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물떼새 알이다!”
세종보 상류 300미터 하천부지에 위치한 천막농성장. 4월 30일,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주장하며 농성천막을 칠 때 물길 건너편에서 흰목물떼새 부부의 첫째 알을 발견했다. 그 뒤로 세종보 농성 천막의 아침 일과는 하중도에 낳은 멸종위기 2급 야생조류인 흰목물떼새 알의 안전을 확인하는 일이다.
꽤 많은 곳에 물떼새 부부 둥지가 생기고 알을 낳았다. 많은 비로 물떼새알들은 두 번이나 물에 잠겼고 어떤 알들은 떠내려가기도 했다. 비가 오던 날 둥지 곁을 맴돌며 울던 부모물떼새의 울음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 혹시나 세종보 재가동 공사로 계속 근처를 파헤치는 중장비 괴성, 쏟아지는 비에 걱정이 컸지만 부모 물떼새들은 포기하지 않고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았다. 이들이 금강에 오래오래 살기를 바라지만, 지금 금강의 상황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세종보가 재가동 된다면 물떼새 알들은 수장될 것이고 모래와 자갈은 뻘로 변할 것이다. 알들을 잃은 물떼새들은 물만 가득 고여있는 강을 다시 찾지 않을 것이다. 물떼새 뿐일까. 보 수문을 개방하고 강에 돌아온 수달과 흰수마자, 미호종개 또한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물정책 정상화를 요구하며 한 달여간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금강, 낙동강, 영산강, 한강에 16개의 보를 만들어 강의 흐름을 완전히 끊어버렸고 우리 강들은 녹조와 큰빗이끼벌레, 깔따구가 가득한 죽은 강으로 변해갔다. 국민들의 촛불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보 처리방안이 결정되었다. 4년간의 긴 논의와 조사 끝에 2021년 1월 18일, 금강, 영산강의 보 처리방안이 확정됐다. 그 중 금강은 세종보 해체, 공주보 부분해체, 백제보 상시개방을 결정했다. 환경부는 ‘금영 보 처리방안 이행을 위한 세부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해 결과보고까지 나왔었다. 중간보고에서는 ‘세종보 2024년 6월에 해체 가능’ 등 시기를 명시해 발표했지만 결과보고에서는 시기가 삭제된 채 공개되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고 환경부는 한화진 장관이 취임하는 사이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한화진 장관은 ‘보 활용 계획’을 발표했다. 취임한 지 1년이 다 되도록, 4대강 관련해 가장 논의가 진전된 보 처리방안을 용역까지 마치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정책을 뒤집어 버린 것이다. 그간 진행했던 민관거버넌스,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 과학적 데이터, 경제성 평가 등 이 모든 것들을 허사로 돌렸다.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이고, 직권남용이었다.
2023년 7월, 4대강국민연합이 제기한 4대강 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환경부에 ‘보 처리방안에 있어 더 적합한 데이터를 마련해 보완하라’라는 주문이 있었다. 매년 수환경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결과를 발표해 왔던 환경부의 데이터를 지적하는 부분이었다. 감사원법에 따르면 감사 종료 이후 20일 이내에 환경부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한화진 장관은 감사 결과 발표 바로 다음날 ‘보 처리방안 취소’를 국가물관리위에 요청했다. 그리고 15일 뒤, 심의 의결까지 만 4년이 걸린 보 처리방안을 2기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취소했다. 이후 40여 일 만에 10년 단위로 세워지는 물 분야 최상위 계획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 ‘자연성 회복’이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지속가능성 제고’라는 말로 바꿔치기 했다. 부록으로 만들어졌던 ‘우리 강 자연성 회복 구상’은 전부 삭제했다. 환경단체들은 졸속으로 진행된 공청회에 항의하며 기자회견도 하고, 면담도 요청하고 “한화진 장관은 사퇴하라”고 외치는 집회도 했다. 공청회에서 항의하다 연행되어 유치장에도 갔고, 고발도 됐다. 지금 환경부는 ‘보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환경운동가들을 법이라는 칼날로 위협하며 세종보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대로 세종보가 재가동 된다면 앞으로 보 해체와 강 자연성 회복은 더 어려운 기로에 서게 된다. 지금도 녹조가 가득한 낙동강 수문을 개방할 길도 요원해진다. 그래서 이번 세종보 재가동을 막아내는 일은 중요하다. 우리 천막은 평소 수위보다 약 1.2m정도 높은 위치로 세종보를 세워 담수하면 잠길 위치에 설치되어 있다. 수위가 올라가면 교각보호공에 쌓인 모래 둔덕 양쪽으로 물이 흘러내릴 것이고 수중농성을 불사할 각오로 이 자리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는 물떼새와 함께 강을 지킨다. 세종보 재가동은 강에 휘두르는 윤석열 정부의 폭력이다. 금강은 4대강 중 가장 빠르게 자연성을 회복하고 있다. 이곳을 다시 가두고 죽음의 강으로 만드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포기하지 않고 둥지를 만드는 물떼새들처럼 우리 천막농성장의 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글. 박은영(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이 글은 빅이슈 코리아에 기재되었습니다.