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위기 시대에 공항 난개발? 홀로 역주행하는 한국

2023.03.02 | 제주 제2공항

공항, 기후위기로 가는 기항지

근거리 항공노선을 이용하기 전에 ‘당신은 킬로미터 당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있습니다’라는 기후의 경고를 떠올려보면 어떨까? 2021년 프랑스는 고속철도로 2시간 30분 이내 이동이 가능한 국내선 항공 노선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애초에 환경 자문위원단은 4시간 이내에 이동 가능한 국내선 운항을 제한하자는 의견이었다고 한다. 

항공업계의 저항이 거세었고 결국 기준은 완화되었다. 프랑스 국내 노선의 12%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 비행금지가 유럽연합 법규와의 상충 여부를 검토했고, 파리 오를리 공항과 낭트, 보르도, 리옹을 잇는 구간에 3년간 한시적 적용을 허용했다. 오스트리아에는 2020년부터 유사한 제도가 시행 중이다. 당시 파산 위기에 처했던 오스트리아 항공은 3시간 이내 노선을 기차로 대체하는 것을 조건으로 구제 금융지원을 받았다. 기차로 2시간 35분 거리인 비엔나-잘츠부르크 구간이 이에 해당한다.

프랑스에서의 비행 금지 기준을 우리나라에 적용한다면 어떨까? 제주 구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내선 노선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당분간 유사한 법안이나 조치가 벌어지는 일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 반대의 상황이다. 국토부는 6차 공항개발종합계획(2021-2025년)을 발표하면서 가덕도 신공항, 제주 제2공항, 새만금 신공항을 비롯해 흑산도, 백령도, 울릉도 등에 공항개발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프랑스 환경부 장관은 근거리 비행금지 법안 표결에 앞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뿌리 깊은 습관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고 법안 통과 소식이 전 세계로 전해진지 얼마 되지 않은 후의 일이다.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고 기후변화에 영향이 큰 사업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영향평가라는 것을 우선 실시하기로 했으니 공항 건설은 앞으로 좀 어려워지지 않겠느냐고? 이 제도가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그나마 정부는 작년 9월부터 우선 시행하기로 한 기후변화영향평가 대상에서 공항 건설은 적용 시기를 1년 늦추어주기까지 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 기후변화에 영향이 큰 공항건설사업에 기후변화영향평가 적용 시기를 늦춘 이유는 공항 건설을 위한 시간벌기였을까? 공항 건설 추진 속도에 탄력이 붙고 있다.

국립공원구역에서 해제해버리다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월 31일, 국립공원위원회는 흑산도 국립공원 내 공항 건설 사업부지를 아예 국립공원구역에서 해제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공항 건설을 위해 공공재로서의 자연자산, 국립공원 구역이 순식간에 해제될 수 있다면, 국립공원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물어야 한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유, 국립공원을 보전해야 할 국가의 의무가 경제성도 없고 안전성 측면에서도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이 난 흑산 공항 사업을 위해 사라진다는 것이 납득이 될 일일까? 타 공항지역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안개 일수와 기상에 취약한 비행 기종, 활주로 평탄화 작업에 따른 재해 영향 등의 취약 요소가 있다. 제대로 된 환경부가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했다면 사업 추진이 어려워야 정상이다. 정부는 해제한 공원구역보다 더 넓은 지역을 공원구역으로 지정한다지만 문제는 공원구역 면적의 규모에 있지 않다. 공원계획을 변경한 이유, 본래의 구역 지정 목적이 상실·변경된 이유가 사업적 타당성도 없는 공항을 건설하기 위함이라는 점이 문제다. 

갯벌 복원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못했나? 

새만금 사업지역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새만금신공항건설사업도 문제다. 새만금 사업지역은 ‘사업예정지 및 인근에 다양한 법정보호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철새의 도래지 및 경유지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어서 이 지역에 공항을 건설할 경우 ‘생물서식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우려’된다고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적시되어 있다. 정부는 해당 사업을 ‘한반도 중부서해안 권역의 생태적 거점 권역으로서 생태계안전성과 지속성의 유지를 위하여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 등 자연환경정책 및 관련 계획과 부합되도록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과연 ‘사업예정지와 인근이 법정보호종과 조류의 서식지로서 환경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항공기 안전운행과 더불어 생태환경 보전 측면에서 면밀하고 종합적인 검토와 계획수립이 추진’될 수 있는지, ‘환경영향저감 측면에서 항공기 및 활주로 운영방안을 강구하여 환경영향 최소화가 가능한 방안의 도출이 가능한지’ 자못 의심스럽다. 

주요 탄소흡수원으로서 갯벌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세계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갯벌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추세와 달리 새만금 신공항사업은 기후시스템과 생물다양성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악화하는 사업이다. 전국적으로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지역 공항을 보면서도 갯벌을 없애고 과연 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하는가. 경제적으로도 비용 편익이 0.5도 안되어 적자가 자명해 보이는 공항건설사업을 지속하여 기후 붕괴를 가속화해야 하는지 납득 불가하다.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을 둘러싼 갈등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자 제주도정과 도의회는 찬반 여론 조사를 실시하기로 협의했다. 여론조사 결과 사업반대가 우세했으나 도민들의 사업계획 철회 요구를 제주도는 무시했다. 항공기-조류 충돌영향 및 서식지 보전방안 미흡, 항공기 소음 영향, 멸종위기야생생물 II급 서식 확인에 따른 영향예측 결과 미제시, 조사된 숨골의 보전가치 미제시 등을 이유로 전략환경영향평가도 반려되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검토 용역을 발주하더니 내용도 공개하지 않은 채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을 접수하여 협의를 재개했고, 곧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협의권, 제대로 구사해야 

환경영향평가는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인한 생태계 훼손과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기 위한 예방적 조치로 시행되는 제도다.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것으로 예측되는 사업 역시 그 영향을 분석하여 평가하여야 한다. 개발부처의 난개발에 맞서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협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해야 제도의 실효성이 발휘되고, 환경부의 존재 이유도 빛이 난다. 

며칠 전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가 조건부 협의(동의)되어 환경부가 지탄을 받고 있다.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을 두고 환경부는 또 어떤 결정을 할지, 이미 협의(동의)로 진작 결론을 낸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우려가 현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글 : 임성희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장

이글은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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