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과 한반도 자연생태계

2002.08.21 | 백두대간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지다. 개발과 이용으로 산지의 비율이 65%정도로 줄었다고는 하지만, 산이 우리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변함이 없이 크다. 오래 전부터 산은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예술, 철학 등 삶의 모습을 규정짓고 영향을 미쳐왔다. 우리 민족은 산을 매개로 문화와 전통을 꽃피우며 역사를 발전시켜왔다. 그렇다면 우리의 조상들은 우리의 산을 어떻게 인식하고 공존해왔던가?

우리 조상들은 산을 물줄기처럼 끊어지지 않는 맥으로 보았다. 산과 강이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존하여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인식했다. 그리하여 산은 물을 낳고 물은 산을 가르지 않는다고 여겼다. 즉 산자분수령의 원리에 따른 지리인식체계인 백두대간을 통해 강과 산의 조화를 인식해 왔던 것이다.

백두대간이란 국토의 근간을 이루는 산줄기로 백두산에서 시작한 장대한 산줄기가 단 한번의 물줄기로도 끊이지 않고 이어져 지리산에서 끝을 맺는다. 1400km에 달하는 백두대간은 백두산을 뿌리로 하여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1개의 정간과 13개의 정맥으로 갈라진다. 백두대간과 14개의 정간, 정맥들은 우리나라의 산줄기뿐만 아니라 물줄기를 구분 짓는다. 백두대간에서 갈래 쳐 나온 산줄기는 모두 14개이다. 이것들은 열 개의 큰 강을 가늠하는 울타리들이다.

백두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백두대간을 기둥산줄기로 하여 나라의 지형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던 방법은 이미 신라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신라 말기인 도선은 ‘우리나라가 백두에서 시작하여 지리에서 마쳤으니, 그 형세가 물을 뿌리로 하고 나무를 줄기로 한 땅인지라’고 했으며, 17세기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백두정간’이라는 제목으로 ‘백두산은 우리나라 산맥의 조종이다. 왼쪽 줄기는 동해를 끼고서 뭉쳐있는데 하나의 큰 바다와 백두대간은 그 시종을 같이 하였다. 대체로 일직선의 큰 산맥이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중간에 태백산이 되었고 지리산에서 끝났으니’하고 적혀있다.

또한 18세기 전통적인 지리인식 체계를 종합한 「산경표」도 나라의 지형을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이해하고 있다. 「산경도」는 이 땅의 산과 강을 있는 그대로 그린 지도로 우리 전래의 지리인식이기도 하다. 「산경도」는 이 땅의 지형을 있는 그대로 가르쳐주고, 가장 중요한 산이 백두산임을 알려주며, 그 백두에서 뻗어 내린 산줄기 백두대간이 이 땅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소중한 도구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민족고유의 지리인식체계인 백두대간은 잊혀진 이름이 되고 산맥이 그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백두대간은 예로부터 우리에게 일관되게 사용되어온 지리개념이었다. 백두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백두대간을 기둥으로 산과 강을 한 몸으로 보고 지형을 파악해왔으며, 그런 방법을 통해 나라 땅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쓰고있는 용어는 ‘태백, 소백’하는 산맥뿐이다. 현재 우리가 배우고있는 산맥체계는 1903년 고토 분지로 라는 일본인 지리학자가 제안했던 지질학 연구논문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1903년 일본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는 지하자원 수탈 목적으로 14개월에 걸쳐 한반도 지질조사를 실시하였으며, 그 조사결과인 ‘한반도의 지질구조도’에서 산맥개념을 처음 제기하였다. 산맥은 실제 지형의 파악을 목적으로 하는 지리 개념이 아니다. 산맥도는 땅속의 지질구조선을 그린 지도로 실제 지형과 일치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질선에 입각한 산맥개념은 실제 지형과 다른 것이다. 이때부터 산맥도가 원래 산줄기의 개념인 산경도를 대신하게 되었으며 백두대간이 사라진 자리를 태백산맥이 차지하게 되었다. 산맥개념은 민족의 산인 백두산의 존재를 무시했으며, 산줄기의 무제중심을 여러 곳에 분산시켜 결과적으로 지리인식을 흐리게 했다. 그에 수반되는 역사나 문화인식에 혼란이 초래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으로, 해방 후 수십년 동안 잊혀졌던 고유의 지리인식개념인 백두대간에 대한 재조명과 실체를 규명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백두대간을 통해 산줄기 전체를 통틀어 사고하는 시야를 획득하게 되었다. 산줄기도 물줄기처럼 이어져있다는 사실은 기존의 산맥 체계에서는 가질 수 없었던 인식의 전환이다. 기존의 산맥 체계에서는 생태계를 전체적인 관점에서 조망하지 못했다. 산맥 개념은 땅 속 암석의 흐름을 기본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산군의 병렬적 나열일 뿐이다. 이러한 산맥 개념만으로 한반도의 산을 인식하기에는 산의 생태적·문화적·역사적 의미가 너무나 풍부하고 깊이가 있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백두대간이라는 개념은 지형학적 개념을 포함하면서도 문화·역사적 이해를 돕는 내용이기 때문에 그 가치가 더욱 크다.

또한 백두대간은 국내 생태계보전지역을 다수 망라한 생태중심축이다. 남한구간만은 685km로 향로봉부터 지리산 천왕봉까지이다. 국립공원 7개소와 도립공원 2개소가 포함되며, 자연생태계보전지구 2곳과 천연기념물 보호구역 3개소와 천연보호림 다수가 망라되어있다. 그리고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도 백두대간 상에 포함되어있다. 지리산, 덕유산, 속리산, 월악산, 소백산, 오대산, 설악산, 태백산, 문경새재 등이 포함된다. 백두대간은 국내 제일의 산줄기답게 많은 보호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백두대간은 한반도 생태계와 환경에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백두대간은 산림생태의 핵심권역을 두루 포함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국토 전체의 자연환경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생태축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백두대간과 아울러 나머지 정맥까지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모든 산과 강을 조화로운 질서 속에서 파악할 수 있다. 이제 백두대간은 잊혀진 옛 산줄기 이름이 아니라, 우리의 산과 자연을 옳게 이해하는 이정표로서 다시 움트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백두대간은 국토를 이해하는 바탕이자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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