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다시 만나자! 왕피천!

2004.06.16 | 백두대간

지난 4월, 지율스님과 함께했던 부산 천성산 생태기행 이후로 많이 기다렸던 두 번째 생태기행을 지난 토요일 다녀왔다.

이번에는 울진 왕피천으로 떠나는 생태기행!
울진 왕피천은 여러모로 녹색연합과 인연이 많다. 울진은 온천개발에 관한 문제와 핵발전소 문제 같은 많은 환경사안으로 녹색연합과 많이 만났고 이제는 녹색연합의 대표 현장교육으로 유명한(!) 청년생태학교가 두 번이나 진행된 곳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 겨울에는 울진과 삼척, 설악 일대를 오가며 살고 있는 천연기념물 217호 산양의 서식처 조사로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곳이 바로 울진이다. 이미 나에겐 친근한 울진의 왕피천을 짧은 이틀의 생태기행으로 25여명의 사람들과 다시 찾아갔다.



울진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새벽같이 출발했지만 왕피천을 따라 걷기 위해 경북 영양의 오무라는 곳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두시! 머리 위에서 해가 타들어가듯 내리 쬔다.

지난 5월 녹색순례 열흘 동안 백두대간을 걸으며 대한민국의 모든 산과 강이 공사 중이라는 걸 알았지만 왕피천 트레킹을 시작하는 골짜기 그곳 또한 예외 없이 파헤쳐지고 있었다.

지난 해 태풍 ‘매미’ 이후로 대부분의 하천은 태풍 피해복구공사라는 명목아래 파헤쳐지고 하천 옆으로는 제방을 쌓고 있었다. 그것도 강바닥을 파헤쳐 나온 자갈들로 말이다.
울진 왕피천은 강원도 양양 남대천과 함께 연어가 돌아오는 마지막 하천이다. 그리고 우리가 걸어오는 동안 몇 차례나 살고 있다는 흔적을 발견하고 기뻐한 수달의 서식처이기도 하다. 하천공사를 보면서, 아직은 연어도, 은어도 돌아오고 수달의 흔적도 여전하지만 이들 또한 살아갈 곳을 잃고 우리 눈에서 멀어질 질 때가 머지않았음에 안타까웠다.  

왕피천을 따라 영양을 넘어 울진으로 들어서 도착한 한천마을.
이곳은 2001년도에 세 번째 청년생태학교가 진행된 곳이다. 그 때 나는 참가자로 6박7일 동안 왕피천에 안겨 자연을 만났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그 마을이 지금은 많이 변해있었다. 2001년에도 보통 시골마을처럼 흙집이 아니라 컨테이너 박스로 지어진 이층집들이 한천마을에는 많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컨테이너가 더 많이 늘어나고 길도 많이 포장이 되어 있었다. 예전 한천마을은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오던 원주민이 30가구 정도였지만 지금은 천 명 정도의 사람들이 이 마을에 살고 있다고 했다. 유기농 같이 친환경 농업을 하며 살아가는 곳이라지만 자연적으로 늘어난 인구가 아니라 갑작스런 인구유입은 왕피천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왕피천을 내려와 도착한 숙소는 울진의 아름다운 바닷가가 보이는 산포리였다. 어떤 이들은 바다 옆에서 잠을 더 청하고, 어떤 이들은 동해에서 밝아오는 해를 보며 소원을 빌었다.

둘째 날 일어나 처음으로 간 곳은 울진 수산리, 왕피천이 흘러와 바다와 만나는 곳이었다. 이른 아침, 쓰러질 것 같이 강한 물을 건너고 맨발로 모래를 밟는 기분은 그렇게도 좋았다.
맨발로 걷기가 끝나고 수산리 소나무 숲으로 향했다. 울창한 소나무 숲은 보이지 않고 여기저기 울타리가 쳐진 모습으로 수산리 솔숲은 우리를 맞았다. 이곳은 내년에 친환경농업엑스포가 열린다고 한다. 농사는 친환경적으로 지을지 모르나 엑스포는 어떤 모습으로 친환경이라 얘기하며 준비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맛있는 아침을 먹고 우리나라 최대의 금강송 군락지인 소광리로 향했다. 예전에는 황장금표(황장금표 : 옛날, 일반사람은 좋은 소나무를 못 베게 표시하고 궁궐에서 쓰는 소나무를 키움)의 표식이 있었던 소광리. 지금 그곳에는 산양의 사진과 금강송 군락으로 보호한다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한아름을 훨씬 넘기는 금강송 아래, 그리고 거친 울진의 바위산 아래 우뚝 서있는 산양이 그리웠다.

빠르게 지나간 이틀이었지만 왕피천의 수달흔적과 소광리 금강송이 주는 그늘은 우리에게 자연이 왜 이토록 아름다운지, 왜 이토록 고마운지를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짧은 시간을 뒤로한 채 우리는 서울로 돌아오지만 왕피천은 그곳에서 생명을 품은 채 흐르고 있다.

다가오는 8월, 장마가 지나고 나면 힘찬 물소리를 내며 흐르는 왕피천을 다시 찾을 것이다. 오는 여름 생태계보전지구로 지정될 왕피천에서 마음이 푸른 청년과 함께 왕피천과, 왕피천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그 대안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다.
그 때 다시 만나자. 왕피천아!

글 : 녹색연합 조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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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후기]

청춘의 중딩 왕피천 일기

천성산에 이어 두 번째 녹색연합의 생태기행.
도심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에서 보존이 제일 잘 된 울진의 ‘왕피천’을 다녀왔다.

햇볕이 굉장히 뜨거웠다. 요즘이 가뭄 때라서 그런지 물이 굉장히 많이 줄었다고 한다.
한참을 따라 내려가니 우리를 맞아주는 아주아주 귀여운 주인이 있었다.
고라니의 발자국이다. 상당히 앙증맞게 생겼다.  
발이 아프고 , 땀 좀 나고 갈증이 나기 시작할 때면 항상 수달 똥, 발자국, 새둥지나 왜가리 그리고 헤엄쳐 가는 꽃뱀까지 차례차례로 나와 우리들의 기운을 북돋아주곤 했다.

하류에 도착하니 마을이 하나 나왔다.
그 곳에서 두 마리 황소 발견하고 청춘들(어린아이들-녹색연합 아저씨가 그렇게 불렀다.)은 좋다고 소리 지르며 쏜살같이 황소 옆으로 달려간다. 신기한지 황소를 이리 쓰다듬고 저리 쓰다듬는다. 나도 가까이 가서 황소를 만져보았다. 눈이 참 예뻤다. 암갈색 눈이 나와 청춘들을 쳐다보는데 미치는 줄 알았다.

숙소는 정말… 멋있는 곳이었다. 숙소 앞에는 바다가 바로 보였고 깜깜한 밤하늘에는 별들이 엄청 반짝이고 있었다. 방파제에 누워 그 많은 별들 한 눈에 보는 그 순간!!나 그 때 진짜 감동 받았다.
‘아… 나……. 여기 안 왔으면 평생 후회했을 것이로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밤하늘 별자리를 찾는 묘미는 아무도 모른다.

새벽 5시 일출을 보기위해 일어났다. 주황색의 해가 머리를 내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탄성을 질렀고 몇몇은 밖에 나가서 해를 보기도 했다.
해가 다 뜨고 나니 차갑던 바람도 따뜻해지고  서늘했던 공기도 미지근해졌다.
왕피천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가서 맨발로 모래밭도 거닐고 물길을 건너는데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물결이 너무 세서 넘어질 뻔도 했지만 스릴만점의 산책이었다.!!!!!!!!
(그런데 맨발로 걸은 탓인지 발바닥에 상처가 났다.)

불영사에서 두더지를 봤는데 …….너무 귀여웠다! 동화책에서 본 것처럼 정말 코가 돼지 코였다!. 말랑말랑한 것이 꼭 햄스터 같았다. 가져가 기르고 싶다는 충동도 꽤 있었다.(억제했음) 이모는 흥분해서 사진 찍느라 바빴다.

금강송군락에도 갔는데 훤칠하고 죽 뻗은 키에 붉은 줄기가 어찌나 멋있던지 내 앞에 멋있는 남정네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금강송군락에도 두더지가 있었다. 낙엽 속으로 뭔가가 지나다니기에 휘저었더니 잠시 조용히 하더라..아무래도 요것이 죽은 척을 했나 싶어 손으로 뒤적거리다가 두더지를 만져 봤는데 감촉이 너무 좋았다!!!!!!!!!!!!!!!!!!!!!!!)

생태기행에서 발이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별천지도 보고 두더지도 만져봐서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날아갈 것 만 같다. 다음에 가족여행이나 신혼여행은 왕피천으로!

글 : 생태기행 참가자 분당 장안중학교 2학년 박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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