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케이블카 이제 안녕 ~

2012.07.08 | 설악산

 


7월 7일 토요일. 북한산 대남문에서는 1000일 산상시위 마무리와 국립공원 케이블카 범국민 대책위원회(이하 케이블카 범대위) 의 해단식이 있었습니다.


 



지난 6월 26일 국립공원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설악산, 지리산, 월출산 등에 케이블카 사업이 부결되었고, 그에따라 2008년 부터 케이블카 반대활동을 벌였던 케이블카범대위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에 해단식을 열기로 했습니다.


 







북한산성 입구에서 모여 출발하기 전

손수 준비해온 플랜카드에 우리들의 염원을 담아 글을 적습니다.


 


매번 산에 오르면서도 늘 무거운 마음이었는데 이날처럼 발걸음이 가벼운 산행은 처음이었습니다.  며칠간 장맛비가 내려 회색빛의 흐릿한 풍경만 보여주던 하늘도 이날만큼은 우리에게 화창한 날씨를 선물해줬습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이하 국시모) 지성희 국장님의 사회로 시작된 해단식은 설악산에서 활동하신 박그림 대표님, 북한산에서 활동하신 김병관 대장님, 국시모 윤주옥 사무처장님의 대표 말씀으로 이어졌습니다. 


 



박그림 : 우리가 이뤄낸 작은 결과들이 디딤돌이 되어서 더 큰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지금보다 조금은 나아질 것이며 그때 아이들은 이곳에서 풀이 돋아난 땅을 밟을 수 있을거라 희망한다.


 


김병관 : (1000일 산상시위를 하면서) 힘들고, 괴롭고, 외로운 순간들이 많았다. 특히 연로하신 아버님이 쓰러지셨을 때는 집중하기 어려웠다. 힘들 때마다 버팀목이 되어준 것은 여러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윤주옥 : 기쁘다기보다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한 곳이라도 되었다면 어떻게 감당했을까 생각한다. 내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된 국립공원에 감사한다.


  


 


이어서 케이블카범대위 활동 경과 보고가 있었고, 설악 녹색연합 박그림 대표님과 녹색연합 윤기돈 사무처장님의 시낭송이 있었습니다. 그 중 윤기돈 처장님이 낭송하신 침묵이라는 시를 소개할까 합니다.


 


 



침묵  


 


 


                      백무산


 


나무를 보고 말을 건네지 마라
바람을 만나거든 말을 붙이지 마라
산을 만나거든 중얼거려서도 안된다
물을 만나더라도 입다물고 있으라
그들이 먼저 속삭여올 때까지

이름 없는 들꽃에 이름을 붙이지 마라
조용한 풀밭을 이름 불러 깨우지 마라
이름 모를 나비에게 이름 달지 마라
그들이 먼저 네 이름을 부를 때까지

인간은
입이 달린 앞으로 말하고 싸운다
말없는 등으로 기대고 나눈다


 


 


철학자 메를로퐁티는 말합니다. “인간이 신체를 가지고 있는 한 폭력은 숙명적”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폭력의 종류를 선택할 수는 있습니다.


인간과 자연에 대해 덜 폭력적인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할 수는 있습니다.


 


 


해단식이 끝나고 김두석 고문님이 손수 제작해오신 케이블카를 작살내는 퍼포먼스가 이어졌습니다.(부수기에 아까울 정도로 정교하게 만드셨습니다.)  그동안 우리를 괴롭혔던 케이블카를 분노의 발길질로 떡실신 시켰습니다. 너무 과격하게 밟으셔서 조금 무서웠습니다. ^^ 


 


 








 









 


 


여담이지만 산산조각난 케이블카 줍다가 손이 베었습니다. 결국 케이블카는 누군가에게 꼭 상처를 남긴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입니다.


 


 




 


저희의 싸움은 끝이 아닙니다.  윤주옥 처장님은 국시모가 해체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우리가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아도 국립공원이 잘 관리되어서 우리의 역할이 없어진다면 그보다 더 기쁜일은 없겠죠.


하지만 국립공원을 해치려는 사람들이 있는 한 앞으로도 국립공원을 지키려는 노력은 계속될 것입니다.


 


응원해주시고 지켜봐주신 시민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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