항공 운항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항공산업과 공항을 보는 우리 정부의 관점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정부가 기후위기대응과 탄소중립 대책을 입으로만 외치고 있다는 것이 10개 신공항이 포함된 공항개발계획에서도 확인된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항공산업을 연명시키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정부 지원에 기댄 항공사들은 초저가 항공권을 뿌리는 출혈경쟁을 이어가고, 기차보다 싼 비행기가 더 많은 비행수요를 억지로 만들어내고 있다.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부의 선택이 더 많은 비행과 탄소배출을 부추기고, 부풀린 수요에 기초한 공항 건설 명분까지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공항건설이라는 가속페달과 탄소중립이라는 정지페달을 동시에 밟고 출발조차 못 하는 사이 기후위기는 우리를 향해 더 빨리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개별 지역단위의 신공항 반대 운동을 넘어 생태계 파괴와 기후위기를 앞당기고, 토건자본의 배만 불리는 정부의 신공항 개발계획을 막기 위해 연대의 범위를 넓혀갈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19와 기후위기가 가져온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도록 공항관리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각지의 신공항 요구를 무책임하게 수용하고 있는 후보들의 행태를 규탄하며, 절체절명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제대로 된 정책경쟁을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

신공항 건설 추진 철회하고 기후위기 대응하라!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 역행하는 항공토건 중단하라!
생태파괴, 생존파괴 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 폐기하라!
더 이상의 공항은 필요 없다! 신공항계획 폐기하라!

2021년 9월 1일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기후위기충남행동,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문의: 신수연 (녹색연합 해양생태팀장 070-7438-8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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