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태풍 '루사' 수해피해지역 조사 보고서 – 天災(천재) 뒤에 숨겨진 4대 人災(인재)

2002.09.18 | 백두대간

태풍 15호 ‘루사’가 한반도 전체를 강타한지 어느 덧 보름이 지났다. 루사가 빚어낸 엄청난 피해, 그리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 이재민들의 슬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다행히 이웃의 아픔을 함께 껴안고자 많은 국민들이 제일처럼 발벗고 나선 것이 이재민들에게는 삶의 원동력이자 희망으로 와 닿았을 것이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IMF 사태가 단순히 우리 국민들의 금모으기로 극복될 수 없듯 이번 수해 피해가 또 다시 국민들의 성금만으로 치유될 수는 없다.

하루 최대 강우량 871mm라는 비를 뿌린 이번 태풍을 바라보며, 어쩔 수 없는 천재라는 탄식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자연재해는 더 이상 자연재해라 얘기할 수 없다. 최근 10년간(1991~2000)의 자연재해 피해현황을 살펴보더라도 총 인명피해(사망)가 1,216명(평균: 122명), 이재민 172,188명(평균: 17,219명), 농경지침수 533,910ha(평균: 53,391ha)로 피해 총액이 거의 6조원(평균: 5,968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에 녹색연합은 태풍 루사라는 자연재해 뒤에 숨어있는 인재적 측면을 밝혀내고 그 부분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나 기업 정부기관이 있다면 확실하게 책임지고 넘어가는 것이 매해 반복되는 피해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하여, 인재적 측면을 밝혀내고, 그 대안을 마련하고자 이번 조사를 진행하였다. 조사 결과 녹색연합은 천재라고 여겨지는 이번 피해를 천재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인재적 요소를 확인하였다.

녹색연합이 꼽은 대표적 인재 요소는 절개지, 사면 붕괴 등을 가져온 도로관리, 하천변 도로 유실과 교량 파괴, 하천범람을 가져온 하천관리, 산사태와 계곡 파괴 등을 일으킨 송전탑부지와 작업도로, 폐광관리 등 네 가지 요소다. 이들 요소는 물론 강우라는 측면을 제외한다면 발생하지 않았겠지만, 이들 인간의 자연에 대한 간섭 행위가 태풍이 동반한 호우와 결합하여 되돌릴 수 없는 엄청난 재해를 가지고 온 것이다.

이들 네 가지 인재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파른 절개지와 사면을 발생시키는 도로 공사, 발생된 절개지와 사면의 허술한 관리가 자연재해를 가중시키는 주요 인재 요소였다.
녹색연합이 조사한 영동고속도로 구간, 동해고속도로 구간, 35번 국도, 59번 국도, 424번 지방도 등 모든 도로에서 도로 길옆 절개면과 사면 붕괴가 확인 되었으며, 이때 발생한 토사가 농경지와 가옥을 덮치며 피해를 가중시킨 것이 확인되었다. 도로관리의 문제점은 도로시공 시 토질 등 지질층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인 절개면 각도를 적용한 점, 유량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산간도로의 배수구를 묻은 점 등이다.


현재 도로 건설은 사업의 설계과정에 지질 조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아 무리하게 과도한 절개사면을 발생시키는 공법으로 공사를 진행시켜 비만 오면 무너지는 구조적인 인재를 낳고 있으며, 이로 인해 낙석과 산사태와 같은 재해의 발생은 물론 야생동식물의 서식지 단절이라는 생태계 단절을 낳고 있다.

둘째, 물길을 바꾸며 건설된 하천변 도로나 시설물, 유속, 유량, 지형을 고려하지 않고 세워진 교각 등 하천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자연재해를 가중시켰다.
녹색연합이 조사한 양양 남대천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양양 남대천은 오대산에서 시작하여 양양읍과 손양면 사이 해안을 통해 동해로 흘러든다. 양양 남대천을 따라 바로 옆으로 59번 지방도가 나있고, 어성전교를 포함한 10개의 교량이 가로지르고 있으나 어성전교와 양양대교를 제외한 8개의 교량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물은 제 길을 찾아간다는 옛말이 있다. 도로를 건설할 때 아무런 생각 없이 약간 바꾼 물길이 호우로 불어나자 제 길을 찾아가며, 도로를 유실시키고, 유량, 유속, 지형, 교각 사이의 거리에 대한 충분한 고려없이 세워진 교량이 불어난 물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또한 하천부지를 쓸모없는 땅이라고 판단하고 농사시설물을 짓거나 개간하여 농경지로 사용하거나 하천 바로 옆으로 도로를 내는 등 하천부지를 없앤 것도 도로 유실과 시설물 파괴, 전답 침수를 불러와 막대한 재산 피해와 함께 주변 마을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힌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셋째, 공사기간과 비용만을 고려하여 마구잡이로 낸 송전탑 작업도로가 산사태를 불러와 산림파괴와 산자락에 사는 주민들의 피해를 가중시켰다.


송전탑 작업도로의 피해는 2001년 7월 23일 강원도 횡성에 내린 호우때 이미 그 피해의 심각성이 확인된 사례다. 이번 녹색연합 조사에서도 산청군 사천면 반천리 지역에 양수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세운 345kV 송전철탑 부지와 작업도로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한 것이 확인되었다. 송전탑 건설이 갖는 문제점은 주위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80도가 넘는 급경사지에 작업로를 강행하는 등 공사 기간과 금액을 줄이기 위해 무리한 위치선정을 한다는 점과 측구 유수처리, 배수관 유출구 처리 등 배수에 대한 고려가 불충분하게 진행된 점이 원인으로 꼽혔다.

넷째, 사용이 끝난 광산들을 방치하여, 호우로 광산 내 폐석이 지하수와 함께 터져나온 것이 자연재해를 가중시켰다.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에 위치한 가곡휴양림내의 아연광산 폐광지에서 폐석이 무너지고 아연폐기물이 갱내 지하수와 함께 터져나와 가곡천의 범람과 가옥침수를 가속화시키고 하천을 직접적으로 오염시켰을 뿐만 아니라 폐석이 가옥을 덮쳐 4채의 가옥이 폐석에 묻히는 결과를 초래했다. 본디 폐광은 사용이 끝나면, 광산 입구 등을 철저히 막아야 함에도 그러한 마무리 공사를 시행하지 않아 이렇듯 막대한 피해를 입힌 것이다. 삼척 가곡면 연화 광업소 외에도 도계면 풍원탄광에서도 폐석이 무너져 내려 마을을 덮쳐 가옥 1채가 완파되고, 다른 1채에 균열을 가져오는 피해를 입혔다.

이에 녹색연합은 천재 뒤에 가려진 인재를 극복해야만 더 이상의 가중된 피해를 만들지 않기 위해 정부에 다음의 사항을 요구한다.

첫째, 이번 태풍 피해 지역 중 도로, 하천, 광산 등에 대해서는 정부, 학계, 시민단체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정밀한 원인조사가 이루어져 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관련된 관리기관과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있어야 하며 시공업체들에 대해서 엄한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건국이래 50년 이상 태풍, 장마 등의 수해가 발생하면 항상 자연재해로 둔갑시켜 관련된 책임기관 책임자를 가리지 않고 시공업체에 대해서도 아무런 책임복구를 요구하지 않았다. 이런 인해 도로, 하천관리에 구조적인 부실을 낳았고 재해와 재난에 무방비인 국가기간시설을 온존시켰다. 또한 산업의 원동력이라는 미명하에 원상복구와 복원을 하지 않고 방치한 페광산은 폐석과 광산폐기물이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조용한 산간마을을 초토화시키고 중금속 오염까지 발생시켰다. 더 이상 재해의 원인을 은폐하고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 반드시 원인을 규명하여 책임을 물어야 이 낡은 재해처리 관행이 바로 잡힐 수 있다

둘째, 책임기관과 관련자를 가려내는 것과 함께 원인 진단을 통해 교훈을 찾아야 한다. 최대의 재해에서조차 인재에 대한 교훈을 찾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것은 책임주체를 가려내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이다. 산지와 하천에 들어선 도로와 교량을 비롯한 주요 토목구조물들이 왜 휴지조각처럼 무너졌는지 원인과를 철저히 따져야 하며, 이를 토대로 무너진 구조물에 대한 복구와 복원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태풍 루사 수해 피해지역 조사보고서

수해피해관련사진 보기

1. 조사 배경과 목적

최근 10년간(1991~2000)의 자연재해 피해현황을 살펴보면 총 인명피해(사망)가 1,216명(평균: 122명), 이재민 172,188명(평균: 17,219명), 농경지침수 533,910ha(평균: 53,391ha)로 피해 총액이 거의 6조원(평균: 5,968억원)에 이르고 있다.

매해 반복되는 자연재해는 더 이상 자연재해라 치부할 수 없다. 녹색연합은 태풍 루사라는 자연재해 뒤에 숨어있는 인재적 측면을 밝혀내고 그 부분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나 기업 정부기관이 있다면 확실하게 책임지고 넘어가는 것이 매해 반복되는 피해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하여, 인재적 측면을 밝혀내고자 이번 조사를 진행하였다. 또한 녹색연합의 이번 조사가 매해 반복되는 자연재해에 숨겨진 인재적 측면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목적을 갖고 이번 조사를 진행하였다.  

2. 조사 기간과 범위, 조사 인원

녹색연합 서재철 자연생태국장을 조사단장으로 녹색연합 활동가와 자원활동가를 포함한 9명이 2002년 9월7일부터 9월 15일까지 강원도 양양, 강릉, 동해, 삼척 지역과 경상북도 울진 지역, 경상남도 산청 지역을 조사하였다.

3. 조사 결과

○ 도로절개지

  – 영동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호법∼강릉구간 사이에서 도로절개지로 인한 산사태 발생은 총 12곳이었다. 절개지 사면 토양 전체가 풀 한 포기 없이 흘러내렸다. 토양유실 된 폭이 50-100m에 이르며, 크고 작은 절개지 붕괴와 사면 붕괴가 곳곳에서 발생하였다. 특히 모두 4곳에서 붕괴가 일어난 대관령 7터널 부근 절개지 붕괴는 매우 심각하였다. 이곳은 무너져 내린 흙이 중앙분리대 상층부분까지 덮친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알려주고 있다.



  – 국도 35호선
35번국도 삽당령부터 대기리까지 구간에서 절개지가 무너져 흘러내린 토사가 도로를 덮친 곳이 14곳이었으며, 사면이 붕괴되어 도로가 무너져 내린 곳은 6곳이며, 이중 도로가 완전하게 끊긴 곳은 3곳이었다. 폭우로 도로 사면이 붕괴되면서 도로 전체가 유실되어, 그 위를 지나던 차량이 함께 파묻혀 인명피해를 가져온 35번국도는 이미 비만 오면 크고 작은 낙석사고 잇따르는 등 그 위험성이 사전에 예측되었음에도 도로 사면이나 절개지 관리가 부실하게 진행되어 이처럼 큰 사고가 발생하였다.

  – 동해고속도로
동해4공구 밤재1교 공사현장에서는 무너져 내린 토사로 크레인차가 파손되었다. 강릉시 강동면 산성우리에서는 공사현장에 쌓아 두었던 토사와 잔목들 그리고 공사현장에서 무너져 내린 토사가 산성우리 마을을 덮쳐 주민 피해를 일으킨 핵심 원인이 되었다. 이 구간 공사는 한국도로공사에서 발주를 받아 현대건설이 운양건설이라는 곳에 하청을 주어 진행되고 있다. 현장 공사 시행업체인 운양건설 측에서는 마을을 덮친 토사만 치운 채 주민들에게 사과를 한다거나 보상을 한다는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기존 7번국도와 강릉~동해간 2차선 고속도로가 있음에도 4차선 확장을 한다는 명목아래 기존 도로들 옆에 새롭게 공사를 진행하면서 무리하게 산정상부까지 나무들을 베어내고 급경사지에 절개면을 만들는 방법으로 공사를 진행한다거나 공사현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산사태로 인한 피해를 부추겼다.

  – 국도 59호선
59번 국도 전구간을 조사하였다. 59번 국도는 어성전리와 원일전리 사이에서 절개지의 절반이 떨어져나가는 산사태를 시작으로 양양시내에 이르기 전까지 대부분의 도로가 유실되어 사라진 상태였다. 또 원일교를 시작으로 용천교 사이의 모든 다리들은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었으며 도로와 이어진 마지막 교량만이 이곳에 다리가 놓여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59번 국도 파괴가 갑자기 증가한 하천의 유량과 유속을 견뎌내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인재였다. 59번 국도는 오대산에서 발원하는 양양 남대천을 옆에 끼고 있다. 따라서 당연히 하천의 유량증가를 대비하여 도로주변에 하천부지 확보와 강의 유속조절이 가능하도록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그러나 하천변에 개설한 59번 국도는 하천 바로 옆에 붙어있어 급속히 물이 불어나서 도로까지 물이 넘쳤고, 빨라진 물살을 견뎌내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 경남 김천시 지례면 상부리∼대률리 군도 1호선
경상남도 김천시 군도 1호선 지례면 상부리부터 대률리까지 도로 절개지에서 총 6곳에 산사태가 발생하였다. 도로 절개면이 무너져 내려 토사가 도로를 덮쳤다. 특히 도로의 급경사 계곡부가 모두 무너져 내려서 계곡이 폭 10m이상으로 움푹 파였다. 심지어 계곡부에 토사에 밀려들어오면서 도로의 급경사 절개지를 지지하고 있는 게비온옹벽(돌망태)마저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산사태가 발생한 6곳 모두 급경사지에 무리한 도로 절개면을 형성하여 산사태 발생의 원인이 되었으며, 절개지가 연약한 지반으로 이루어져 급격한 토사이 쓸려나와 산사태 피해를 크게 했다.  

  – 국도 30호선(백두대간 덕산재)  
경상남도 김천시 대덕면 덕산리 도로 절개지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하였다. 도로 절개지 산사태로 전북 무주군 무풍면에서 외부지역으로 통하는 주요 도로인 30번 국도는 도로 수백 미터가 유실되어 5일만에 일부분이 복구되었다. 산사태가 발생 절개지는 S자 모양의 도로로 급경사 절개면이 붕괴되면서 아래 도로로 토사가 밀려들었고 또다시 아래쪽 도로의 사면 붕괴로 이어졌다.

  – 국도 36호선
경상북도 봉화군 소천면 현동리 현동3거리부터 경상북도 울진군 울진읍까지 도로유실 7곳, 교량유실 1곳이 확인되었다. 낙동강, 회룡천, 광비천, 불영계곡을 따라 굽이 굽이 건설된 도로로 계곡이 굽이진 곳마다 급격한 물살에 사면이 침식되어 도로가 유실되었다.

  – 지방도 427호선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 석포역에서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신리까지 산사태 피해를 조사하였다.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에서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으로 넘어가는 도로는 가파른 절개지와 암석이 그대로 드러난 부실한 도로 건설로 암석과 토사가 대량 도로로 쏟아졌다. 절개지에서 떨어져 나온 토사와 암석이 계곡부에서 합쳐져 계곡을 따라난 도로의 사면이 침식되고 붕괴·유실되었다. 심한 구간은 가드레일과 옹벽까지 완전히 유실되고 도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곳도 있다. 절개지에 떨어져나온 토사와 암석이 계곡의 토사와 암석이 한꺼번에 덮치면서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일대에 더 많은 피해를 발생시켰다. 풍곡리 일대 가옥들은 대부분 매몰되거나 침수피해를 입었다. 427번 도로를 따라 풍곡리부터 구사리까지 굴곡진 곳마다 대부분 유실되었다.



○ 하천관리

  – 양양 남대천
태풍 루사가 휩쓸고 간 양양 남대천은 오대산에서 발원하여 양양읍과 손양읍 사이 해안을 통해 동해로 흘러가는 지방1급 하천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부터 양양대교에 이르는 구간을 조사하였다. 이번 조사에서 어성전교와 양양대교를 제외한 8개의 교량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양양남대천을 따라 놓여진 59번 국도는 80%이상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는 교량이 유속과 유량, 지형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워진 것이 주요 원인이라 하겠다. 또한 교량의 교각 폭도 충분한 간격을 유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외에 피해를 가중시킨 원인은 하천부지를 쓸모없는 땅으로 인식하고 농경지를 개간하거나 도로를 낸 것도 주요한 원인으로 확인되었다.

  – 삼척 오십천
태풍 루사가 휩쓸고 간 삼척 오십천은 삼척 마평에서 발원하여 삼척 정나동 해안을 통해 동해로 흘러들어가는 지방1급 하천이다. 이곳 역시 철교를 포함한 교량 4곳이 무너져 내렸으며, 하천변 38번 국도가 신기면, 미로면 일대에서 심각하게 파손되었다. 이곳 역시 양양 남대천과 마찬가지의 양상을 보였다. 이외에도 삼척 노곡면에 위치한 천기천, 강릉 강동면 임곡리에 위치한 임곡천 등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송전탑 작업로

  – 경상남도 산청군 사천면 반천리  
2002년 8월 31일 오후 4시경 태풍 ‘루사’로 인한 산청양수발전소 송전탑 작업로가 유실되면서 산청군 시천면 반천리 일대의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하였다. 반천리 산사태는 한전에서 산청양수발전 송전탑을 건설하면서 급경사지이자 연약지반에 무리한 송전탑 작업로를 개설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 송전탑 작업로 개설 이전 반천리에는 한번의 산사태도 발생하지 않았었다. 특히 1998년 지리산에 엄청난 양의 비가 왔을 때도 아무런 피해가 없었을 만큼 조용했던 마을이다. 그러나 한전이 급경사지이자 지질기반이 약한 반천리 뒷산에 무리하게 송전탑 작업로를 개설하면서 산사태 발생이 시작되었다. 주민들은 한전의 송전탑 작업로 건설 당시부터 지나친 생태계 파괴외 무리한 작업로 개설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를 우려하여 송전탑 작업로 개설을 강하게 반대하였다. 그러나 한전은 송전탑 작업로를 건설을 강행하면서 ‘건교부 기준’ 절개지 63도를 위반하면서 도로유실이 위험한 80도 이상의 급경사지에 송전탑 작업로 건설을 강행하였다. 반천리 산사태는 송전탑 작업로 개설 시작부터 산사태 발생의 위험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한전은 무리하게 송전탑 작업로를 개설했고 산청군청은 산사태 위험이 있는 송전탑 작업로를 소홀히 방치하여 오늘과 같은 화를 불렀다. 현재 반천마을 뒤편의 송전탑 작업로 전구간을 조사한 결과, 작업로 자체의 균열과 절개지가 나지로 노출되어있어 2차 산사태발생을 예고하고 있어 또 다른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반천리 주민들은 또 다른 산사태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 폐광

  – 삼척시 가곡면 연화광업소  
2002년 8월 31일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에 위치한 가곡휴양림내의 아연광산 폐광지에서 폐석이 무너지고 아연폐기물이 갱내 지하수와 함께 터져나와 가곡천의 범람과 가옥침수를 가속화시키고 하천을 직접적으로 오염시켰다. 과거 아연광산을 운영한 이후 폐광이 되면서 휴양림으로 재활용을 했으나 산업자원부의 광해방지작업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폐광지 복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져 이런 참변을 낳았다. 가곡광산의 폐광석이 무너지면서 계곡물과 섞이면서 아래 마을의 피해를 가중시킨 것으로 확인되었다. 휴양림 아래의 삼거리에 침수된 집들의 지붕까지 무너진 폐석이 뒤덮었다. 본래 가곡휴양림 일대는 산양이 서식하는 깊은 계곡으로 큰 비가 와도 토석이 거의 흘러내리지 않는 계곡이었으나 이번 수해 때 졸속으로 폐광을 복구한 것이 무너지면서 큰 화을 불렀다.

  – 삼척시 도계면 눌구리 풍원탄광
강원도 삼척시 도계면 눌구리 소재 풍원탄광의 폐석이 무너지면서 아래 마을에 피해를 입었다. 폐석들이 물에 쓸려와 늑구리 마을을 덮쳐 1가구는 전파되고 1가구는 가옥에 균열이 가는 주민 피해가 발생했다. 폐광 입구에 콘크리트로 100여m 배수로를 냈는데 배수로의 용량이 넘는 물이 밖으로 흐르면서 토사를 쓸고 내려와 마을을 덮쳤다. 폐광에서 나오는 오염수를 자연정화하는 시설이 있으나 전혀 정화되지 않고 그대로 하천으로 유입되었다.

4. 조사의 의의와 한계

녹색연합이 이번에 실시한 조사는 호우와 산사태로 산림생태계와 하천생태계가 파괴되고, 범람한 물과 쓸려온 토사로 가옥과 전답이 침수되는 등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고 삶의 터전마저 송두리째 잃어버린 이재민들의 아픔을 환경단체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함께 하려는 노력이었다.
녹색연합은 이러한 노력 속에서 자연재해 속에 감춰진 인재의 요소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으며, 우리 국민들이 태풍의 피해를 더 이상 자연재해로 치부하지 않고 자연재해 속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녹색연합의 이번 조사는 초동 단계에서 조사에 착수하지 않으므로 그 피해의 양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으며, 시민단체가 갖는 인력과 장비 부족, 그리고 짧은 조사기간으로 인해 피해 지역을 전부 조사하지 못한 점, 그리고 정밀한 조사를 실시하지 못한 점 등 많은 한계를 보였다.
따라서 녹색연합은 이번 조사를 토대로 정부와 관련 지방자치단체 등이 정밀한 조사를 실시하여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고 그에 따른 대안을 마련하여 더 이상의 인재가 발생하지 않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

2002년 9월 18일

녹색연합

※ 문의 : 자연생태국 서재철 국장 / 정용미 / 윤기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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